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개월 만의 금리인하…가계 이자 부담 연 3조↓
취약차주 및 소상공인 이자 부담 경감 기대 미국은 CPI 예상 초과…금리인하 속도 조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1일 오전, 마침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면서 본격적인 통화정책 기조 전환(피벗)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 2021년 8월 금리 인상 시작 이후 첫 인하로 약 38개월 만이다. 한계상황에 다다른 취약차주와 소상공인에게는 단비가 될 전망이다.
11일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25bp 낮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한은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 내리고, 대출금리가 같은 폭으로 하락시 가계의 연간 대출이자 부담은 약 3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1인당 경감 금액은 평균 약 15만3000원 선이다.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의 경우 이자 부담이 약 2000억원(1인당 12만원) 줄어들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9.83%를 기록한 취약차주 연체율은 올해 3∼4분기 10.2%까지 올랐다가 금융 여건이 완화하면서 내년 4분기에는 8.47%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을 포함한 기업의 이자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한은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p 내리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1조7000억원가량 감소한다. 1인당 평균 부담 축소액은 약 55만원 수준이다. 다중 채무자의 경우 1인당 약 69만원 수준의 감소가 예상된다.
한은이 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면서 고금리 장기화로 악화된 가계·기업의 대출 건전성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그동안 한은이 금리 인하를 주저해왔던 이유인 주택가격 상승, 가계부채 누증 등 부정적 영향에 대한 위험성은 더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시장, 가계부채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준비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 정부의 가계부채 비율 하향 안정화에 대한 시장 신뢰가 유지되도록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간 조화로운 정책조합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일 미 노동부는 9월 CPI가 전월보다 0.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시장 예상치 0.1% 상승보다 높은 수치다. 9월 근원 CPI도 전년 동기 대비 3.3% 오르며 시장 예상치 3.2%를 웃돌았다. 미 연준이 향후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속도를 조절하게 될 유인이 더 늘어난 셈이다.
다만 지난 5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 25만8000명으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 23만1000명을 웃돌았다. 금리인하를 늦춰야 할 이유와 더 내려야 할 이유가 충돌한 상황으로 향후 금융시장의 눈치보기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의 적시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월에는 정부가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한 다음 금리를 인하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며 "한은이 실기하지 않았냐는 분들이 있는데, 8월에 금리 인하를 안 했는데도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을 예상했는지 그분들에게 물어봐 달라"고 되물었다.
이 총재는 또 "한은이 좌고우면하는 과정에서 금리를 더 올리지 못해 이런 상황이 초래됐다는 견해도 있다"며 "그런 비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물가를 안정시키는 과정은 한 사이클 끝났다"며 "어느 나라보다 빨리 물가 목표 2%를 달성했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나 외환시장도 큰 문제 없이 관리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인하 폭과 관련, "(한국이) 미국처럼 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내릴 상황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10% 이상 올랐고 금리를 5%포인트 이상 높였다"며 "그러니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른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는 금리를 3% 올렸다"며 "우리도 0.5%포인트 떨어지겠구나, 돈 빌려도 문제없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해 과도한 부채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당일 한은의 간담회 입장과 통방문 내용 등에 대해 '비교적 매파적인 금리인하'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iM증권 김명실 연구원은 당일 보고서를 통해 "11월 추가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은 편"이라며 "내년 1월 추가 인하 예상되며, 최종 정책금리 수준은 2.00~2.50% 범위내 수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로 부동산 및 가계대출에 대한 한은의 여전한 불안감을 꼽았다. 통방문 내 정책운용 파트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리스크는 여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한 부분과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을 신중히 결정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가 시장의 추가 인하 기대감을 낮추려는 의지라는 해석이다.
기자간담회에서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 전망의 경우 5명의 금통위원이 동결, 1명의 금통위원이 인하 의견을 개진했다"며, "물론 3개월 조건부 의견이기 때문에 국내 지표나 대외여건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문이나, 큰 이변이 없다면 당장 11월에는 5명의 금통위원이 인하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