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학회 서지용 “3년 단위 적격비용 불합리”
계좌 내 결제내역 한눈에 '마이페이먼트' 실효성 의문 공정한 환경 기반한 경쟁 강조...산정 주기 재검토해야
서지용 신용카드학회장은 “적격비용 제도가 불합리한 상황에서 마이페이먼트(MyPayment) 제도의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14일 여신금융협회는 ‘2024 여신금융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마이페이먼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카드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서지용 신용카드학회장은 “마이페이먼트 사업은 상당히 중요한 정부 과제”라며 “국내 결제시장에 정착된다면, 생태계 전반의 포스트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 학회장은 “다만 지금처럼 3년마다 정부가 적격비용 재산정을 주도하는 구조에선 카드사가 마이 페이먼트를 통해서 경쟁력 있는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 설명했다.
마이페이먼트는 금융회사 등이 이용자에게서 결제·송금을 받아 이체를 실시하도록 전달하는 서비스로, 돈의 흐름을 한 눈에 알 수 잇는 서비스를 말한다. 카드사나 은행 계좌 등을 등록할 필요 없이, 자신이 사용하는 앱에서 바로 결제를 할 수 있어 편리하다.
생체인식 등을 활용해 보안 이슈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 장점이다. 9월부터 마이페이먼트 사업 라이선스 도입 및 기존 7개 전자금융 사업 라이선스를 3개로 간소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전자금융업 개정안이 시행 중이다.
그는 “빅테크와 테크핀, 심지어 유통업도 결제업에 뛰어든 상황”이라며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적용을 받아 적격비용 규제를 받고 그들은 자유로운 상황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공정한 경쟁자가 되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격비용 재산정은 3년마다 한 번씩 진행된다. 카드사들은 오랜 기간 비즈니스 구조를 정상화하고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개선을 염원해왔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금융당국은 소상공인 부담 경감이라는 취지 하에 카드사를 대상으로 결제 수수료 인하를 압박했다.
서 학회장은 “3년 주기로 고정된 적격비용 재산정 방식이 최근 금융 시장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유연화하고, 금융시장의 급변 시 수수료율 재조정이 가능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매출 3억~30억원 규모 소상공인의 카드결제 수수료율은 2012년 말 기준 약 3.6%였으나 현재는 1.1~1.5%까지 내려왔다. 연매출 3억원 이하인 이들의 결제 수수료는 4.5%에서 0.5%까지 감소했다.
서 교수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개인회원 연회비율에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카드 의무수납제 등 소형 가맹점의 영업 자율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러한 개선안들은 영세·중소 가맹점의 부담을 줄이고, 카드사 수익 구조의 왜곡을 바로잡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카드 수수료 규제 정책과 이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미국이 카드 수수료에 대해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보다는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며, 소비자를 보호하는 간접적인 규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조바이든 정부는 미국 의회에 ‘신용카드경쟁법’을 제안했다. 네트워크 및 카드 발급자(계열사와 함께 1000억 달러(135조68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카드 발급자)가 거래를 단일 네트워크 또는 제휴 네트워크로만 제한하는 것을 금지하고, 또한 네트워크 중 적어도 하나는 발행된 신용카드 점유율 기준으로 가장 큰 두 개의 네트워크 중 하나가 아니어야 하는 게 핵심이다.
강 교수는 “이 법안은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독점적 지위를 약화시켜 가맹점과 소비자 모두에게 더 나은 경쟁 환경을 제공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신용카드 수수료에 대한 직접적인 상한 규제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카드 수수료 인하는 간접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호주 사례를 통해, 국내에서도 사회적 비용 절감과 실효성 제고를 위해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호주가 적격비용 산정 과정을 폐지하고도 시장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관찰하면서 효과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적격비용 재산정이 꼭 필요할 때만 실행하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세∙중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라는 정책적 목적은 이미 달성된 상황”이라며 “적격비용 재산정에 있어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국내 적격비용 제도의 모태가 되는 호주와 미국 등에선 최근의 환경 변화에 맞게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향으로 카드수수료 규제정책이 변화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작 외국의 수수료 제도를 들여온 한국은 과거의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정 협회장은 “최근 간편결제수단의 급속한 발전은 카드사에게 보다 장기적인 투자계획과 혁신서비스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런데 카드사는 3년마다 행해지는 카드수수료 재산정으로 인해 상당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소모하다 보니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비용절감에만 매진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다양한 환경 변화를 반영한 카드수수료 제도의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면, 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적 비용이 절감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적격비용 산정주기를 연장하거나 필요한 시점에만 재산정을 행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