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A 특집] ③A노선, 삼성역 완전 개통까지 '혈세 4740억' 투입 우려

SG레일, 2050년까지 A노선 관리운영 A노선 완전 개통까지 ‘산 넘어 산’ 국회예산정책처 “내년 1185억 물어야” 삼성역 개통 지연 책임...오리무중

2024-12-27     김태현 선임기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Great Train eXpress) 건설사업 중 A노선 남측 수서역~동탄역 구간이 지난 3월 개통한 데 이어 오는 12월 28일 북측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이 개통된다. 스트레이트뉴스는 북측 구간 개통에 즈음해 GTX 사업 전반을 훑어보고, A노선 사업의 경과와 주요 역의 특성, 문제점, 각 노선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점검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목 차

①르포 28일 개통 ‘운정중앙역~서울역’...“부실 우려 눈감나?”

②134조 초대형 사업...A노선 ‘반쪽 개통’, B・C・D・E・F 노선 “하세월”

③A노선, 삼성역 완전 개통까지 '혈세 4740억' 투입 우려

④B노선, 자금조달 실패에 투자자 갈등 겹쳐 “개통 지연 불보듯”

⑤C노선, 자금조달 실패・청량리역 소송전...“최소 2년 개통 지연”

GTX 전체 노선도 ⓒ스트레이트뉴스(박정은 기자) 국토교통부/한국교통연구원

김문수 현 고용노동부 장관이 2009년 경기도지사 시절 처음 추진한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총 6개 노선 중 첫 출발인 A노선은 2014년 예비타당성조사에 이어 2016년 착공, 첫 추진 15년 만인 지난 3월 30일 남측 수서역~동탄역 구간이 개통됐고, 이달 28일 북측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이 개통되지만, A노선뿐 아니라 1기 사업(A・B・C) 전 노선에 ‘누더기 개통’ 및 ‘혈세 낭비’ 우려가 불거진 상태다.


A노선의 사업구조


GTX-A노선 역사(확정) ⓒ스트레이트뉴스(박정은 기자)

A노선은  파주 운정중앙역~화성 동탄역(82.10km) 원안에 화성 동탄역~평택 지제역(20.90km) 구간이 추가됐다. 지난 3월 30일 남측 수서역~동탄역 구간(34.90km)이 개통됐고, 이달 28일 북측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32.40km)이 개통된다.

총사업비는 2조9017억원, 그중 국가재정은 약 1조5500억원이다. 2018년 A노선 사업자로 신한은행 컨소시엄(신한은행, 칸서스자산운용, 도화엔지니어링, 신우E&G 등)이 선정됐다. 이후 신한은행 컨소시엄은 시행자로 SG레일(주)을 설립했다. 시공은 (주)대우건설, SK에코플랜트(주), DL이앤씨(주) 등이 맡고 있다.

이 노선은 ‘투자위험분담형 민자사업’으로 출발했지만, 2018년 10월 ‘수익형 민자사업(BTO, Build-Transfer-Operate)’으로 바뀌었다. BTO 방식은 준공과 동시에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권을 넘겨받고, 시행자가 일정 기간 관리・운영하는 구조다. A노선 사업은 SG레일이 2050년까지 노선을 관리한다. 운영사는 서울교통공사다.

노선도에 표시된 GTX-A 북측 구간(노선번호 맨 위). SG레일

완전 개통...‘산 넘어 산’


남측과 북측 두 구간이 부분 개통됐지만, 완전 개통까지는 아직 ▲북측 끝인 서울역과 남측 끝인 수서역 연결, ▲삼성역 개통, ▲창릉역 개통이 남았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 광역급행철도건설과 관계자는 본지 인터뷰에서 “GTX 삼성역 단계적 개통에 관해 서울시와 협의했다. 서울시가 위탁・시행하는 삼성역 구간(1km)은 2028년 개통 예정인데, 이용객 편의를 위해 2026년 4~9월경 서울역~수서역 구간이 연결될 계획이지만 삼성역은 무정차 통과하고, 2027년에는 2호선 환승통로를 활용해 임시 개통한 후 2028년 7~12월 완전 개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릉역 개통에 대해서는 “창릉역은 창릉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따라 추가된 역으로, 현재 터널 승강장은 운정중앙역~서울역 본선 공사에 포함돼 이미 건설이 완료됐고, 내년 초에 대합실과 주출입 수직구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개통 목표는 2030년”이라고 답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최대 4,740억” 혈세 낭비 우려


문제는 삼성역 개통이 지연되면서 국토부가 SG레일에 거액의 혈세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BTO 방식의 제반 사업조건은 운영 수입과 예측 수요를 토대로 실시협약에서 사전 확정한다.

2018년 국토부와 SG레일이 체결한 ‘GTX-A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에 의하면, 국토부는 이달 28일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 개통과 동시에 삼성역 미개통에 따른 순운영이익 감소분을 SG레일에 보전해 줄 수밖에 없다.

SG레일이 A노선 전 구간을 관리・운영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민자구간(운정중앙역~삼성역) 완공 전 재정구간(동탄역~삼성역)을 완공해야 하는데, 재정구간이 완전 개통되지 않아 순운영수익이 줄어들면 정부가 메꿔줘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위탁・시행하는 삼성역은 빨라야 4년 후인 2028년 개통 예정이다.

운정차량기지에서 배차를 기다리는 GTX-A노선 열차들. SG레일(주)

손실보전금 관련,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년 예산안 분석보고서’에서 2025년에만 추정치 1185억2600만원이 든다고 명시했다. 계산 방식은 A노선 완전 개통 시 순운영이익에서 삼성역을 제외한 구간이 분리 개통됐을 때의 순운영수익을 뺀 금액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4년치를 더하면 혈세 4740억원이 빠져나간다는 계산이다.

국토부의 계산치와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 국토부 광역급행철도건설과 관계자는 “삼성역 완전 개통 후 순운영이익 감소분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2025년 관련 예산은 164억원이 반영돼 있다. 나머지 금액은 삼성역 완전 개통 후 정산해 지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진 5년 후, 2029년부터 정산하겠다는 의미다.

유사한 방식으로 혈세가 낭비된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이명박 정부 당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으로 민자 건설된 도로나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SOC)들이 대표적이다. 이는 예측 수요를 과다 산정해 운영 수입이 협약 수입보다 적으면 금액을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10여 개 이상의 사례가 국가적 문제로 비화된 바 있다.

수요 예측 잘못으로 혈세가 낭비된 사례로는 인천국제공항철도를 꼽을 수 있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연결하는 이 노선의 예측 수요는 81만 명이었는데 실제 이용객은 30%에도 미치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가 인천국제공항철도에 지불한 금액은 1조692억원이다. 손실보전금 문제도 살아 있다. 이 노선을 지을 당시 국토부와 인천국제공항철도가 ‘철도사업 계획 변경이나 추가건설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면 사업 기간 동안 시행자에게 보상한다’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삼성역 개통 지연 책임’ 어디에 있나?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문제의 핵심은 향후 GTX-A노선을 포함해 5개 노선의 환승 허브 역할을 할 삼성역이 삼성역과 봉은사역을 잇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사업’으로 인해 지연됐기 때문이다.

2016년 서울시 요청에 따라 국토부는 삼성역을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사업’과 연계해 개통하기로 하고 2021년 완공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2021년에 한 것은 완공이 아니라 ‘착공’이었다.

하지만 2021년 착공한 후 설계 시공방식이 변경됐고, 감사원 감사도 있어 공사 기간이 늘어났다. 새로운 완공 목표로 2024년이 제시됐다. 공사비 폭증 문제가 불거진 2023년 말에는 공사비를 증액했지만 입찰 참여업체가 전무했다.

2024년에도 복합개발 2공구(GTX-A 환승센터) 사업이 6차례나 유찰되면서 지난 5월에야 간신히 한 건설사와 수의계약했다. 이처럼 사업자를 찾는 데 애를 먹은 이유는, 건설비용이 30% 가까이 급등했음에도 서울시가 뒤늦게 공사비를 600억원 이상 증액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서울시 간 사업비 협의가 지연됐음에도, 서울시는 설계와 시공을 일괄입찰하는 대신 기본설계를 하는 데만 2년 가까이 걸리는 국제설계공모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무책임으로 점철된 총체적 난국이다. 이제 새롭게 제시된 완공 목표는 2028년이다.

그러나 이미 이 목표마저 실현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있었다. 서울시의회 임규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중랑2)은 2023년 11월 서울시 행정감사에서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공사는 실시설계 15개월, 공사 47개월로 총 62개월이 걸리는데, 지금 당장 프로세스가 시작된다 해도 2029년에나 완공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이미 1년 1개월 전에 내려진 진단이다.

GTX 삼성역 대심도 터널 공사 현장. 삼성역은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이 지연되면서 빨라야 2028년 완공 예정이다. 서울시

인천국제공항철도 사례에서 보듯, 이 사안은 조금 빠르고 늦고의 문제일 뿐, 결국 혈세 낭비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수요 예측에는 이용객 수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역이 포함됐지만, 목표로 한 2028년까지는 삼성역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삼성역 지연에 대한 책임은 향후 서울시와 협의해서 정리할 계획이고, 지금은 단계적 개통을 위한 협력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순운영이익 감소분 규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혈세 낭비 최소화에 대한 답일 뿐, 책임 소재에 대한 답은 아니다.

서울시 동남권사업과 관계자는 “이 건은 국토부와 SG레일 간의 얘기라서 저희는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고 전제한 뒤, “조금 늦어진 건 사실이지만, 2016년쯤 당시만 해도 KTX 얘기도 있었고, GTX-C노선도 들어오고, 그래서 국토부와 합의 하에 함께 추진해 온 노력의 일환이다. 현재 국토부가 서울시를 상대로 관련된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답했다. 역시 책임 소재에 대한 답은 아니다.

나중에 ‘혈세 낭비’로 반드시 불거질 수밖에 없는 문제가 아니냐는 질의에는 “그런 사안이 나오면 그때 서로 얘기할 일이지 구체적으로 나오지도 않은 일을 가정해서 답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학계에서는 영동대로 지하 복합개발사업 지연이 완전 개통 여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2016년쯤부터 국토부와 서울시가 함께 추진해 왔다면 여러 노선이 들어온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었을 것이므로, 그 점은 국토부와 SG레일이 2018년 맺은 실시협약에 반영되었거나, 쉽지는 않지만 추후 변경 협의가 있었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그러나 서울시와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사업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손실보전금 규모가 불어날 것이 명확히 예상됨에도, 국토부는 SG레일과의 실시협약 변경 협의에 나서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최초 협약 체결 당시 손실 보상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이는 본 사업에만 특별히 반영된 것이라 보기 어렵다. 사업자에게 정부 부담을 떠안으라는 협약 변경은 어렵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라면서 “사업자에 대한 보상은 추후 정리되는 책임관계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 소재를 두고 향후 국토부와 서울시 간에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아무도 책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이, SG레일에 지불해야 할 국민 세금은 해를 거듭할수록 차곡차곡 적립될 전망이고, 2029년부터 정산할 계획이라고 했으나 지금부터 5년은 GTX-A노선 혈세 낭비 사례가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스트레이트뉴스 김태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