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금융회사 연초 다짐 이행도] ①4대금융지주
KB·신한 ‘내부 통제’ 강화 하나·우리 ‘외형 성장’ 박차
2024년 청룡의 해(甲辰年)가 저물어가고 있다. 쉬웠던 해는 없었지만 올해 만큼 다사다난 했던 해도 손에 꼽는다. 코로나19 기간 늘어난 유동성을 바짝 조여오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고금리 장기화에 내수 부진을 야기했고. 이를 되돌리는 첫 발을 뗀 해가 2024년이다.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2.0 시대의 도래, 추격해오는 중국, G2의 무역 전쟁 속에 수출국 한국은 위험에 처해 있다. 여기에 연말 불어닥친 계엄 소동은 금융시장에 또 다른 짐을 주고 있다. 위기의 2024년 각 금융 업권별 주요 기업들의 신년 다짐 이행도를 살펴보며 2025년 나아갈 길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KB금융그룹을 이끄는 양종희 회장을 비롯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연초 신년사를 통해 밝힌 계획을 1년동안 얼마나 달성했는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연초 신년사에서 “사회, 고객, 직원, 주주와 함께 성장하는 경영방향”을 제시했다.
KB금융은 양 회장이 제시한 주요 경영 목표를 달성하며 그룹의 리딩금융그룹 입지를 확고히 했다. 먼저 실적 부분을 보면, KB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한 4조3953억원을 기록했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 경기둔화 등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에서도 비은행 계열사의 양호한 성과와 건전성 관리 노력에 힘입어 전년 동기와 유사한 실적을 기록했다
KB금융 재무담당 임원은 “2분기에는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 손실 보상 관련 충당부채 환입 등의 기저효과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감소했으나, 일회성 실적 감소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 기준으로는 전분기와 유사한 실적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특히 연초 양 회장은 ▲사회적 책임 강화 ▲고객 중심의 서비스 제공 ▲직원 자긍심 고취 ▲주주 가치 증대를 주요 과제로 내세우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을 펼쳤다.
양 회장은 저출생 문제와 소상공인 지원 등 사회적 과제 해결에 적극 나섰다. KB금융은 2018년부터 1250억 원을 투입해 초등 돌봄교실 사업을 진행하며,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거점형 늘봄센터’를 전국에 확대 중이다. 올해 인천과 제주, 경기 지역에 새로운 센터를 개소하며 맞벌이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했다. 요양사업에서는 프리미엄 실버타운과 맞춤형 서비스로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있다.
소상공인 지원에도 집중하며, ‘KB 국민함께 프로젝트’를 통해 출산·육아 지원 및 ‘착한가격업소’ 활성화 캠페인을 전개했다. 특히 전국 477개의 착한가격업소를 선정해 운영비와 홍보비를 지원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양 회장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탄력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쳤다. 올해 업계 최초로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하며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주주환원을 실현했다. 10월에는 CET1비율을 기반으로 잉여 자본을 활용한 추가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하며, KB금융 주가는 사상 최초로 10만 원대를 돌파했다.
또한 KB금융은 미래 사업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플랫폼과 요양사업 등 미래 사업에 과감히 도전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며 “이는 금융업무 혁신을 목표로 설계됐으며, 각 계열사가 이를 통해 업무 효율성과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경우 신년사에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부터 소비자 보호 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강화를 주요 경영 과제로 삼아 진옥동 회장 취임 이후 다양한 성과를 이뤘다. 특히 신한금융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완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관련 법령을 충실히 반영해 책무구조도를 작성했으며, 그룹 전체로 이를 확대 적용해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밖에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지원하고 예방하기 위해 약 300억 원 규모의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신한은행은 실시간 본인 확인 시스템과 보이스피싱 예방 플랫폼 ‘지켜요’를 도입해 고객의 금융 보안을 강화했다. ‘지켜요’는 고객의 보안 수준을 진단하고, 예방 조치를 실천하도록 돕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8월 신한금융은 소비자 보호 전략을 선포하며 금융 소비자 권익 보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소비자 리스크 요인 선제적 대응 ▲보이스피싱 예방 ▲완전판매문화 정착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 강화라는 4대 전략과제를 수립했다.
10월 소비자보호 컨퍼런스를 개최해 고객의 의견을 반영한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소비자 보호 성과를 리뷰했다. 진옥동 회장은 “소비자 보호 강화는 고객의 소리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개선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며 임직원들에게 지속적인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2024년에도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를 기반으로 고객 신뢰를 강화하며, 금융 산업에서의 리더십을 확고히 할 계획”이라며 “‘보이스피싱 예방 지켜요’와 같은 캠페인을 통해 선제적 소비자 보호 전략으로 더욱 높은 가치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에서 레드우드·트래블로그를 언급하며 “제휴, 투자, 인수합병(M&A) 등 협업으로 금융 이상 가치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최근 혁신사업의 일환으로 ‘유튜버 자동입금 우대 서비스’를 선뵀다.
해당 서비스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서비스를 운영하는 구글과 메타 등 해외 콘텐츠 기업에서 송금 받는 수익금을 별도의 절차 없이 자동으로 입금해주는 ‘하나 밀리언달러 통장’의 특화 서비스다.
유튜버 고객은 ‘하나원큐’를 통해 하나은행의 차별화된 ‘유튜버 자동입금 우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은행 영업점을 찾아가 송금 사유를 확인받거나 본인이 비대면으로 직접 입금 처리해야만 수익금을 수취할 수 있었다. 이번 서비스 시행으로 별도의 번거로운 절차 없이도 편리하게 해외에서 들어온 수익금을 지급 받을 수 있게 됐다.
하나금융의 실적 성정도 눈에 띈다. 하나금융은 3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한 1조1566억원을 거뒀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늘어난 3조2254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경영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은 각각 10.62%, 0.71%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 50% 달성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이 올해 달성할 총주주환원액은 1조4500억원으로 전망된다”며 “2027년까지 총주주환 원율은 단계적 상승이 기대되며 2025년부터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해 주주환원에 대한 가시성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우량자산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선제적인 리스크관리와 함께 시장에서 요구하는 혁신역량도 갖춰 기업금융 명가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우리금융은 그룹 내 소통 강화를 위해 임직원 간 소통 채널을 대폭 확대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타운홀 미팅의 대상을 그룹사 주요 사업부문 팀장급으로 확대하며, 소통을 전국으로 확장했다”며 “임직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우리원 티타임’을 마련하고, 신속한 소통을 위한 ‘핫라인’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 간의 칭찬과 감사함을 확산시키기 위해 ‘땡큐토큰’ 제도를 도입했다”며 “현재까지 이용자 수는 1만6000명에 달하며, 칭찬 건수는 약 15만1000건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은 8월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했다. 그룹이 2014년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한 지 10년 만이다. 다만 우리금융은 앞선 6월 동양생명과 ABL생명 지분을 중국 다자보험그룹 등으로부터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최근 부당대출 사태로 금융당국의 집중 압박을 받으면서 인수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