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칼' 뽑았다.. '부진 투톱' 제일제당·ENM 쇄신 향방 어디로?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 전략적 방안 검토.. 해외 공략 M&A 가능성 CJ ENM, '인적 쇄신' 통해 위기 돌파.. 회복세 OTT 티빙 합병에 사활

2024-11-19     함영원 기자
CJ그룹 남대문 본사 전경. 연합뉴스

CJ그룹이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본격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 CJ제일제당, CJ ENM 등 핵심 사업부지만 부진을 겪고 있는 곳에 강력한 변화를 주면서 수익성 회복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CJ그룹은 지난 18일 '쇄신'에 방점을 두고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신임 경영리더에는 젊은 세대를 대거 올렸으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 허민회 대표를 복귀시켜 지주사 대표 '투톱(2 top)' 체제를 완성했다.

CJ의 이번 인사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3개월이나 넘게 앞당긴 셈이다. CJ는 지난해에도 경영환경이 어려웠는데, 때문에 결정이 늦어져 올해 2월에야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위기 극복과 성장 가속화에 초점을 낮추고 빠른 결정을 내린 모습이다.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위기 대비에 속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내년 2월부터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대외적 불확실성도 커져 이에 대한 대비에 힘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CJ그룹 내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CJ제일제당과 CJ ENM에 관심이 모인다. 그룹의 대표 핵심 계열사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계열사보다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341억원) 대비 31% 급감한 1613억원에 그쳤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선 선방했지만 내수 시장에서 성적표가 좋지 못했다.

CJ ENM은 2022년 초 인수한 피프스시즌(옛 엔데버콘텐트)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859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올해 3분기 15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 468억원)에는 크게 하회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 회장은 '온리원(Only One)' 정신을 강조하며 본업 강화에 나섰다. 그룹의 상징이자 본업인 식품 사업과 엔터테인먼트 사업 모두 정상궤도에 올려놓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이번에 복귀한 허 대표가 '재무통'인 만큼 수익성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 연합뉴스

먼저 CJ제일제당은 식품사업 부문 강화 및 비중 확대를 중심으로 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CJ가 식품사업 부문에 집중하고자 바이오 사업부문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CJ가 매각 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하고 인수 후보 기업들과 접촉하는 중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바이오 사업이 CJ제일제당의 식품 부문 부진을 상쇄하는 알짜사업이었기 때문이다.

본래 바이오부문은 식품부문과 함께 CJ를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키운 모태 사업이다. 그러나 이 회장이 '온리원' 정신에 입각해 식품부문에 집중하고자 하는데 따라 바이오 사업 부문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부문은 사료용 아미노산 라이신 시장에 진출하면서 도약한 것으로, 글로벌 그린 바이오 1위로 꼽히는 수준이다. 최근 3년간 매년 4조원대 매출을 내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부문의 가치가 6조원 가량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이오 사업 매각 이야기가 나오면서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 자회사인 코스닥 상장사 CJ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주가가 개장 직후 10분도 안 돼 상한가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전 거래일 대비 29.94% 오른 1만1370원에 거래를 마쳤다. CJ제일제당 역시 전 거래일 대비 5.05% 오른 27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CJ 측은 이날 공시를 통해 "당사는 바이오사업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해명했다. 대신에 "구체적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향후 CJ제일제당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인다. 앞서 CJ제일제당이 사업 매각 대금을 통해 미국 슈완스를 인수하면서 해외 실적이 크게 반등한 바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사업 부문 재정비 혹은 매각 등으로 자금을 마련해 '제2의 슈완스'와 같은 초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슈완스는 미국 냉동식품 2위 업체로, 2018년 CJ제일제당이 건강·기능식 사업 부문인 CJ헬스케어를 1조3000억원에 매각한 뒤 2조10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기존 사업부문을 팔고 진행한 대형 M&A로 '우려 반 기대 반'이었으나 슈완스가 미국 시장 진출에 큰 역할을 하면서, 인수 후 CJ제일제당의 미국 식품 매출이 급증한 상황이다. 2018년 기준 미국 시장 매출이 3649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4조380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매각을 추진할 경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내수 기반보다는 해외 업체 또는 해외에서 경쟁력이 높은 식품업체를 인수할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국내 식품 시장은 포화된 상태로, 다른 식품 기업들도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어 CJ제일제당 역시 국내보다는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시장에서도 CJ의 파격 쇄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보이고 있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식품 사업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으로 이어진다면 밸류에이션 저평가 요인이 해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 연합뉴스

올해 라이브시티 사업 좌초 등 악재를 겪은 CJ ENM은 적재적소 인재 채우기에 집중하며 반등에 나서려는 모습이다. 먼저 본래 CJ ENM 엔터테인먼트부문과 커머스부문(CJ온스타일) 대표를 겸임했던 윤상현 대표를 CJ ENM 대표이사와 엔터테인먼트부문 대표를 겸하도록 해 콘텐츠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특히 OTT 플랫폼인 티빙은 사업 합병 여부가 촉각을 다투는 문제로, 윤 대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티빙이 최근 실적 회복 흐름에 접어든 가운데 SK스퀘어의 웨이브와 합병 여부 막바지 논의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합병 관건은 웨이브 측 주주인 지상파 3사의 '동의'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한다면 OTT 1위인 넷플릭스를 대항할 수 있는 정도로 규모가 커지는 만큼 CJ그룹의 숙원이 되고 있다.

CJ ENM 커머스부문(CJ온스타일) 새 수장에는 이선영 CJ ENM 커머스부문 사업총괄을 선임했다. 한 때 그룹 내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불리던 홈쇼핑 부문이 업황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카테고리와 브랜드 발굴에 역량이 두드러지는 이 신임 대표를 임명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CJ가 지주사 투톱 체제 복구를 마치고 수익성 강화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려는 모습"이라며 "핵심 사업군인 CJ제일제당과 CJ ENM의 재정비가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