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 '적격비용 재산정', 수익성·리스크 관리 기로
학계 “카드사 기형적 수익 구조 리스크 경고”
금융학계에서 “적격비용 재산정을 두고 카드업계가 수익성·리스크 관리의 기로에 서있다”고 경고했다.
21일 한국신용카드학회는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카드사의 적격비용 제도와 문제점, 그리고 향후 과제’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2024년은 적격비용 재산정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시점으로, 국내 카드사는 수익성 유지와 경영 안정화를 위해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조달 비용 증가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수익이 감소했지만, 카드사들은 모집 비용 절감, 일반권 판매 강화, 관리비 절감 등을 통해 수익 보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한 이래 3년마다 산정된 적격비용을 기반으로 카드 수수료율을 개편해 왔다. 적격비용 산정은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거래승인·매입정산 등 비용 ▲마케팅비용 ▲일반관리비 ▲조정비용을 토대로 한다.
2012년·2015년·2018년·2021년 등 4차례 적격비용 재산정이 있었는데, 네 차례 모두 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되었다. 이를 통해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은 약 2.3%에서 0.5%로, 연매출 3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중소규모 가맹점의 수수료는 3.6%에서 1.1∼1.5%로 낮아졌다.
서 교수는 “적격비용 제도가 카드사의 모집비용 절감을 유도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비자 혜택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4년 상반기에만 단종된 신용카드는 282개에 달하며, 이는 전체 신용카드의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한, 체크카드는 91개가 단종되면서 카드 혜택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는 “카드사가 모집비용을 줄이기 위해 혜택을 줄이면서 소비자 만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카드사와 소비자 간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카드론 규모는 42조원에 달하며 역대급 수준을 기록했다. 서지용 교수는 “카드론 규모 증가는 신용판매의 축소와 맞물려 우려를 키운다”며 “카드론 증가로 인해 연체율 상승과 대출 확대가 악순환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적격비용 제도의 대폭 개선이 민간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승인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민간 소비 증가율이 1.1%에 그치면서 전년 동기의 4.6%와 비교해 크게 둔화됐다”며 “소비 촉진을 위한 정책적 변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적격비용 제도 개선을 통해 신판 부문 확대와 소비자 혜택 복원을 동시에 이루고, 이를 통해 카드사가 소비자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해, 경제 성장의 동력을 재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카드사 수익성과 소비자 혜택, 그리고 민간 소비 증대라는 세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카드사가 협력해야 한다”며 “적격비용 제도의 변화가 일방적으로 카드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돼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가 지적한 적격비용 재산정 관련 문제는 각종 지표에서 이미 드러난 상황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 국내 카드사 8곳의 순익은 2조251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조3714억원을 기록한 2018년 대비 64.14% 성장에 그친 것이다. 카드사 영업점포 수는 지난해 말 121개로 2017년 말(264개)과 비교해 절반 넘게 줄었다.
반면 국내 금융소비자들은 갈수록 금융사보다 삼성페이, 애플페이 등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9월 발표한 국내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을 보면, 올해 상반기 휴대폰 제조사의 간편지급 서비스 이용 건수는 2022년 동기 대비 35.73% 증가한 896만8000건을 기록했다.
휴대폰 제조사의 간편지급 서비스란 삼성 갤럭시 모바일폰 시리즈의 삼성페이, 애플 아이폰 시리즈의 애플페이 등으로 결제하는 건수를 말한다. 같은 기간 금융사의 간편지급 서비스 이용 건수는 9.74%에 그쳤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들이 갈수록 플라스틱 실물카드 보단 휴대폰 제조사 기반의 간편결제를 선호하고 있어 카드사 순익 성장률은 둔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단기간 내 내수 소비시장 회복이 극적으로 높아질 것 같은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 한국미션단은 지난 7일부터 2주간 진행한 연례협의(Article IV) 결과자료에서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이 2.0%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션단은 “경제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고, 하방 리스크가 더 큰 편”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는 “현재 카드사들이 겪고 있는 수익성과 리스크 문제는 조달 금리, 부채 문제, 개인 채무자 보호법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제2금융권 및 카드업계에도 이러한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교수는 “최근까지 가맹점 수수료 체계는 지속적으로 개편되었고, 이는 카드사의 단기 순이익과 자기 자본 비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적정 원가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산정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대면 결제의 빠른 확산과 코로나19 이후 간편 결제가 급성장하면서 지급 결제 시장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며 “2023년 기준 간편 결제의 연간 사용 금액은 약 320조 원에 달하며, 이는 2018년 대비 약 4배 증가한 수준”이라며 비대면 결제가 신용카드 사용 방식에도 구조적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 단기 수익 구조 상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반면, 카드론 수익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카드론 비중의 증가는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보전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카드사의 재무 건전성에 심각한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소규모 가맹점에는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지만, 대형 가맹점과 비교했을 때 카드사의 부담이 크다. 정부의 수수료 규제가 카드사의 수익 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는 만큼, 기존 적격비용 산출 방식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카드사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단기적인 수익 보전 뿐 아니라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 방안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수수료 체계의 재구성은 업계와 정부가 함께 협력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