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중앙은행 “유럽 경제 약해…미국 따라잡길 기대”

정확한 통화정책 결정 위한 ‘알스타’ 측정 강조

2024-05-30     조성진 기자
(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중앙은행 총재.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중앙은행 총재는 “유럽의 경제성장력이 약하다”며 “미국을 따라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30일 한국은행은 컨퍼런스홀에서 'BOK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요르단 스위스중앙은행 총재는 ‘중립금리의 변화와 세계 경제에 대한 함의’를 주제로 정책 대담을 했다.

이창용 총재는 “유럽 경제의 미래 경제 흐름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요르단 스위스중앙은행 총재는 “유럽의 잠재 성장이 미국보다 낮은 건 실질적인 문제”라며 “이는 유럽 경제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유럽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야기한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때문에 유럽이 미국에게 많은 수출과 수입을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0.4%를 기록했다. 이탈리아(0.3%), 프랑스(0.2%) 등 주요 유럽국가들은 미국보다 약한 경제성장률을 나타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인플레이션 상승률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4.50%로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정한 기준금리(5.25~5.50%)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ECB의 중요 인사들은 6월 중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있다. 유로존 금리가 미국보다 낮지만 먼저 통화정책 완화를 고려하는 건, 그만큼 미국보다 유럽시장의 체력이 약한 탓으로 해석된다. 

스위스중앙은행 총재는 “유럽의 잠재적인 성장이 다른 국가, 특히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중앙은행 총재.

특히 이날 스위스중앙은행 총재는 정확한 알스타(R star) 측정을 강조했다.

'중립금리'라고 불리는 알스타는 이자율의 균형점으로, 경제가 경기 과열도 경기 침체도 아닌 중립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을 뜻한다. 즉 알스타는 물가상승률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경제가 완전 고용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이자율을 의미한다. 

다만 이는 명시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며,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또한  경제의 구조적 변화나 기술 발전, 인구 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스위스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2년간의 통화 긴축으로 인해 정책 금리가 역사적 최저 수준에서 낮아졌다”며 “전 세계가 양적완화를 했던 코로나19 시기로 금리를 내릴 것인지, 보다 강도 높은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고 말했다.

요르단 총재는 “통화정책 완화로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그만큼 알스타(R star)를 측정하는 게 중요한 일이 됐다”고  설명했다.

스위스중앙은행 총재는 잠재적 국가경쟁력 감소와 경기침체에 따른 낮은 기준금리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총재에 따르면, 최근 수십 년 동안 실질이자율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상당히 감소했다. 스위스중앙은행 총재는 “스위스의 실질금리는 1990년대 약 4%대였으나 35년이 지난 현재는 1.5% 수준”이라며 “이는 스위스의  낮은 잠재 성장률과 (고령층 증가에 따른) 높은 퇴직 저축 및 안전자산 수요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요르단 총재는 “낮은 잠재성장률이나 기대수명 증가 등의 요인으로 인해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로 신기술 및 대규모 투자로 인한 생산성 향상 등의 요인은 금리 상승이 이어질 수 있는 다른 잠재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몇 년 동안 실질이자율이 낮거나 하락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억제되고 생산량 흐름이 호황을 누리지 못하는 환경은 전 세계 통화의 가치가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거시경제 데이터가 엄청나게 크게 변동하면서 전 세계 알스타 추정치에 큰 변동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위스 역시 경제적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정확한 알스타 측정에 집중했다”며 “각 나라마다 경제 상황이 다르지만, 스위스는 특히 환율을 중심으로 정확한 수치를 산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요르단 총재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알스타를 과대평가 하는 건 주어진 통화정책 경로에 있어 인플레이션을 지나치게 우려하는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반대로이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있다

그는 “다양한 정책 옵션의 비용과 이점은 가능한 모든 인플레이션 경로에 대해 평가돼야 한다”며 “그런 다음 통화 정책 결정은 가능한 광범위한 시나리오에서 가격 안정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설명했다.

이어 “각국 중앙은행은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통화정책 결정 시 발생 가능한 리스크 모델을 세우고 알스타 값을 대입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리스크 관리 접근 방식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요르단 총재는 1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은퇴를 앞두고 있다. 요르단 총재는 “12년동안 쌓은 많은 추억이 있지만, 특히 한국은행이 개최한 'BOK 국제 컨퍼런스’와 같은 국제 협력 활동이 가장 뜻깊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연한 통화정책 의사결정을 위해 중앙은행은 독립된 조직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며 “중앙은행이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받을 경우, 대중에게 통화정책 이상의 정책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