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감 못잡는 정부·국회…비난 쇄도
정부, 사태 수습 위해 공적자금 투입…예산집행 앞두고 국회 정쟁 우려↑ 선불결제사업자-유통업자 거래 모니터링 필요 의견도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금 미지급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사태 수습을 위해 수천억원의 공적자금 계획을 밝혀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또 국회에선 머지포인트 사태와 마찬가지로 문제의 본질을 겉도는 규제만 논의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30일 정치계에 따르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티메프 사태 수습을 잘해야 한다”며 “피해자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전날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티메프 정산지연 피해업체에 대해 기존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를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금융위는 티몬·위메프 대금 정산지연으로 일시적 자금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피해 중소기업이 낮은 금리로 신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신용보증기금과 기업은행을 통해 ‘3000억원+알파’의 보증부 대출 프로그램을 신설해 긴급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또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통해 기업은행이 저리로 대출하는 3000억원 이상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이를 두고 세수가 구멍 난 상황에서 티메프 사태 수습을 위한 별도 예산을 쉽게 편성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있다.
지급결제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사태 수습을 위해 공적자금 넣겠다는데 세수가 구멍난 상황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승인을 쉽게 해줄 것 같지 않은 느낌”이라며 “정치권에서 공론화 되어 정쟁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5월 국세수입은 151조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조1000억원 감소했다.
그는 “규제산업인 금융사가 위기에 빠졌을 때 서울보증보험, 예금보험공사, 국책은행 등이 관여해 긴급자본 지분 넣어 살리는 건 그럴 수 있다”며 “티몬과 위메프 같은 일반 상거래 회사를 정부에서 인수할 것도 아니면서 정책자금을 넣으면 뚜렷한 해결도 못한 채 돈만 모두 녹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당국이 유통사업자와 선불사업자의 거래 현황을 실시간으로 감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유통사업자와 선불사업자는 때려야 땔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본질적으로 선불결제사업자의 대행유통 비용도 관리·감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선불결제사업자가 상거래업자와의 유통 과정에서 어떠한 거래를 하고 어떻게 자금을 운용하는지에 대해 금융당국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가 일어난 지 불과 3년 만에 똑같은 일이 반복된 건 한국 사회 전반의 인식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급결제업계 다른 관계자는 “문제의 핵심은 할인쿠폰을 마구 찍어내고 매출을 끌어올린 일부 상거래업자(티메프)와 문제가 있을 것을 알면서도 쿠폰 프로모션을 계약한 일부 결제사들에 있다”며 “구조적으로 머지포인트 사태와 완전히 똑같은 일이 반복된 건 업자들의 생각과 금융당국의 나태함, 소비자들의 낮은 인식 수준이 당시와 비교해 전혀 나아진 게 없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오는 9월 15일 시행 예정인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은 선불업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이용자의 선불충전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선불업 감독 범위 확대, 선불충전금 별도 관리 의무화, 선불업자 영업행위 규칙 등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영세 사업자까지 감독 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 잔액이 30억원 미만이면서 연간 총발행액이 500억원 미만인 경우 선불업 등록 의무를 면제했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상식의 선을 일탈한 소수가 문제를 일으킨 것인데 금융당국과 국회가 이 상황의 본질 자체를 잘 모르니 엉뚱한 결제사들의 목만 쥐고 흔들고 혈세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머지 때와 마찬가지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회에서 엉뚱한 규제나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는 “머지 사태 규제로 해피머니 등 상품권회사들이 망가진 것처럼 정부와 국회가 지속적으로 규제를 하다 보면, 규모가 작은 전자금융업자는 결코 살아남을 수가 없다”며 “완전히 외형적으로 성장한 회사만 남아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머지포인트 사태 때도 티몬과 위메프 등이 제일 많이 판매를 했는데 당사자들은 정작 기소도 안되었다”며 “똑같은 일을 이번에도 또 벌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복되는 사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의 소비인식 개선과 교육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학계 한 관계자는 “사실 정상가 대비 무조건 싼 것만 쫓는 소비자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할인쿠폰이 무조건 혜택만 주는 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제로 교육을 도입하는 등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정부에선 이번 사태의 추산 피해액을 약 2100억원으로 발표했으나, 지급결제업계에선 약 1조원 이상으로 짐작하는 상황이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 “현재까지 업체로부터 파악된 미정산 금액은 약 2100억 원으로 추산되나, 추후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거래분을 감안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급결제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1년 동안 티몬과 위메프에서 찍어낸 할인 쿠폰 총발행량은 약 9000억원 가량으로 파악된다”며 “상품권 판매 월 정산금액으로 2000억원 가량이 지급결제 시장에서 돌아야 하는데 4개월간 이 돈이 막혔고 부수적인 2차, 3차까지 합치면 실제 피해액은 최소 1조원을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