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상승 자극 우려 확대...코스피 2453.95(-2.52%)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상승폭 큰 종목 하락도 커

2025-02-03     조성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코스피가 2.5% 넘게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52% 떨어진 2453.95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바이오로직스(+1.30%)와 네이버(+0.23%)는 상승 마감했으나, 기아(-5.78%), LG에너지솔루션(-4.40%), SK하이닉스(-4.17%), KB금융(-3.16%) 등을 기록했다.

투자자별 거래현황을 보면, 개인은 1조4180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920억원, 6230억원을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설 연휴 직후인 1월 31일에는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종목에 악영향을 끼쳤다. 다만 이날 국내시장 전체를 뒤흔든 건 트럼프의 관세 전쟁 이슈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25%(캐나다산 석유·천연가스는 10%), 중국 제품에는 1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도 맞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에는 불안 심리가 고조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출기업 오찬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조치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기업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미국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적극 소통하여 우리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멕시코‧캐나다 정부 및 현지 진출 기업과도 지속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연합뉴스 제공.

증권업계에선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2기의 관세 정책이 문제인 이유는 예측이 어려워 인플레이션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2월 초부터 중순까지 예정된 실물지표(ISM, CPI, 고용)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시장 조정 요인으로 함께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입품의 관세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캐나다, 멕시코, 중국 기업들이 아닌 캐나다, 멕시코,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미국 기업들이 지불한다”며 “대체가 불가능한 필수품의 경우 미국 소비자들이 감당해야 하고, 대체 가능 시 캐나다, 멕시코, 중국 기업들의 매출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 당시 중국만을 상대로 관세 강도를 강화했지만, 현재는 캐나다와 멕시코 등을 포함해 그 범위가 폭넓다는 차이가 있다. 그만큼 물가 상승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연구원은 “2018년 미-중 무역 전쟁 당시 대상 수입품 규모는 3000억 달러 수준이었다”며 “이번 행정명령 대상 수입품 규모는 1조3000억 달러로 4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실효 관세율 1.6%p 증가했다는 점에서 이번 행정명령으로 실효 관세율은 7%p 증가가 예상된다”며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Core PCE)은 0.7%p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미중 무역전쟁 탓에 코스피가 영향을 받았다. 2018년 1월 초 코스피는 2480선으로 시작해 같은 달 29일에는 2600까지 올랐다. 2018년 상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면서 코스피는 2월 9일 2360선까지 떨어졌다. 코스피는 2분기로 가면서 회복 조짐을 보였으나, 같은해 7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중국은 곧이어 미국산 농산물·자동차 등에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고 두 달 뒤인 9월에는 미국이 추가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며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 탓에 코스피는 2018년 10월 29일 1994선까지 추락했다. 당시 연고점이었던 1월 29일과 연저점인 10월 29일 코스피를 비교하면 약 23.31%가 빠진 것이다. 

미중무역전쟁 이전, 미 플로리다 웨스트 팜 비치의 마라라고(Mar-a-Lago)에서 함께 걸으며 대화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2017.04.07)(자료:AFP by Jim Watson) ⓒ스트레이트뉴스

당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인 한국의 일부 품목에도 관세를 부과했다. 이 영향으로 2018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0.4%포인트(p) 떨어진 2.7%를 기록했다. 

2019년 12월 미-중 1차 무역합의까지 무역 분쟁에 따른 주가 조정은 지속됐다. 조정 기간은 짧게는 2주, 길게는 2개월가량 이어졌으며, S&P500 기준으로 -3%에서 -10%까지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

업종별로는 그동안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분야일수록 조정 폭이 컸다. 2018~2019년 2년간 S&P500 수익률은 20.8%를 기록했으며, IT(45.7%), 경기소비재(25.6%), 헬스케어(24.2%), 유틸리티(22.8%) 업종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무역 분쟁이 심화되면서 유틸리티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조정 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틸리티 섹터는 무역 분쟁 기간 동안 변동성이 가장 적었으며, 시장 평균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 선례를 고려할 때, 기존 관세 적용 품목 확대와 기존 관세율 추가 인상 발표 등 새로운 관세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주식시장은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황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 당시 무역 분쟁으로 인한 증시 조정은 새로운 관세 부과 발표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며 “분쟁이 지속된 2년 동안, 증시는 무역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상승폭이 컸던 업종일수록 하락 폭도 상대적으로 컸던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