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낀 금·달러…‘트럼프 효과’로 더 오른다

금융시장 전반에 불확실성 우려 확산

2024-07-16     조성진 기자
픽사베이 제공.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 현장에서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피습당한 사건으로 금융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 여파로 당분간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의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 따르면, 이날 순금 1g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3% 오른 10만70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금 거래 대금은 지난해 동기 대비 40% 증가한 8793억원을 기록했다. 한국금거래소에서 거래된 금 시세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1g당 8만6340원에서 올해 6월 말 10만3410원으로 20% 올랐다.

거래소 관계자는 “우선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안전자산 수요를 증가시켰다”며 “연말 대비 국제 금값이 오른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할 경우 그만큼 시장에 달러가 많이 풀리며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달러 역시 강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84.0원에 개장했다. 지난해 12월 말일 종가 기준(1288.0원)과 비교해 7.45%(96원) 오른 수준이다.

문제는 최근 트럼프 대선 후보 피습 사건으로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를 하던 그는 20세 백인 남성 토머스 매슈 크룩스가 쏜 총에 귀 위부분을 맞고 다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를 특별한 요인은 없었다”며 “트럼프 피습 사건 영향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 시장은 이번 피습 사건이 미국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며 “대선 후보 피습이란 특수성으로 인해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하반기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가 사실상 예정됐고 그동안 달러 가치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트럼프 후보가 당선에 성공하더라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약세 흐름을 나타낼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있고 대선 이후 시장과 연준이 어떻게 반응할 지에 따라 환율이 변동성을 키우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과 엔화 강세 분위기가 나오면서 중장기적으로 달러 약세가 나타나고 원·달러 환율도 내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에 성공할 경우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것보다 달러 약세 현상이 뚜렷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트럼프 후보가 내세운 각종 공약의 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기준금리 인하라는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성을 바꿀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 연합뉴스 제공.

지난 주말 피격 사건 이후 처음으로 개장된 채권시장에선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지난주 금요일 대비 0.046% 오른 4.231%를 기록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 달러 등에 자금 쏠림이 커질 것”이라며 “당분간 채권 시장 변동성 확대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크리스 웨스턴 페퍼스톤 리서치 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시장의 움직임은 트럼프 후보를 비롯한 공화당의 하원 장악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웨스턴 책임자는 “공화당이 대통령직과 의회를 모두 장악하는 시나리오에선 세금 감면 등 현재보다 더 완화적 재정 적자 증가가 예상된다”며 “주식시장엔 긍정적인 환경이지만 장기 채권 수익률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노력으로 상승장을 이어가던 코스피 역시 트럼프 피습 사건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김대준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지수는 2900선을 향해 빠르게 상승했는데, 이번 주에는 그 흐름이 꺾일 가능성이 크다”며 “상반기 동안 밸류에이션이 많이 상승한 부담도 있어 단기 조정 압력에 노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후보는 부통령 후보로 공화당 소속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 상원의원을 지목했다. 밴스 부통령 후보의 정치적 성향은 트럼프 후보와 마찬가지로 국가주의, 보수주의 성향이 높은 강경 보수로 알려졌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밴스 후보는 미국이 제조업 기반을 회복하는 게 정치적 목표”라며 “미국 땅 바깥으로 이전된 일자리를 되찾고 자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밴스 후보의 경우, 미국 빅테크가 중국에 개인정보를 판매하는 행위를 비판한다”며 “빅테크의 권력을 분산하고 개인정보 도용을 막기 위한 법적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