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미 대선·FOMC..숨죽인 시장
트럼프 vs 해리스 지지율 박빙 대선 결과, 통화정책 영향 불가피
미국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오는 8일에는 연방준비제도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주요 이벤트까지 이어지며 시장 참여자들이 숨을 죽인 상황이다. 후보자간 우열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결과에 따른 파장 수읽기가 한창이다.
3일(현지시간 기준) 주요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데이비드 켈리 JP모건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훨씬 더 확장적인 재정 정책과 무역 전쟁, 커지는 적자 폭 및 높은 금리 환경에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높은 관세를 매기고 이민을 제한하는 등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재선에 성공한다면 연방 재정 적자가 심화하고 결국 통화정책 강도를 다시 높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켈리는 “만약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현재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경제가 연착륙을 향한 궤도를 이어갈 것”이라며 “해리스가 당선되면 연준이 정책 완화 경로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경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려줄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정치에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며 “11월 FOMC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하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9월 FOMC에서 금리를 한번에 0.50%p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는 종전 5.25∼5.50%에서 4.75∼5.00%로 내려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8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98.8%, 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1.2%로 집계됐다.
최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고용지표는 11월 FOMC의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을 더한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는 전월 대비 1만2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만2000개 증가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기 직전인 2020년 12월 이후 최악의 수치다. 전월 22만3000개에 턱없이 못 미쳤을 뿐 아니라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추정치인 11만 개도 한참 밑돌았다.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밑돈다는 건 차후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풀고 금리를 낮춰 시장을 활성화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9월 개인소비지출(PCE) 지표가 전년 대비 2.1% 상승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노동 수요와 공급 간 격차가 9월 61만 명 수준으로 감소해 빈 일자리 소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연준이 11월, 12월 FOMC에서 각각 0.25%p씩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경기 둔화에 빠르게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여진다”며 “고용시장의 질적 약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 부진 등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의 빅이벤트를 앞두고 방어적인 투자전략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과 FOMC 결과에 따라 미국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기조는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라며 “결과를 모두 확인하고 움직여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만약 연준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확실하게 제시하지 않는다면 높아진 시장금리는 내리지 않고 유지될 수 있고, 주식시장 상승세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투자 포지션에 급격한 변화를 주기보다 방어에만 집중하는 한 주를 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최근 금리와 달러에 재정지출 확대나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디스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둔화 흐름을 고려한다면 연준의 고강도 긴축을 정상화할 필요성은 여전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유가 하락 등 비용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고 노동시장 둔화에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매 FOMC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하는 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미국 증시를 제외한 다른 금융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채 금리 상승 및 관세 부과 위험, 보호무역주의 격화가 글로벌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다”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해리스 후보 당선 시 금융시장이 안도할 수 있는 점은 국채금리 안정과 정책의 연속성”이며 “트럼프가 당선될 때 우려로 꼽히는 미 연준의 무력화라는 위험도 제거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이 지난달 24일부터 전날까지 7대 경합주의 투표 의향 유권자를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조지아 등 4곳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소폭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펜실베이니아(48% 대 48%)와 미시간(47% 대 47%)은 동률이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49% 대 45%) 1곳에서만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다수의 선거인단이 분포된 핵심 지역에서 해리스가 앞서고 있다는 분석과, 속내를 감추고 있는 젊은 백인 유권자들의 표심에 따라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며 끝까지 결과를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