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제4인뱅 참여…일각선 설립 취지 反 우려

신한·우리, 제4인뱅 설립 컨소시엄 참여

2024-05-17     조성진 기자
픽사베이 제공.

최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제4인터넷전문은행(이하 제4인뱅) 지분 인수에 도전한 가운데, 일각에선 “인뱅 설립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가 등장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한국신용데이터(KCD)와 더존비즈온이 추진하는 제4인뱅 컨소시엄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시중은행 역시 인뱅과 마찬가지로 ‘신한쏠’, ‘워리’처럼 모바일 뱅킹 앱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주요한 본업은 여전히 오프라인 창구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인뱅은 소수의 오프라인 영업점을 운영하거나 혹은 아예 영업점 없이 은행업무의 대부분을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영업하는 은행을 말한다. 국내 인뱅으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제6조에 따르면, 인뱅은 중소기업을 제외한 기업에 대해 신용공여를 할 수 없다. 이는중규모 혹은 대기업 규모에 대한 영업이 막혀 있음을 의미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의 제4인뱅 설립 컨소 참여는 인뱅 설립 취지에 반(反)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인 입장에서 언뜻보면 역할이 비슷해 보이는 시중은행과 인뱅은 사실 시장 타겟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고신용자 개인고객과 기업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대형 시중은행이 신생 인뱅까지 관여한다는 건 중신용자 사업까지 관여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의 사업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인뱅 3사의 지난해 총자산의 규모를 보면 ▲카카오뱅크 54조4882억원 ▲토스뱅크 25조7387억원 ▲케이뱅크 21조421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시중은행 총자산을 보면 ▲KB국민 512조3728억원 ▲하나 478조5115억원 ▲신한 469조7271억원 ▲우리 436조6879억원 등으로 인뱅과 몸집 차이가 크게 난다.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인뱅이 없던 시절 중신용자는 (고신용자를 주로 상대하는) 제1금융권보다 여신사 등 제2금융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며 “처음 국내 금융시장에 인뱅제도를 도입한 건 중소상공인을 비롯한 대학생, 경력단절자 등 중신용자에게 금융혜택을 제공하고 포용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4인뱅을 허용하는 건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경쟁사 인뱅을 뽑겠다는 것인데 이제와서 ‘맹주’한테 다시 맡기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인뱅이 도입된 지 몇년이 지났지만 시중은행 과점 현상은 여전히 공고했고 변화도 없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내민 곳은 모두 4곳이다. ▲소소뱅크 ▲KCD뱅크 ▲유뱅크 ▲더존뱅크 등으로 모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주 고객층으로 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달 초 신한은행은 우리은행보다 먼저 더존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며 제4인뱅 설립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이 없다. 

우리은행 전경. 연합뉴스 제공.

우리은행의 제4인뱅 설립 컨소시엄 참여 배경에 대해서도 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은행은 국내 1호 인뱅인 케이뱅크 지분 12.58%(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하나은행은 토스뱅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더존비즈온도 2021년부터 협약을 맺고 이듬해 합작법인 테크핀레이팅스를 설립했다.

신재우 한신대학교 IT경영학과 교수는 “우리은행이 케뱅에 이어 제4인뱅까지 진출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포용금융 때문으로 해석된다”며 “시중은행은 주로 고신용자에게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중신용자에 대한 포용금융을 실천하기 위해선 새로운 신용평가모형(CSS)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에 기반한 영업을 영위하는 인뱅업 특성상 디지털 전환 전략도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부터 TC프리미엄 지점 2곳·일반지점 11곳 등을 포함해 이미 13곳 지점을 통폐합했다. 또한 오는 7월 8일 을지로·센트럴시티·당산동·대흥역·상암동·홍익대 등 21곳을 폐쇄하고 인근 지점에 통합한다.

모바일뱅킹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실제 4대 시중은행 영업 점포는 2019년 말 3525개에서 지난해 말 2826개로 700여개 줄었다.

향후 제4인뱅의 역량은 “앞으로 얼마나 좋은 재무적투자자(FI)를 구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제4인뱅 안착을 위해선 은행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자본금도 넉넉히 댈 수 있는 컨소시엄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신한, 우리 등 주요 금융사가 참여를 하니 종전보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라고 말했다.

이어 “인뱅 경쟁사가 많아지는 게 업계 입장에선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같은 업종 회사가 많아지면 고객 신뢰도 개선도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