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국고채 하락 국면 본격화?
증권업계 하반기 국고채 3년물 밴드 3.10~3.30% 제시
상반기 3.5%대를 웃돌았던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최근 약세를 기록 중이다. 경제전문가들은 “하반기 국고채 수익률이 하락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2.8bp 오른 3.210%를 기록했다. 지난주 말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이 4.2bp(1bp=0.01%포인트) 오른 4.764%를 기록한 영향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6월 시카고 구매자관리지수(PMI)가 47.4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40)를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미 국채 금리를 밀어 올렸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카고 PMI가 예상치보다 크게 웃돈 건 고금리 상황에도 불구 경제심리가 개선되었음을 시사하며 채권시장에 오히려 혼돈을 선사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 경합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 역시 미국채 금리를 상승시킨 요인이다.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는 대규모 감세 공약을 내걸고 있는데 이 경우 적자 규모가 커지면 재무부가 더 많은 국채 발행에 나서고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커진다. .
매튜 혼바흐 모건 스탠리의 전략가는 “이민과 관세 정책 변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더 많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재고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급증하는 재정적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공화당 싹쓸이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국채금리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국채 채권시장의 전체 흐름을 놓고 봤을 때 4월 말 3.5%대를 웃돌았던 금리는 이달 들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16~3.22%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10년물과 30년물 역시 각각 13.6bp, 14bp 오른 4.478%, 4.642%에 거래를 마쳤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6월 한 달 동안 약 30bp 하락했다”며 “기대수익률 또한 하락했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번달 3년물과 10년물 국고채 금리 밴드를 각각 3.10~3.30%, 3.18~3.38%로 제시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불확실성을 해소 하는 게 우선인 시기”라며 “채권시장에서 본격적인 하락 국면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밝혔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수익률이 내려가는 이유는 전 세계 주요국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유럽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4.50%에서 0.25%포인트 내린 4.25%로 결정했다. 이 밖에 스위스와 스웨덴, 캐나다 중앙은행 등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도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유럽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는 유로존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를 수렴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4월과 5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4%, 2.5%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현지 시장전문가들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5월(2.6%)보다 소폭 둔화한 2.5%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소비자물가지수가 석달 연속 개선되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113.84로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2.4%)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치다.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4월과 5월 각각 2.9%, 2.7%를 기록했다.
이날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물가상승률이 2.4%로 3개월 연속 낮아지고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며 “석유류 가격의 오름폭이 확대됐지만, 농산물가격 상승률이 상당폭 둔화된 가운데 작년 전기·도시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최근 유가 상승 등으로 둔화 흐름이 일시 주춤할 수 있겠지만, 근원물가 등 기조적 물가의 하향안정세, 작년 8월 유가·농산물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전반적으로 둔화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금리 방향성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좌우될 전망”이라며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지난해보다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방향이 사실상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다. 이는 4월 상승률(3.4%) 대비 둔화한 수치다.
최근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체되거나 심지어 역전될 경우 향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전망과 관련된 위험과 불확실성을 감안해 향후 정책 입장의 변화를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 방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이 2% 인플레이션 목표를 지속해서 달성할 수 있는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실물경제의 다른 부분에서도 속도 완화가 확인된다면 ‘연준이 이제껏 견지해온 제한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할지’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가재정이 줄어들 수록 정부는 국고채를 발행해 예산을 확보한다. 국고채 발행 규모가 커진다는 건 그만큼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5월까지 집계된 국내 세수입은 151조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조1000억원 줄었다. 다만 4월까지 집계된 벌금, 몰수금 및 과태료, 재화 및 용역판매수입 등 세외수입은 11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000억원 늘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