[갈 곳 잃은 투자자금 어디로]①파킹중인 투자머니

금리 인하 ‘할듯 말듯’…투자처 잃은 유동성 시장 전반 불투명... 15일 美 CPI 발표 이후 윤곽 기대

2024-05-14     조성진 기자
픽사베이 제공.

“보험사가 채권 투자로 재미본 건 옛날 얘기에요. 국내든 해외든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인데 IFRS17 도입되고 요즘에는 보장성보험 위주로 수익을 올리는 상황입니다.”

보험사 자산운용 담당자 A씨는 요즘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험사는 보험상품 가입자들에게 보험료를 받아 채권과 부동산 등에 투자를 해 수익을 내는 게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러나 이전과 다르게 채권시장에서 금리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 때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공실률이 커지며 부실 뇌관으로 떠올라 이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지뢰밭을 피해 투자를 성공한다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표현 그대로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갈 곳을 잃은 것’이다. 다만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확실해질 수록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13일(현지시간) 주요외신 보도에 따르면, 제퍼슨 연방준비은행 부의장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을 목표치까지 낮추는 데 있어 완화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제한적인 영역에서 정책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제퍼슨 부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회복될 것이라는 추가 증거를 계속 찾고 있다”며 “이를 확보할 때까지는 정책 금리를 제한적인 영역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4월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연준의 목표치인 2%대 진입에 어려움을 겪으며 2분기는 물론 연내 조차 통화정책 향방을 예단하기 힘들다.

국내 역시 사과 등 각종 식료품 가격이 전년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섣부른 금리 인하가 자칫 물가 폭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주춤하는 사이 투자자들의 고심은 깊어졌다. 우선 채권시장에선 혼조세가 지속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인 10일과 비교해 1.2bp 오른 연 3.452%에 장을 마쳤다. 

채권 금리가 상승한다는 건 투자자 수요가 줄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고채 3년물은 지난해 평균 3.573%에 거래됐다. 올해들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로 채권금리가 떨어졌지만,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다시 오르는 모습이다.

픽사베이 제공.

부동산의 경우 매매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서울 기준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4060건으로 2021년 8월(4065건) 이후 2년 7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되살아난 부동산 시장 불씨는 언제든지 다시 꺼질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8월 3899건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1843건, 1824건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역시 ▲1월(2568건) ▲2월(2511건)으로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부동산 거래가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적기 때문에 시세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드라이브를 걸며 외국인들의 유입이 집중되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8조3069억원) ▲현대차(2조9149억원) ▲삼성전자 우선주(1조3104억원) ▲SK하이닉스(1조2629억원) ▲삼성물산(1조2165억원) ▲KB금융(7013억원) ▲HD현대일렉트릭(6711억원) 등을 대거 매수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전날에도 1.01%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3E 8단 제품 품질 테스트를 통과받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주가가 약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903.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엔비디아 투자 진입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엔비디아 주가수익비율(PER)은 75배 이상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PER이 지나치게 높다는 건 실제 실적과 비교해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PER 기준점인 10배수를 고려했을 때 엔비디아의 PER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다만 엔비디아 주가 상승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있다. HSBC는 엔비디아가 여전히 저평가받고 있다며 목표가를 1350달러로 상향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현재 수준에서 약 50% 더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프랭크 리 HSBC 전략가는 “엔비디아가 NVL36, NVL72서버랙 시스템과 GB200 프로세서 플랫폼을 통해 계속해서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투자에도 손이 쉽게 나가지 않다. 올해 3월 1억원 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14일 현재 8700만원 선에서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 유입이 줄었고,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존 글로버 레든 최고투자책임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5만 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며 “이때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한국시간으로 15일 저녁 공개되는 미국의 4월 CPI 발표 이후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근원 CPI가 둔화하면 채권 금리와 달러 강세가 추가로 하락하면서 코스피지수가 28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CPI 발표 이후 증시 추가 상승을 노리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근원 CPI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지수를  말한다. 현재 시장에선 미국의 4월 근원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식, 채권, 가상자산 등에 모두 투자경험이 있는 한 투자자는 "지금처럼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때도 없었던 것 같다"며, "일단은 방향성이 정해질 때까지 파킹형 ETF 상품에 넣어뒀다가 향후 움직임을 보고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