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뉴스 여론조사] 국민 64% “내년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넘어야”
고금리, 고물가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최저시급 인상 원해 중소 및 중견기업 한계상황…’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도 관심
우리 국민 세 명중 두 명은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 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상승률이 치솟아 체감 물가가 높고 고금리에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상황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25~27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04명을 대상으로 올해 시간당 9860원인 최저임금을 내년에는 1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조사한 결과 64.0%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권역별로는 대구·경북 지역이 1만원 이상으로 인상 주장에 가장 낮은 동의(50.5%) 의사를 보인 가운데, 세부 지역에선 대전(74.1%), 전남(73.0%), 인천(71.0%) 등의 지역이 70% 이상의 높은 지지를 나타냈다. 연령별로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40대(70.4%)와 50대(69.7%)에서 높은 동의율을 보였고,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20대 이하에서도 65.7%의 높은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취업시장의 상대적 약자인 여성(65.8%)이 남성(62.0%)보다 소폭 더 인상을 강하게 지지했고,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83.7%), 조국혁신당(81.3%) 지지자들이 국민의힘(39.4%) 지지자보다 두 배 이상의 지지율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같은 맥락에서 긍정적인 국정평가를 내리는 응답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37.5%가 동의했지만, 부정적인 국정평가 응답자는 76.4%가 1만원 이상으로 최저시급을 올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념적으로도 진보성향 응답자의 85.3%가 인상에 동의하는 반면, 보수 응답자는 인상 지지율이 41.5%에 그쳤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한다. 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소속기관으로 공익위원(9명), 사용자위원(9명), 근로자위원(9명)으로 구성된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에 부치는 내용을 이들이 심의, 의결해 매년 최저임금을 정하게 된다.
결정의 기준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두루 고려해 시간, 일, 주, 월 단위 최저임금액을 정한다. 2024년 기준 시급은 9860원으로 지난해 대비 240원 인상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루 8시간, 주40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일급 7만8880원, 월급 206만740원이 최저임금이다. 여기엔 유급주휴 8시간이 포함된 수치다.
다만 최근 국내 경제의 이른바 정점론(피크아웃)이 대두되며 최저임금을 계속 올리는 것이 맞냐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수출주도형 국가인 대한민국이 반도체 부문 경쟁력에서 심각한 도전을 받으며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무는 상황도 최저임금 인상 비율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법상 최저시급이 정해져 있지만 실제 노동 현장에선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이면계약이 횡행하고 있어 “지켜지지도 않는 최저시급을 무조건 올려서 뭐하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최저임금은 매년 꾸준히 인상됐지만 특히 문재인 정부 초기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5년 5580원(+370원, +7.1%), 2016년 6030원(+450원, +8.1%), 2017년 6470원(+440원, +7.3%)을 기록했던 최저임금 상승률은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7530원(+1060원, +16.4%), 2019년 8350원(+820원, +10.9%) 등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크게 뛰어올랐다.
이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2020년 8590원(+240원, +2.9%), 2021년 8720원(+130원, +1.5%)으로 인상률이 급격히 하락했다가 2022년 9160원(+460원, +5.0%), 2023년 9620원(+460원, +5.0%), 2024년 9860원(+240원, +2.5%) 수준으로 1만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지난 21일 최저임금위원회의 첫 전원회의가 열린 가운데, 업종별 차등 적용이 올해 도입될 지 여부에도 시선이 모이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명까지 떨어지고 올해 1분기 0.6명 수준으로 더 낮아지면서 심각한 인구절벽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은행이 돌봄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해외 인력 유입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안으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같은 수준의 최저시급을 적용하는 것을 배제하는 안을 검토했으나 일자리 문제에서 상대적 열위에 놓일 것을 우려한 노동자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제 도입 원년인 1988년에만 시행되다 현재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잊혀져가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최저임금 문제는 연금개혁과 함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슈”라며, “인플레이션이 높아 소비여력이 부족하니 최저임금을 높여야 한다는 단순 논리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상밖 고금리 행진이 이어지고 미국 뿐 아니라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1만원 이상의 최저시급을 주장하는 것은 자칫 국내 기업들, 특히 중소 및 중견 기업들의 경우 생존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가능할 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100% RDD 방식)를 실시한 결과이며 표본수는 2004명, 응답률은 2.4%,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2%포인트이다. 자세한 내용은 조원씨앤아이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