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폭탄 현실화…나라도 금융사도 ‘사면초가’

기업부채 비율 2021년 말 대비 상승…경각심 필요

2024-05-31     조성진 기자
픽사베이 제공.

전 세계 부채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 역시 국가채무가 폭증했다. 국내 모든 금융권에서도 부채 규모가 증가 추세인데 각 회사의 건전성이 가파르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1일, 국제금융협회(IIF)가 전일 발표한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올해 1분기 부채 규모가 315조 달러(약 43경1400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2.63%(8조1000억 달러) 증가한 수준이다.

부채규모가 늘어나는 건 전 세계적 추세이지만, 한국의 경우 유독 나랏빚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양새다.

감사원이 공개한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검사’를 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2022년 대비 5.71%(59조1000억원) 늘어난 109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처음 1000조 원을 넘어선 국가채무가 지난해 재차 최고점을 경신한 것이다.

정부 뿐만 아니라 가계와 기업의 대출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4년 4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5조1000억원 늘어난 110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은행권 가계대출은 대출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지난해 1월(-4조6755억원) ▲2월(-2조7561억원) ▲3월(-7109억원) 감소하다가 ▲4월(2조3000억원)부터 상승 전환했다. 이후 ▲올해 3월 가계대출 규모는 2월 대비 1조7000억원 줄며 1년 만에 감소 전환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고 기타대출도 6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865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주담대는 4월에만 4조5000억원 늘며 3월(+5000억원)에 비해 큰 오름 폭을 기록했다. 주담대 확대는 주택 매매거래 증가와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 은행재원 공급분 확대 등에 영향을 받았다.

같은 기간 은행의 기업대출 규모는 11조9000억원 늘어난 128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대출은 6조5000억원 늘며 4월 기준 역대 3번째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중소기업대출 역시 한달 만에 5조4000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의 영업 강화와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 등으로 대출 증가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가계부채보단 기업부채에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잔액은 증가하고 있으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가계부채가 확대되는 속도보다 GDP가 확대되는 속도가 빨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1분기 원화 약세로 원화 환산 GDP가 증가한 것으로 볼 때, 한국 1분기 명목GDP가 발표되면 가계부채 비율은 추가적으로 하락 가능할 전망이 있다”며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잡았던 가계부채가 최악의 국면을 탈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와 달리 기업부채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며 “주요국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2021년 말보다 기업부채 비율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건설과 부동산 대출 증가율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현재 추산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잔액은 230조원 규모이다.

올해를 두달 여 남긴 가운데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에서 목표한 수주액을 달성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한편 부채 증가 영향으로 제1금융권의 건전성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내은행 부실채권 비율은 전년 동기(0.41%) 대비 0.09%포인트 상승한 0.50%를 기록했다.

통상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을 말한다. 각 은행은 이를 별도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만약 회수 가능성이 계속 낮다고 판단되면 은행은 이 채권을 상각하게 된다.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2022년 9월 이후부터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장기간 고강도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기업과 가계 연체가 높아진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3월 말 기준 은행권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48%로 1년 전(0.35%)보다 0.1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0.58%)과 개인사업자(0.54%) 연체율이 모두 0.17%포인트 악화됐다. 같은 시기 은행의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0.11%인 것을 놓고 봤을 때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확연히 높은 상황이다.

제2금융권 건전성도 심각한 수준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연체율은 8.8%로 지난해 말(6.55%)보다 2.25%포인트 급등했다.

지난달 말 기업대출 연체율이 11%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3월 말 기준 저축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2월보다 3.52%포인트 올랐는데 이는 PF 부실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2.59%포인트 상승한 5.25%로 나타났다.

카드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전체 신용카드사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전년 동월 대비 7.3% 증가한 39조9644억원을 기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