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Y] 카카오금융, 사사건건 금감원과 엇박자
카카오페이, 고객동의 없는 고객신용정보 알리페이 제공 지적에 “문제없다” 맞짱 카카오뱅크,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 금감원장 공개비판에도 주담대금리 0.50% 인상
지난 8일 그룹 총수라 할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가운데, 그룹 내 금융 관계사인 카카오페이가 고객신용정보 무단 해외 제공 논란으로 금감원과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여기에 금감원장이 공중파에 나와 대출금리 인상을 작심 공개비판한 뒤에도 보란 듯이 다음날 금리를 올려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하는 금융회사가 목줄을 잡고 있는 금융당국과 대립하는 초유의 상황은 왜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요?
26일 카카오뱅크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혼합·변동) 금리를 0.50%포인트(p) 높이고, 전월세대출 금리를 0.10%p∼0.50%p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주말 사이 미 연방준비제도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시기가 임박했음을 시사하고, 빅컷(0.50% 인하)이 있을지 여부를 두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최근까지 주요 시중은행들은 앞다투어 대출 금리 인상을 이어왔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가계대출이 주담대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 이어지자 감독당국이 이를 비공개적으로 창구지도 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2일 금리인하를 위한 대외여건이 무르익었음에도 정부로부터 “아쉽다”는 이례적 평가를 들으면서까지 금리를 동결한 것도 다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26일 카카오의 주담대 금리 인상 전 주말 이복현 금감원장이 공중파에 출연해 “최근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수도권 집값과 관련해서는 개입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고 말한 뒤에 취해진 조치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입니다.
특히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는 행태를 보고 이 원장이 "연초 은행들이 설정한 스케줄보다 가계대출이 늘었는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금리를 올리면 돈도 많이 벌고 수요를 누르는 측면이 있어서 쉽다"며 "저희가 바란 건 (쉬운 금리 인상이 아닌) 미리미리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감원장의 발언을 무시한 처사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물론 월요일 금리 인상을 위해선 이미 주말에 들어가기 전에 스케줄을 다 맞춰놓고 그에 따른 이행 시스템 가동 준비를 완료해 급작스런 변경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일반 은행들 같았으면 금리인상을 예정하고 있었더라도 금감원장 발언을 보고 주말에 나와 철야 작업을 해서라도 상황을 뒤집었을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앞서 카카오의 또 다른 금융 관계사인 카카오페이는 고객 동의없이 2대주주인 알리페이에 민감한 고객 신용정보를 넘겨줬다는 점이 금감원 감사에서 절박돼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금감원은 지난 5~7월 사이 카카오페이의 해외결제부문에 대한 감사를 통해 해외결제를 이용하지 않은 고객까지 포함한 카카오페이 ‘가입 전체 고객의 개인신용정보’를 알리페이에 제공한 점, 해외결제 대금 정산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 고객신용정보 제공 등을 문제삼아 제재 절차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다만 카카오페이는 이 부분에 대해 “자신들의 업무처리에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추가적인 자료 공개를 통해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와 체결한 일체의 계약서를 확인한 결과,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에 NSF스코어 산출·제공업무를 위탁하는 내용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페이 측은 “알리페이와 위수탁 관계로 고객 동의없이 신용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결제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검사결과 아니라고 주장하는데도 그것이 틀렸다며 맞서는 용기도 대단하지만, 한편으론 금감원이 맞다고 인정하는 것도 카카오페이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설명을 내놨습니다. 금감원이 맞다는 것은 인정하는 일은 처음부터 알고도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떠나 쉽게 인정하기도 어려운 일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다만 논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감독당국을 설득해 최종 발표를 하기 전에 논의의 테이블로 당국을 불러오든, 아니면 발표가 난 결과에 대한 수긍을 하든 둘 중 하나를 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25일 공중파에 출연한 이복현 원장은 카카오페이 사태에 대해서도 “법 위반을 떠나 적정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해 법상 위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조치가 옳았는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카카오페이가 고객 정보를 암호화해 문제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지만, “알리페이가 개인정보를 복호화해 운영하려던 목적이 명백하기 때문에 (암호화 여부는) 법률적 공방 과정에서의 기술적 싸움”이라며 문제의 본질이 아님을 지적했습니다.
사전에 국민들로부터 동의 절차를 득하지 않은 정보제공 행위 자체는 법과 상관없이 문제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른바 레거시 금융으로 불리는 기존 금융사들이 오랜 기간 당국과 협의하며 쌓아놓은 문화가 새로운 금융회사 입장에선 답답하거나 불합리해 보이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금융은 민간의 영역에 있더라도 국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익의 관점을 넘어 공공의 이익이라는 관점도 동시에 고려해야 함을 신생 금융사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