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의 반격]➂신한카드 쫓는 삼성·현대·KB

기존 전통 사업 한계..디지털·해외사업 역량 확대

2024-09-20     조성진 기자

국내 금융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회사와 이를 맹추격하는 2등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1등을 쫓는 추격자는 새로운 시장을 겨냥한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이는 상황입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2등의 반격> 시리즈를 통해 금융업권별 시장 쟁탈전과 전략적 차이를 집중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신한카드 본사 전경. 신한카드 제공.

최근 국내 1등 신용카드사 신한카드를 추격하기 위한 삼성·현대·KB국민카드의 저변 확대가 돋보인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 성장한 379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는 순이익으로 각각 3628억원, 2557억원을 기록했다. 뒤이어 현대카드가 1562억원을 기록하며 이들 회사를 추격했다.

카드업계에선 “소상공인 중심의 오프라인 매장 결제 수수료 규제와 여전채 금리 이슈 등으로 업황이 갈수록 침체되어 가고 있다”고 호소한다. 카드 결제 수수료, 신용대출 이자 마진 등 전통적인 영업방식으로는 획기적으로 실적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달 김병환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신용판매는 이미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에 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삼성·현대·KB국민카드 등 2~3위권 카드사들은 디지털 사업과 해외사업 역량 확대 등 새로운 활로를 통해 신한카드를 추격하는 모습이다. 

삼성카드는 현재 본인신용정보관리업 투자자문업 개인사업자신용평가업 데이터전문기관 등 4가지의 데이터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인 사례로 2020년 9월부터 고객의 필요와 상황에 가장 적합한 서비스나 혜택을 실시간으로 추천하는 'AI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삼성카드가 빅데이터 마케팅 사업에 힘을 쏟는 것은 빅데이터 분석이 카드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산업은 2027년까지 2022년 대비 2배 가량 성장한 5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카드 역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역량도 키우고 있다. KB국민카드는 방대한 카드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술을 접목한 개인화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AI 마케팅 전용 시스템인 인공지능 마케팅 시스템(AIMs)을 통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이 회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익적 활동과 수익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데이터 비즈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지자체와 협력해 상권 분석 데이터 등을 제공함으로써 공공부문에서의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으며, 민간 부문에서는 각 기업의 데이터 수요에 맞춘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KB국민카드의 경우, 글로벌 법인 효율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최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현지 금융환경이 더욱 악화된 탓이다. 

먼저 캄보디아의 경우 현지 경제 회복이 지연되면서, KB대한특수은행(KDSB) 자산 축소와 연체 회수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2022년 말 인수한 리스사 아이파니낸스리싱(i-FL)과의 합병을 연내에 완료하여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특별금융 프로그램 종료로 인해 인도네시아 내 신용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KB 파이낸시아 멀티 파이낸스(KB FMF)는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성 중심으로 상품 라인업을 재편하고 있으며, 연체 회수에 집중하고 심사정책을 강화하는 등 내실경영을 추진 중이다.

태국 역시 코로나19 기간 중 시행된 특별금융 프로그램 종료 이후 신용리스크가 증가했지만, KB제이캐피탈은 단말기 할부금융 상품(SF+) 판매 증가로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신용리스크가 안정화 이후 더 큰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향후에도 해외법인의 수익성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지속 가능한 내실 성장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각 법인의 구조조정 및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며, 글로벌 사업을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픽사베이 제공.

이 밖에 경쟁사인 현대카드의 경우, 현대·기아차,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네이버, 코스트코, 스타벅스 등 국내외 유력 기업과 손잡고 상업자표시카드(PLCC)를 잇따라 출시했고, 이들과 함께 고도화된 데이터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해외법인을 설립하는 방향 보단 데이터 기반 마케팅 등 선진화된 디지털 서비스를 수출하고 현지 기업들과 협업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카드는 비자(VISA)와 손잡고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 솔루션 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대카드는 2022년 일본에 자체 개발한 IT시스템을 수출한 경험이 있는 만큼, 데이터 사업과 관련된 해외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해외법인 설립시 감당해야하는 초기 투자비용, 현지 당국 제재 등 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도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위권 업체들의 추격이 거센 가운데, 1등 신한카드는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도 1등 자리를 지키기 위한 응전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지난달 신한카드는 개방형 데이터 마켓플레이스 ‘데이터바다(DataBada)’를 선보였다. 신한카드가 보유한 3200만 명에 달하는 고객 규모와 월 평균 3억5000만 건에 달하는 소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데이터 상품과 솔루션은 물론, 스타트업 등 외부 협력사의 데이터 솔루션도 이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신한카드는 향후에도 데이터바다를 통해 신한카드의 빅데이터 분석 노하우가 담긴 다양한 데이터 상품·솔루션으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고객과 협력사 모두 성장하는 데이터 생태계 선순환에 기여할 것이란 입장이다.

이 밖에 신한카드는 다양한 데이터 사업을 통해 데이터 생태계 활성화에 앞장섰다. 2021년에는 민간데이터댐인 ‘그랜데이터(GranData)’를 출범했고,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업, 마이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 사업을 영위할 뿐 아니라 그룹 통합 데이터 플랫폼인 ‘신한 원 데이터(One Data)’를 구축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데이터 소외계층인 중소기업·소상공인·스타트업을 위한 신규 부가서비스 창출도 추진하고 있다”며 “소비정보와 통신·부동산·쇼핑정보·온라인정보 등 비금융 정보를 결합해 상권 및 소비행태 분석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