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가 휩쓴 폭락장, 살아남을 종목은?
유틸리티, 필수소비, 인버스 등 상승 마감
“삼성전자가 하루만에 10% 이상 빠졌다. 대한민국 확실히 망했다. 모든 종목이 떨어지고 있어 도대체 어디에 투자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주식토론방 커뮤니티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주가 폭락에 한탄했다. 최근 미국에서 촉발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로 국내 주식시장 역시 급락하고 있다. 투자자 사이에선 폭락장에서 살아남을 ‘방어주’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77%(234.64포인트) 빠진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코스피에서 1조4000억원 가량을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주요 종목 중 삼성전자는 하루에만 10.30%(8200원) 빠졌다.
이 밖에 SK하이닉스(9.87%), 현대차(8.20%) 등 상반기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 종목으로 기대를 모으며 힘겹게 쌓은 주요 종목들의 주가가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이날 오후 2시14분부터 20분간 코스피의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 위해선 주가가 전일 종가 지수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주식 관련 선물·옵션 시장의 거래도 중단됐다.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와 함께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며 글로벌 증시 전반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7월 실업률이 6월의 4.1%에서 4.3%로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 10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미국의 일자리 증가는 11만4000개로 예상치(17만5000개)를 크게 못 미쳤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당일 하루에만 1.51%(610.71포인트) 빠졌다. 나스닥종합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각각 2.43%, 1.84% 떨어졌다.
안전선호 심리 속 10년물 금리는 4%를 하회하며 3.8%까지 하락했으며 경기 둔화에 따른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확대되며 2년물 국채금리 역시 30bp 가까이 급락했다.
미국 경기 우려와 더불어 최근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 엔화 강세가 겹치며 달러 인덱스 역시 1% 이상 급락했으며, 경기 하락에 따른 수요 둔화가 반영되며 유가 역시 3.7% 급락했다.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소위 방어주로 불리는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등은 주가 하락 폭이 덜했다.
같은 날 코스닥 종목 중 연료용 가스 제조 및 배관공급 기업 지에스이(GSE)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6.59%(94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성에너지 역시 +12.15%(1250원)로 장을 마감했다.
액화석유가스(LPG) 관련 종목으로 흥구석유와 중앙에너비스도 각각 3.88%, 0.63% 상승 마감했다. 이 밖에 아스팔트 플랜트 사업 스페코 역시 9.88%(325원)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 종목 중에선 대성에너지가 12.15% 상승 마감했다.
특히 주가 하락에 투자하는 인버스 상품이 급등했다. 이날 ‘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는 하루 만에 18.55% 급등했다. ‘코덱스 코스닥150선물인버스’과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도 각각 11.08%, 10.75% 올랐다.
증권업계에선 헬스케어와 소프트웨어 업종의 반등을 기대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박성제 하나증권 연구원은 “2일 코스피 급락과 지난달 11일 코스피 고점 형성 이후 하락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잘 버틴 업종들이 오히려 차기 주도주가 될 수 있다”며 “헬스케어와 소프트웨어 업종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두 업종의 현재 12개월 예상 영업이익은 2023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 중이고 주가수익비율(PER)은 연초 대비 하락했다”며 “매수 타이밍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주가조정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R에 대한 합리적 의심에 따른 주가 조정으로 판단되나, 코스피가 하루만에 200포인트 이상 떨어지고, SK하이닉스가 10% 가까이 하락한 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름과 추석 연휴 기간 사이에는 조정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난해에도 시장은 10월말을 지나면서 상승했다”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당시 조정의 이유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며 “지금은 인플레이션보다 경기침체를 걱정했지만 당시에는 경기침체보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조정이 있으니 대응전략은 필요하다”며 “시장 조정에서는 기준을 잡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조정 구간에 금리 5%를 넘기지 않으면서 시장 반등이 있었다면 지금도 비슷할 수 있고, 지난해 말 시장금리 수준(대략 3.7%)이 기준이 될 수 있다”며 “미국 경제가 견고하다면 다시 반등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수준인 101포인트 수준 정도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