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금융회사 연초 다짐 이행도]➁ 5대 은행

국민·신한·농협 ‘고객 소통과 ESG’ 우리·하나 ‘신사업과 디지털 전환’

2024-12-06     조성진 기자

2024년 청룡의 해(甲辰年)가 저물어가고 있다. 쉬웠던 해는 없었지만 올해 만큼 다사다난 했던 해도 손에 꼽는다. 코로나19 기간 늘어난 유동성을 바짝 조여오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고금리 장기화에 내수 부진을 야기했고. 이를 되돌리는 첫 발을 뗀 해가 2024년이다.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2.0 시대의 도래, 추격해오는 중국, G2의 무역 전쟁 속에 수출국 한국은 위험에 처해 있다. 여기에 연말 불어닥친 계엄 소동은 금융시장에 또 다른 짐을 주고 있다. 위기의 2024년 각 금융 업권별 주요 기업들의 신년 다짐 이행도를 살펴보며 2025년 나아갈 길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5일 연임을 확정했고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안팎으로 임기 연임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는 신년사를 통해 고객몰입을 위한 실질적 변화 고객과 사회에서 인정받는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 관점과 시야 확장을 통한 미래 준비 등을 강조했다.

정 행장은 “은행의 공공성이 강조되고 빅테크 도전이 거세져 생존을 위한 변화가 절실하다”며 “올해 신한을 '고객몰입 조직'으로 변화시키려 하며 초심으로 돌아가 신한의 최우선 가치인 ‘고객’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혁 은행장은 올해 영업 중심 체계로 조직 개편을 추진했다. 그는 권역별 맞춤 영업 전략을 실행해 기업 대출과 글로벌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2024년 상반기 글로벌 누적 순이익 4007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베트남과 일본에서의 성장과 함께 멕시코 몬테레이 지점 오픈 등 해외 사업을 적극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내부적으로는 고객 자산 리스크 관리 체계와 인공지능(AI) 기반 금융사고 방지 시스템을 도입해 내부 통제와 소비자 보호를 강화했다. 또한, 방카슈랑스 전 과정 디지털화를 구현하고, AI 은행원과 외국인 특화 채널을 선보이며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다. 특히 AI 브랜치와 데이터 기반 고객 예측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혁신의 성과를 높였다.

신한은행은 ESG 경영에서도 선도적 행보를 보였다. 전세사기 피해자와 보이스피싱 피해자 지원, 탄소중립 컨설팅 제공, 녹색 금융 활성화 등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며 지속 가능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했다. 신한은행은 고객과 사회의 니즈를 반영한 금융 혁신을 지속하며 글로벌 금융 리더로 도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별도의 연초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으나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전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날 하나은행은 쿠팡, 쿠팡페이와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은행권 최초로 상환청구권 없는 'e커머스 정산채권 팩토링' 상품을 출시했다. 하나은행에서 쿠팡 판매사업자의 매출대금을 매입하여 자금을 지원하는 'e커머스 정산채권 팩토링' 상품은 판매사업자에게 상환청구권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 상환청구권이 있는 선정산 대출을 이용한 판매사업자는 온라인 쇼핑몰이 정상적으로 상환하지 못하면 상환과 연체의 부담을 지게 되나, 이 상품을 이용하면 온라인 쇼핑몰이 지급 불능 상황이 되더라도 판매사업자에게 상환을 청구하지 않아 안심하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시중은행 최초로 전자선하증권 서비스를 출시했다. 전자선하증권 서비스는 권리증서인 선하증권(B/L)을 포함한 수출입 무역서류를 당사자 간에 전자적으로 양수·양도할 수 있는 서비스로, 하나은행과 글로벌 전자선하증권 플랫폼 ‘아이스 디지털 트레이드(ICE Digital Trade)’가 3월에 체결했던 업무협약에 따라 도입됐다.

이 하나은행장은 취임 첫 해인 지난해 순이익 3조원을 달성하며 '리딩뱅크'로 이끌었다. 올해에도 3분기에만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냈다. 이 행장의 연임이 확정되면 하나금융그룹이 최근 출시한 시니어 특화 브랜드 '하나 더 넥스트'에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 더 넥스트는 시니어 고객들을 대상으로 은퇴 이후 솔루션을 제공한다.

(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 밖에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4대 경영방향으로 고객의 신뢰 최우선 고객 퍼스트 KB 미래 금융 선도 디지털 퍼스트 KB 미래 성장 기반 강화 압도적인 초격차 KB 신명 나게 일하는 현장 중심 KB 등을 제시했다. 

이 행장은 “디지털화가 심화할수록 금융의 미래는 비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에 앞서나 가기 위해 KB의 모든 서비스가 고객의 일상 속에 촘촘히 스며들 수 있는 강력한 KB만의 금융 플랫폼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1위 금융 수퍼 앱인 KB스타뱅킹을 KB금융그룹의 유니버설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1등 비금융 플랫폼들과의 전략적 제휴 및 금융 서비스 연계로 임베디드 금융시장 선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24년 KB국민은행은 국가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시중은행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 부분에서 총 18회 동안 1등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대면·비대면 채널의 유기적 결합을 통한 ‘옴니 채널’을 완성하며 접근성을 높이고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주요 사례로 점심시간 집중상담 서비스 확대, 모바일 화상상담 서비스 고도화 등이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 중심과 혁신 주도를 핵심 가치로 삼아 모든 사업 영역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추진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KB국민은행이 고객의 소리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저출생 극복을 위한 복지 확대 등 ESG 경영에도 앞장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고객과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금융 혁신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KB국민은행은 해외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통합 상업은행 ‘KB프라삭은행’을 출범하며 금융 서비스를 확장했고, 싱가포르 지점은 진출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연초 “환경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ESG 경영은 우리의 시대적 과제”라며 “ESG 특화상품을 신규 출시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등 경영 전반에 이를 적극적으로 접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디지털 금융 리더십과 기업여신 성장을 바탕으로 2024년 성과를 극대화했다. 토큰증권(STO)과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등 주요 가상자산 금융을 선도하며, 올원뱅크 앱을 슈퍼앱으로 발전시켜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특히 NH농협은행이 주도한 STO 컨소시엄에는 다수의 은행과 조각투자 사업자가 참여하며 금융 혁신 생태계를 조성했다. 기업여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신기업여신심사 시스템을 도입해 재무·비재무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여신 심사를 구현했으며, 중소기업 현장 방문 확대와 대기업들과의 MOU 체결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뤘다. 

NH농협은행의 기업여신 규모는 2022년 11월 말 기준 126조9268억원에서 지난해 11월 135조7560억원으로, 올해 11월 142조3237억원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혁신과 기업금융 강화를 통해 고객과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금융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조병규 은행장 직속으로 ‘신사업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신기술 기반 혁신사업 추진에 힘썼다.

올해 초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당면한 위기에도 당당히 맞설 수 있도록 우리의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고객과 함께 성장하면서, 미래금융을 선도할 수 있는 은행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신사업추진위원회는 효율적이고 적시성 있는 의사결정으로 속도감 있는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는 신사업추진에 대한 조병규 은행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조병규 은행장이 직접 의장을 맡고, 국내영업부문장과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을 비롯해 디지털 IT 리스크 인사 경영기획 등 다섯 명의 그룹장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조병규 은행장은 “신사업추진위원회는 비금융업종과 전략적 제휴, 신기술 기반 혁신사업 등을 속도감 있고 과감하게 추진할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은행은 미래금융을 선도하기 위한 신사업을 지속 발굴해 새롭고, 더 나은 경험과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우리은행은 6월 LG유플러스와 알뜰폰 사업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부수업무 공고 이후 금융권 첫 주자로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통신업계에서 많은 경험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LG유플러스와 협력이 비즈니스 영역 확장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기준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한 2조524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 2조5,056억원을 초과 달성한 것이다. 3분기 순이익 역시 시장기대치를 크게 상회한 85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