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금리 3년 전 수준 내려…가계대출 이달만 4.4조↑

신한, KB 등 시중은행 대출금리 2%대로…차주 부담 완화 전세가 고공행진에 매매도 들썩…빚투 다시 시작되나

2024-06-23     장석진 기자
연합뉴스 제공

주요국 중앙은행이 속속 기준금리 인하에 동참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이하 기대를 반영, 시장금리가 내려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2%대로 내려앉았다.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낮아지며 이달 들어서 불과 20일 만에 약 4.4조원의 가계대출이 증가해 부동산 등 자산가치 급등의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2.940∼5.445% 수준이다. 5월 3일(연 3.480∼5.868%)과 비교해 한 달 반만에 상단이 0.423%포인트(p), 하단이 0.540%나 낮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895%에서 3.454%로 0.441%p 급락한 영향이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도 연 4.330∼6.330%에서 4.160∼6.160%로 상·하단이 0.170p씩 떨어졌다.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의 낙폭(-0.172%p)도 유사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정부의 언급 등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금리도 인하를 미리 반영해 박스권을 이탈하고 연 저점에 이르렀다"며 "따라서 은행채 5년물을 따르는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도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2%대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는 약 3년 만으로, 지난 19일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신한주택대출)의 5년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아파트·주택구입) 하단이 2.98%를 기록했고, 20일 2.95%를 거쳐 21일 2.94%까지 더 떨어졌다.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5년 고정금리+변동금리) 금리와 주기형 고정금리도 2%대(2.99%)에 진입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5년물 금리 변동을 매주 월요일 주택담보대출 혼합형·주기형 금리에 반영한다"며 "지난주 3.09%였던 혼합형·주기형 금리 하단에 은행채 금리 하락분(0.10%p)을 빼면 이번 주 월요일(24일)부터 2.99%의 최저 금리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연 3.740∼6.732%) 역시 상단과 하단이 한 달 보름 전보다 각 0.110%p, 0.106%p 떨어졌다. 시장금리 하락이 예금 금리 등을 거쳐 변동금리 지표인 코픽스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 결과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대출 금리 하락 폭은 더 크고, 그만큼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뚜렷하게 줄었다.

한 시중은행 내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5억원의 주택담보대출(6개월 주기, 만기 40년)을 받았으면 연 원리금 상환 총액이 약 2790만원, 월 납입금 232만원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각 2411만원, 201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다렸던 금리 인하 바람은 차주에게 희소식이지만, 이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와 자산가격 상승은 또 다른 걱정을 낳고 있다.

20일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6362억원으로 5월 말(703조2308억원)보다 4조4054억원 더 늘었다. 4월(+4조4346억원), 5월(+5조2278억원)에 이은 이후 석달 연속 증가로, 그 폭도 점차로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20일까지 각 3조6802억원, 7330억원 늘었다.

금융 당국은 최근 가계부채 점검 회의 등에서 주요 은행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 가계대출 증가 관리'를 당부했는데, 지금까지 5대 은행의 증가율은 2.2%(작년 말 692조4094억원→707조6362억원) 수준이다.

아직 상반기 마감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한국은행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2.5%)에 거의 근접했다. 주요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갈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으로 최대 연 원리금 상환액은 정해진 상태에서,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대출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며 "여기에 집값까지 오르는 추세가 더 뚜렷해지면 금리 하락의 대출 수요 확대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