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금리 인하 ‘강한 신호’…한·미 통화정책 향배는?

ECB 집행위원들, 6월 기준금리 인하 시사...연내 2회 인하 전망 유로존 임금 인상 이유로 ‘매파 입김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있어

2024-05-29     조성진 기자
라가르드 ECB총재(제공=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달 6일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하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강력한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이 영향으로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되며 국고채 금리도 떨어지는 추세다.

29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8일 국고채 3년물은 전 거래일 대비 0.019%포인트(p) 떨어진 3.394%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AA-‘, ‘BBB-‘ 등급의 회사채 금리도 각각 전 거래일 대비 0.023%p, 0.024%p 떨어진 3.828%, 9.979%에 거래됐다. 

국고채 금리가 떨어진 건 ECB가 현재 4.50%인 기준금리를 다음달 중 인하할 것이란 시장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하방 경직적이고, 우크라이나와 중동지역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며 “경기 하방 압력이 우세한 가운데 물가와 임금 상승 압력의 약화 가능성을 감안하면, 6월 중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연준과 한국은행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각각 기준금리를 5.25~5.50%, 3.50%로 동결했다. 증권업계에선 ECB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연준과 한국은행 역시 통화정책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CB는 6월부터 4%인 예금금리를 연말 3.25%까지 인하할 전망”이라며 “연준의 금리인하가 전개되며 선진국 통화정책도 자국 여건에 맞춰 차별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ECB가 6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국은행 역시 3분기 중 통화정책을 완화할 기대감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외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 필립 레인 ECB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며 “중대한 이변이 없다면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U의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4월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은 지난해 동월 대비 2.4%  올랐다. ECB의 인플레이션 상승률 목표치인 2%대에 부합한 수준이다.

픽사베이 제공.

유로존의 향후 12개월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한달 전 예상한 3%에서 현재는 2.9%로 0.1%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2021년 9월 이후 기록한 최저치다. 

레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미국보다 빠르게 둔화한 이유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충격으로 이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CB 집행위원인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콘퍼런스 연설에서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지속해서 2% 물가안정 목표를 향해가고 있다”며 "6월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하고 금리 인하를 시작할 때가 무르익었다"고 밝혔다. 

렌 총재는 “금리 인하 시나리오는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계속되고 지정학적 상황과 에너지 가격에 역행이 없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며 “현재 유로존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잘 고정되고 있고 노동시장 압력도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ECB 정책위원인 파비오 파네타 이탈리아은행 총재도 최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축소되면서 1차 금리인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역시 “특별히 충격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다음 달 수신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곧 이어 7월에 두 번째로 금리를 인하하는 시나리오를 배제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선 21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ECB의 목표이자 임무인 물가상승률 2%가 가능할 것임을 확신시켜주는 데이터가 나온다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예상을 깨고 ECB가 고강도 통화정책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유로존에서 협상된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며 “ECB 내부의 매파 위원들은 임금 상승을 근거로 매파적 발언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