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었나?..화력 약한 삼성카드 ‘마이데이터’

모니모 활용한 시너지 파급 기대했으나 기대 못미쳐

2024-08-02     조성진 기자

삼성카드가 대주주 적격성 이슈를 딛고 어렵게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자 자격증을 확보했지만 파급효과는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동종업계와 비교해 진입이 너무 늦었을 뿐 아니라 삼성금융네트워크로 묶여 있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마이데이터 활용에 소극적인 탓으로 해석된다.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상반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8% 증가한 362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삼성카드 실적이 커진 건 대출 사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삼성카드의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이용액은 13.7% 증가한 4조4043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증가하는 실적과 다르게 마이데이터 라이센스를 활용한 디지털 혁신 역량은 예상 수준을 밑도는 상황이다. 신한·현대·BC카드 등 6개 여신전문금융회사는 2020년 12월 마이데이터 사업자 예비허가를 받으며 일찌감치 관련 사업에 진출했다.

삼성카드의 경우,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2020년 12월 ‘암 입원비 지급 거절’과 ‘계열사 부당 지원’을 이유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기관경고’ 중징계를 받았는데 2022년 1월 해당 중징계가 확정되면서 자회사인 삼성카드도 1년간 신사업 진출을 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2022년 4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계열사 서비스를 통합한 삼성금융네트웍스를 내놓았다. 이후 삼성생명의 징계 기한이 끝났고, 지난해 6월 삼성카드도 마이데이터 사업자 자격을 확보했다. 

당초 카드업계는 삼성카드의 마이데이터 진출을 예의주시했다. 카드수익 규모가 업계 상위권 규모인데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계열사간 데이터 활용이 용이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꾸준히 쌓아 올린 데이터 사업 역량 역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카드는 2014년 업계 최초의 빅데이터 마케팅 플랫폼 ‘링크(LINK)’를 출시 후 2021년에는 제휴사가 직접 플랫폼에 접속해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고객 타겟팅, 시뮬레이션, 모니터링 등 마케팅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LINK 파트너’를 선보였다.

지난해 5월에는 한국IT서비스학회 학술대회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연결하여 사회와 기업의 이슈를 해결하고,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신뢰도 높은 데이터 제공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7월에는 금융위로부터 데이터 전문기관으로 지정을 받기도 했다. 

삼성카드에 따르면, 올해 4월에는 자체 데이터 플랫폼 ‘블루 데이터 랩’을 시작했다. 삼성카드 블루 데이터 랩은 빅데이터 기반 통계지수, 데이터 분석 리포트, 유료 고객 맞춤형 리포트 서비스 등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픽사베이 제공.

다만 삼성카드는 마이데이터 자격을 확보한 지난해 “민간 영역 뿐만 아니라 정부, 공공기관 등의 데이터사업에 함께 참여하는 등 공동 브랜드 활동을 펼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활동은 보여지지 않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카드가 마이데이터 사업자 자격을 땄을 때만 하더라도 경쟁사들이 모니모 플랫폼을 활용한 다채로운 활동을 펼칠 것으로 기대했다”며 “사업 자격을 딴지 1년이 넘었는데 특이점 없이 조용한 것이라면 사실상 금융위원회가 내실없는 사업자에게 자격을 남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쟁 카드사 중 삼성카드와 마찬가지로 금융지주 계열이 아닌 BC카드의 경우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소상공인 상권을 분석하고, 대안신용평가에 활용하는 등 활발한 사업역량을 펼치고 있다”며 “업계 3~4위 수준의 삼성카드가 마이데이터 사업에 소극적인 건 의지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물론 현재 시장에서 마이데이터 사업 자체가 녹록치 않은 건 사실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2020년부터 인프라를 준비하고 먼저 들어간 카드사들 역시 마이데이터 사업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 실정상 회사가 투자비용 대비 마진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닐 뿐더러 유지보수 비용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사업에 참여한 회사들도 현실적인 시장 규모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3년이나 늦게 들어 온 후발주자가 차별화 된 사업 아이템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카드와 함께 삼성금융네트웍스에 묶여 있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업계에서 규모가 제일 큰 것과 반대로 데이터 사업에 소극적인 것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업계 다른 관계자는 “보험업의 경우, 복잡한 계약내용 탓에 아직까지도 디지털 플랫폼이 아닌 대면 영업 방식이 절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보험업계 자체가 다른 금융업보다 데이터 사업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모니모에서 마이데이터를 기반한 자산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며 “삼성금융네트웍스가 가진 소비, 보험, 투자, 연금, 건강 영역에서 세밀한 분석과 진단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 사업 경쟁력 강화 등 미래성장기반 마련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