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대 임박..추가 금리인하 악영향?
외인, 한달동안 삼성전자 12조원 팔아치워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이어 이번달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원화 가치 격차는 갈수록 약해지는 상황이다. 트럼프 트레이드에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를 팔아치우면서 달러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탓이다.
증권업계에선 원·달러 환율이 곧 1400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의 연내 추가 통화정책 완화 여력도 녹록치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2원 내린 1382.0원에 출발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하나 달러 강세 지속 및 대외 불확실성 등에 소폭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해서 불안한 모습이다. 4월 16일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력충돌 이슈로, 9월 16일에는 연준의 금리인하 이슈로 각각 장중 1400원선을 터치하기도 했다. 전날에도 장중 1385.1원까지 치솟는 등 약세 모습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약세인 이유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 지지율이 높아졌는데 이는 투자 매력 상승과 달러 가치 상승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해리스의 지지율은 두 달 동안 정체 상태지만, 트럼프의 지지율은 8월 45%에서 현재 47%로 올랐다.
시장에선 그가 재선에 성공하면 지난 재임기간 때 시행한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 무역 보호주의 정책 등을 반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대통령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2017년 기업의 법인 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했다. 이 영향으로 현지 기업들의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또한 그가 재선에 성공하게 되면 연방정부 재정 지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부채가 증가하면 현지 국채 발행이 많아지고 이는 가격 하락, 즉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금리가 인상되면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증가하고 글로벌 자본이 미국으로 유입될 수 있다. 이는 달러화 수요를 증가시켜 달러 강세로 이어지며, 원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게 되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호조와 국채 금리 상승, 트럼프 당선 가능성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재료"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시 원·달러 환율이 재차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과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단기간 너무 급등했다는 점에서우선 1390원을 저항선으로 보지만, 오버슈팅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금리 인하 사이클에도 통화정책을 활용한 양호한 성장과 달러화 표시 자산에 대한 수요가 달러화 가치를 지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약달러 정책을 적극 펼치지 않는 이상 내년 원·달러 환율도 1270원 아래로 내려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대량 순매도 현상도 원화 약세 현상에 큰 이유로 해석된다. 외국인 투자자는 9월 3일부터 전날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약 12조원(약 87억 달러) 팔아치웠다.
문제는 환율시장 움직임을 보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하기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연준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 금통위가 추가 금리인하를 하고 싶어도 원화 약세 현상이 지속되면, 통화정책 강도를 완화하기 녹록치 않게 된다. 기준금리가 낮으면 시장금리가 낮아지고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그만큼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시장에선 3분기 성장률이 0.2∼0.3%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그럴 경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돼 원화 약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은행 역시 원화 약세 현상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다.
이번주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DC을 방문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외교협회 대담에서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돌파했을 당시 크게 비판받았는데 당시 시장에 개입했어야 하는 기술적 요인이 있었다”며 1400원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이 금리인하 속도조절을 하면서 강달러 현상에 환율이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