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캐즘 터널 속 트럼프까지.. K배터리 3사 '3색 전략'

전기차 캐즘 속 트럼프 시대 IRA·AMPC 축소 우려.. 전략 마련 분주 LG에너지솔루션, 리비안·스페이스X 등 글로벌 업체와 협력 확대 SK온, 현대차 EREV 등 전기차 외 어플리케이션 등 수요 충족 집중 삼성SDI, ESS용 LFP 정조준.. 현지 생산 장려 예상되는 미국 초점

2024-11-12     함영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배터리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내 배터리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등 기존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3사가 저마다의 방법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 행정부가 내놓을 정책 방향에 국내 산업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특히 배터리사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등을 표방하며 이전 조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예정인 가운데, 특히 IRA 폐지까지 거론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법으로 제정된 IRA 폐지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보조금 규모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으로 그 규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당선은 분명 긍정적인 뉴스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전기차와 이차전지 산업을 미국이 포기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과도하게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 배터리사들로서는 걱정이 큰 상황일 수밖에 없다. 전세계적으로 고금리·고물가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두드러지는 탓에 수익성이 급감해 IRA에 따른 AMPC(첨단제조세액공제)로 간신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MPC가 없었다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이번 3분기에도 영업흑자를 기록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IRA를 손본다면 AMPC 규모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국내 배터리사들의 수익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국내 대표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는 위기 대응 전략 세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원통형 배터리 시장 선점에 집중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애리조나 법인(LG Energy Solution Arizona, Inc.)은 미국 전기차 기업 리비안과 원통형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수주한 제품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는 '46파이' 시리즈 중 '4695(지름 46mm·높이 95mm)' 규격의 제품이다. 물량은 총 67GWh이며, 공급 시작 이후 5년간 납품 예정이다. 리비안이 새롭게 출시할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R2에 우선 탑재될 예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에 공급할 배터리 납품 의뢰를 받아 맞춤형 개발에도 들어갔다. 개발 중인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 제품은 이르면 내년 나올 스페이스X의 우주왕복선 '스타십'에 들어갈 예정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에 이어 우주선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업계 선도주자답게 기존 수요처 외 애플리케이션(해운·도심항공교통(UAM)·로봇·우주선 등)으로 빠른 확장 시도를 하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 연합뉴스

출범 후 12분기 만인 올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반등에 시동을 건 SK온은 당분간 설비투자(CAPEX)는 줄이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 새로운 유형을 공략하기로 하면서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SK온이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EREV 차량을 생산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SK온은 EREV가 전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거나 순수전기차(BEV)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다만 전기차 캐즘으로 전기차 판매가 과도기를 지나는 시점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대체하는 방안으로 해당 차종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대응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미국 대선 이후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가능성을 고려해 전기차 수요 변동에 대한 손익 변동성을 줄이고자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전기차 외 배터리 어플리케이션 수요를 위한 제품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SK온에 대해 AMPC 감소 등으로 4분기에는 다시 적자 가능성이  있자만, 일각에선 내년에 흑자 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교차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는 일회성 수익 기저 효과로 적자 전환이 추정되나 점진적인 가동률 상승으로 내년 2분기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실적 부침이 도드라졌던 삼성SDI는 ESS용 LFP(리튬인산철)배터리에 더욱 집중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3분기 매출(3조9359억원)과 영업이익(1299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72% 감소했지만 ESS용 배터리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30%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에너지밀도와 안전성이 강화된 SBB 1.5 출시 등으로 4분기부터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현재 LFP 대형화와 셀 검증을 마치고 제품 설비 콘셉트를 확장했으며 지난달부터 마더라인(Mother Line) 구축을 시작한 상태다. 2026년 양산과 글로벌 프로젝트 공급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삼성SDI는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목표다. 글로벌 LFP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현지 생산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7월 미국 시장에서 1조원 규모 ESS 공급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SDI ESS 부문이 올해 4분기에도 사업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전 세계 ESS 수요가 구조적으로 성장하고 미국 시장 내 중국 배터리 관세 정책 등을 고려할 때 추가 수주 기대감도 있다"고 진단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