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영웅 CEO]④현대카드 정태영

브랜드 혁신 뿐만 아니라 건전성 유지도 집중

2024-08-30     조성진 기자

금융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난세를 헤쳐 나가는 영웅적인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이 시대, 기업의 성공을 이끄는 영웅은 대표이사(CEO)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 혁신을 주도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조직을 새로운 길로 인도하는 비전과 실행력을 가졌다. 스트레이트뉴스 ‘난세영웅 CEO’ 시리즈를 통해 각 금융사 대표의 리더십 스타일, 전략적 결정, 그리고 그들이 만든 성공 스토리를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현대카드 제공.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수식어는 단연 ‘브랜드 혁신의 아이콘’이다.

정 부회장은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의 틀을 깨고, 현대카드를 새로운 형태의 소비자 중심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비전을 꾸준히 실현했다.

정 부회장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MBA 과정을 이수했다. 다른 금융사 대표와는 다르게 유튜브 채널 ‘현대카드 다이브(Dive)’의 오버 더 레코드(OVER THE RECORD)에 직접 출연해 브랜딩·세일즈·마케팅 관련 강의를 하며 디자인에 대한 남다른 전문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에 현대카드의 상품 디자인부터 판매 전략까지 다양한 고민을 자주 공개한다.

카드업계에선 “정 부회장 주도로 현대카드는 전통적인 여신업을 뛰어 넘어 ▲데이터 분석 ▲디지털 마케팅 ▲프리미엄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실제 현대카드는 독창적인 마케팅 전략과 고객 경험 중심의 혁신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

가령 현대카드는 2015년 첫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선보인 후 2020년 각종 파트너사들과 함께 2000건이 넘은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마케팅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이날도 PLCC 파트너사인 대한항공과 제네시스, SSG PLCC를 한 장에 담은 ‘3 Body-A 현대카드’를 공개했다. 3 Body-A 현대카드는 한 브랜드의 리워드만 적립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PLCC의 관념을 깨고, 신용카드 한 장으로 세 PLCC의 리워드를 동시에 받을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와 제네시스의 블루멤버스 포인트, SSG.COM의 SSG MONEY 3종의 리워드를 회원이 원하는 비율로 모두 적립할 수 있다. 결제 시 받을 수 있는 브랜드별 리워드의 비율은 회원이 10% 단위로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현대카드는 디자인 특허를 내기도 했다. 국내 금융회사가 디자인특허를 내는 건 드문 일이다.

미국특허청(USPTO)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2006년 현대카드 서체를, 2016년에는 하나의 플라스틱 실물카드에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기능을 모두 담은 특허를 등록했다. 

미국특허청(USPTO)에 등록된 현대카드의 체크/신용카드 듀얼 모드 실물카드 디자인 특허 도면.

특히 지난해 상반기 정 부회장 주도로 국내 지급결제시장에 애플페이를 도입했다. 애플페이는 국내 결제망이 아닌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망을 쓴다. 애플페이가 도입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현대카드 해외 결제실적은 약 1.7배 늘었다. 회사의 1분기 외환거래이익은 111억원을 달성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페이 효과 덕분에 아이폰 시리즈가 새로 나올 때 마다 통신요금 납부를 위한 신용카드를 현대카드로 바꾸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특히 국내 교통카드에 애플페이 기능이 적용된다면, 현대카드를 찾는 소비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현대카드는 디지털 혁신 뿐만 아니라 건전성 관리를 통한 ‘건강한 실적 키우기’에 힘쓰는 모습이다.

현대카드는 상반기 영업수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1% 증가한 3068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실적 증가는 상품체계 개편과 프리미엄 라인업 확대로 인한 금융자산 성장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4.2% 증가한 1638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금융자산 성장에 따른 충당금 적립 확대와 조달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이 각각 3.3%와 0.6% 상승하며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특히 회사는 건전성을 중심으로 한 경영 기조를 강화한 모습이다. 2022년 상반기 0.89%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각각 0.71%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카드업계에서 연체율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우량 회원 중심의 금융 취급 확대와 자산건전성 관리로 회사는 평년 수준의 금융 취급액 회복을 달성했다”며 “총 취급액은 87조7792억 원으로 15.4%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대카드의 신용등급과 전망치를 각각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로 상향했다.

S&P는 “현대카드가 고객의 신차 구입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차량 내 결제(ICP) 등 결제사업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대차·기아의 신차 판매 촉진 전략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