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2주년 기획-밸류업 코리아, 뉴 챌린지] ① ‘도전 받는 금융’
고금리 장기화로 차주 부실...금융업계 연체율 상승 예대마진 특수와 이별하는 중...신 먹거리 찾기 골몰
올 들어 호주, 멕시코에 이어 캐나다와 유럽 등 주요 경제권 중앙은행들이 하나 둘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그 전제조건인 인플레이션(물가) 안정화는 아직이다. 미국과 한국 등 일부 국가들은 금리 인하를 3분기 이후로 늦춰잡는 실정이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3중고는 금융시장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각 금융업계 실적은 보험업계를 제외하곤 모두 신통치 않다. 그나마 보험업계도 지난해 신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급 신장한 실적에 대해 신뢰도가 낮은 상황이다.
홍콩ELS 이슈로 몸살을 앓는 은행, 해외 부동산 투자로 휘청이는 증권, 부동산PF 부실의 뇌관이 터질까 전전긍긍하는 저축은행 등 어느 곳 하나 기댈 곳이 없다. 여기에 공통적으로 차주들의 상환 능력 저하에 따른 건전성 이슈가 부각되는 실정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각 금융권의 상황을 진단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업권별로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국내 금융권이 도전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의 고강도 통화긴축 장기화와 내수경기 둔화로 우리 사회에 유동성이 부족해진 탓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전체 보험사의 대출채권 잔액은 26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대비 4조6000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0.96%(1조3000억원) 줄어든 13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은 2.38%(3조3000억원) 감소한 13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보험사 대출채권 연체율은 0.12% 포인트 상승한 0.54%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0.60%, 기업대출은 0.51%였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023년 3월 말 0.32%였지만 올해 3월 말에는 0.76%를 기록해 1년 새 0.4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오히려 0.08%포인트 내렸다.
3월 말 기준 보험사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0.76%다. 가계대출 부실채권 비율이 0.43%, 기업대출은 0.91%로 집계됐다.
보험사의 1분기 순이익 역시 감소 추세다. 금감원이 발표한 1분기 전체 보험사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11.1%(6052억원) 감소한 4조8443억원으로 집계됐다.
손해보험사 당기순이익은 2조969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4%(3960억원) 증가한 반면, 생명보험사의 경우 34.8%(1조12억원) 줄어든 1조8749억원으로 나타났다.
1분기 수입보험료는 58조952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81억원(0.1%) 감소했다. 손보사 수입보험료는 30조91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9278억원) 증가했다. 장기・일반보험 판매 규모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생보사 수입보험료는 28조3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1조59억원) 줄었다. 이 기간 생보사의 저축성・변액보험・퇴직연금 등의 수입보험료는 감소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전반의 건전성 이슈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K-ICS 비율선정 위험도가 높다”고 밝혔다.
국내은행의 순이익 역시 감소세다. 1분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1%(1조7000억원) 감소한 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은행은 일반은행과 특수은행으로 구분된다. 일반은행 순익은 1년 새 16.5%를 기록했다. 일반은행에 속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순익은 최근 1년 사이 각각 21.4%, 2.6% 감소했다. 일반은행 중 인터넷은행 순익은 109.7% 증가했다. 반면 특수은행은 34.7% 줄었다.
1분기 전체 국내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전년 동기(0.79%) 대비 0.22%포인트 하락한 0.57%를 기록했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역시 같은 기간 3.26%p 내린 7.79%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은 건전성 이슈를 이유로 대기업 대출을 늘리는 모양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5월 말 기준 전체 원화대출금 대비 대기업 대출 비중이 10.1%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대비 0.2%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0.9%포인트 떨어진 42.5%를 기록했다.
이는 대기업의 채권 신용등급이 중소기업보다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61%로 전분기 0.59%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 부실채권 비율은 0.64%에서 0.69%로 0.05%포인트 상승했다. 개인사업자 부실채권 비율이 0.34에서 0.41%로 0.07%포인트 올랐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감소했던 가계대출이 재차 증가세로 전환했고 기업대출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증가 폭이 커졌다”며 “은행의 기업대출 영업 강화 등을 고려할 때 대기업, 중소기업,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대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은행법상 신용공여 활동이 개인과 소기업으로 제한된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건전성 관리에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은행연합회 은행경영공시에 따르면, 1분기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3개 인터넷은행사가 보유한 3개월 이상 연체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규모는 478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3339억원에서 1년 새 43.25%(1445억원)가 급증한 것이다.
신용카드업계는 실적이 성장하고 있지만 동시에 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다.
1분기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카드사의 순익 총합은 6733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사 순익은 전년(5818억원) 대비 5.73% 증가하는 등 전체적으로 순익이 늘고 있다.
다만 신용카드사의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카드사의 총수익은 23조65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3.20%에 불과했다.
카드업계의 건전성 역시 이슈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BC·하나 등 8개 신용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1.84%로 지난해 말(1.64%)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2023년 1분기 말(1.45%)과 비교하면 격차는 0.3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지형삼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고금리와 경기회복 지연 등에 따라 개인신용대출의 연체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79개 저축은행은 1543억원 순손실을 냈다. 전년 동기보다 손실 규모가 1016억원 늘었다.
저축은행과 증권업계는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체율이 크다. 먼저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2.70%에서 올해 3월 말 3.55%로 0.85%포인트 올랐다. 이 기간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96%에서 11.26%로 4.30%포인트 올랐다. 증권사 연체율도 13.73%에서 17.57%로 3.84%포인트 급등했다.
전세완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PF위험 노출도에 대한 양적 및 질적 부담이 큰 업체는 건전성 지표 저하 및 추가 충당금 적립부담이 크게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다행히 은행들의 발목을 잡았던 홍콩ELS 이슈가 중국 증시의 반등으로 H지수가 살아나며 손실 폭을 줄이고 있지만, 고금리 시대에 누리던 예대마진 특수는 이미 그 끝을 향해 가고 있다"며, "비은행 관계사들도 해외진출, 디지털전환, 신사업 발굴, 계열사 시너지 강화 등 돌파구를 찾기 위한 장고에 들어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