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의 반격]①미래에셋 ETF, 삼성운용 추격

국내상품 강자 삼성자산 채권 및 금리형 상품 확대 해외상품 초강세 미래에셋...삼성도 라인업 확대 맞대응

2024-09-10     조성진 기자

국내 금융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회사와 이를 맹추격하는 2등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1등을 쫓는 추격자는 새로운 시장을 겨냥한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이는 상황입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2등의 반격> 시리즈를 통해 금융업권별 시장 쟁탈전과 전략적 차이를 집중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삼성자산운용 제공.

자산운용업계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점유율 쟁탈전이 뜨거운 모습이다. 최근에는 ETF 명가로 손꼽히는 삼성자산운용에 대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외투자 상품으로 맹추격하는 모습이다. 

1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상반기 영업수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0% 높은 1480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 역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13%, 6.05% 높은 421억원, 510억원을 달성했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ETF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코덱스(KODEX) ETF 시리즈 전체 운용 규모는 약 61조원으로 집계됐다. 단일 종목으로 봤을 때 전체 ETF 중 순자산 규모가 제일 큰 상품은 코덱스 CD금리액티브 ETF 상품으로 9조4000억원이 운용되고 있다.

이 밖에 코덱스 200 ETF 규모는 6조1000억원으로 전체 주식형 ETF 중 최대 규모로 나타났다.

삼성자산운용은 2022년 금리연계형 파킹 ETF의 일환인 코덱스 KOFR금리액티브를 선보였다. 상품 운용 규모는 약 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올해 4월 상장 코덱스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 등 금리연계형 파킹ETF 상품군을 다양화 시켰다.

8월 초 상장한 코덱스 머니마켓액티브는 가파른 성장세로 순자산 9228억원을 기록했다. 상장 한 달여 만인 이번 달 5일 기준 해당 상품 자산규모는 1조원을 돌파했다. 초단기 채권과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는 등 머니마켓펀드(MMF)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연금용 장기 적립식 대표 상품인 미국 대표지수TR ETF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삼성자산운용의 S&P500TR ETF와 나스닥100TR ETF 순자산은 각각 1조7000억원, 1조2000억원으로 합산 규모는 3조원가량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두 상품에 적극적으로 유입된 것은 TR 상품의 특성상 해당 상품들의 수익률이 동일 지수를 추종하는 타 상품 대비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두 상품은 총 보수율이 0.0099%로 동종 지수 ETF 중 최저 수준이다. 

회사는 차별화된 해외 상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올해 코덱스 글로벌비만치료제 톱2 플러스 ETF, 코덱스 인도타타그룹 ETF, 코덱스 대만테크고배당다운존스 ETF 등 차별화된 해외상품 라인업을 선보였다. 코덱스 인도타타그룹 ETF의 1개월, 3개월 수익률(기초지수 기준)은 각각 5.28%, 9.56%를 달성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인도의 3대 고성장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소비·인프라·IT 산업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며 “또한 인도 3개 고성장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인도 최대 재벌 타타그룹의 주요 10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라 수익률이 니프티(Nifty) 50 지수 대비 좋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강점인 해외투자 ETF로 삼성자산운용을 맹추격하는 모습이다. 6월 말 기준 집계된 타이거(TIGER) ETF 순자산은 55조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52.78% 증가한 수준이다. 

6월 말 기준 해외투자 타이거 ETF 순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높은 16조원을 기록했다. 국내 해외투자 ETF 전체 시장규모가 28조원인 것을 놓고 봤을 때 57.14%를 차지하는 규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타이거 ETF의 개인 누적 순매수 규모는 총 1조547억원을 기록했다.  

타이거 미국배당+프리미엄다우존스 ETF는 미국 우량 배당주 100종목을 편입한 미국배당다우존스 지수에 투자한다. 이들 기업은 단순히 배당 수익률만 높은 것이 아니라 10년 이상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해오며 성장성과 재무 건전성을 인정받은 우량 고배당 기업이다.

커버드 콜 전략을 활용해 매월 수익을 받는다. 콜옵션을 100% 매도해 주가가 상승할 때 수익률이 제한되는 일반적인 커버드콜 ETF와 달리 매도 비중을 조절해 주가 상승을 따라간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AI 고점론 및 경기침체 우려가 상존하는 가운데, 기존 테크 중심의 포트폴리오와는 다른 성격의 ETF를 편입하여 변동성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낮은 변동성의 미국 배당주 투자와 타깃 커버드콜 전략으로 월 0.8~0.9%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타이거 미국나스닥100+15%프리미엄초단기 ETF는 나스닥100 지수에 투자하며 연 15%의 배당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월배당 커버드콜 ETF다. 초단기(Daily)옵션 전략을 통해 옵션 매도 비중을 10% 수준으로 줄이고, 나머지 90% 내외는 나스닥100 지수 상승에 참여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주가가 상승할 때 상방이 제한되는 기존 커버드콜 ETF의 단점을 보완했다. 

블랙 먼데이 이후 미국 증시가 급반등한 지난달 6일 타이거 미국나스닥100+15%프리미엄초단기 ETF의 일간 수익률은 5.13%를 기록했다. 이는 해당 기간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타이거 미국나스닥100 ETF 수익률(5.20%)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밖에 타이거 미국30년국채프리미엄액티브(H) ETF는 콜옵션을 30%만 매도하는 부분 커버드콜 전략으로 월 1% 수준의 분배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금리 인하로 인한 미국 장기채 가격 상승에 약 70% 참여할 수 있어 자본 차익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 관계자는 “7월 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글로벌 ETF는 585개에 달한다”며 “미래에셋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혁신 성장 상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마케팅본부장은 "약 150조원 남짓한 국내 ETF시장에서 원조격인 삼성자산운용이 약 59조원, 미래에셋이 약 55조원 수준으로 박빙의 1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국내 지수형 상품을 중심으로 1위를 차지해온 삼성을 미래에셋이 해외투자 증가 추세에 강점인 해외지수형 상품을 등에 업고 추격하는 형국"이라고 판세를 진단했다.

이어 "다만 최근 금리인하를 앞두고 채권투자를 ETF로 하는 사람들이 늘고 금리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삼성이 다시 힘을 내고 있고, 미래에셋의 공세에 맞대응해 해외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 왕좌 다툼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3위 KB자산운용과 4위 한국신탁운용과의 경쟁도 불을 뿜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ETF 순자산총액 규모는 3위 KB자산운용이 12조111억원,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이 10조8743억원으로 시장점유율은 각각 7.82%와 7.08%로 0.72%p 차이를 보이고 있다.

뒤를 이어 신한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순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