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확산..삼성페이 '비즈니스 모델' 진짜 바꿀까?
현행 사업 모델, 카드사에게 가입요금 받아 결제 건당 수수료 받을지 업계 귀추 주목
국내 지급결제 시장에서 애플페이가 확산될 조짐이 포착되면서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 균열이 예상된다. 특히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페이의 비즈니스 모델(BM) 변화 여부에 대해 결제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2곳 애플페이 추진..시기의 문제
12일 지급결제업계 관계자 A 씨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2곳이 애플페이 도입을 확실히 공식화할 것”이라며 “카드사가 자선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인프라 자체를 설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결제업계에선 ‘애플페이 추가 도입을 희망하는 카드사들이 우선 인프라만 구축해 놓고 애플과 수수료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2개 카드사는 이날까지도 금융감독원에 애플페이 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속도라면 아무리 빨라도 실제 론칭은 4월을 넘길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한편 애플페이 활성화의 핵심인 교통카드 연동 가능성은 2023년 6월 처음 언론보도를 통해 언급됐으나 아직까지 합의점을 못찾고 있다.
A 씨는 “계약 당사자들간의 합의점 도출에 따라 정확한 론칭 시기가 (시장이 기대하는) 1분기에서 실제 2~3분기로 밀릴 여지는 있지만, 국내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추가 진입이라는 큰 줄기의 방향은 변함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페이 확산 조짐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건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비즈니스 모델 변화 가능성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8월 삼성페이 출시 후 해마다 카드사와 계약을 자동으로 연장해 왔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처음 도입한 2023년 3월에도 삼성전자가 삼성페이 수수료 부과를 고려했다. 그러나 카드사와의 공생 가치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무료 정책을 유지했다.
삼성전자가 수수료를 무료로 유지하는 것은 카드사들이 삼성페이에 일정 사용료를 지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카드사들이 크게 부담을 갖지 않을 수준의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국내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추가 도입 움직임이 확산하자, 삼성페이도 수수료 부과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페이가 BM 구조를 변경할 경우, 카드사들에게 기존보다 높은 가입료를 요구하거나 기존에 없던 결제 건당 수수료를 추가로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페이는 애플페이와 다르게 결제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전국 영세 소상공인 가맹점 대부분에 설치가 되어 있어 BM 변화 결정 시 시장에 즉시 미칠 파급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페이 BM 구조, 애플페이 방식으로 변화?
카드업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유일한 애플페이 적용 카드사인 현대카드 개인회원의 해외 일시불 결제액은 3조3524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수수료(0.15%)를 대입하면 지난해 현대카드는 약 503억 원 수준을 애플에 수수료로 납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 평균 약 1억3800만원 수준이다.
글로벌 통계 데이터 플랫폼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전체 모바일 결제 사용자의 51%는 삼성페이를 사용했다.
반면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중 국내 지급결제동향’을 보면, 지난해 상반기 모바일기기 등을 이용한 지급규모는 일평균 1조5000억원을 차지했다. 만약 삼성페이가 애플페이처럼 0.15% 수수료를 받았다면 일평균 수익률은 약 11억4750만원으로 추정된다. 연간 총액으로 환산 시 4188억3750억원 수준이다.
물론 국내 카드사들에겐 삼성페이 수수료 부과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선 오히려 삼성페이 BM 구조를 바꿀 기회가 될 수 있다.
Statista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기준 삼성페이의 글로벌 결제 건 중 51%가 한국에서 발생했다. 이 밖에 ▲남아프리카공화국 19% ▲스웨덴 13% ▲미국 12% ▲이탈리아 10% ▲프랑스 9% ▲캐나다 9% ▲스위스 9% ▲호주 8% ▲브라질 8% ▲영국 8% ▲스페인 7% ▲멕시코 7% 등을 기록했다. 만약 삼성페이가 지난해 해외 결제시장에서 애플페이와 같이 결제 건당 수수료를 받았다면, 연간 약 4024억원 수준의 결제 수수료를 창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삼성페이 사용자나 소상공인에게 결제 수수료 부담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2023년 금융위원회는 사용자나 소상공인에게 결제 수수료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조건으로 애플페이 도입을 승인했는데 삼성페이의 경우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롭다.
다만, 삼성페이가 무작정 BM을 변경하는 것이 옳은 방향인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삼성카드를 제외한 국내 카드사들이 삼성페이에 대한 협력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젊은(Young) 세대의 아이폰 선호 현상이다.
한국갤럽의 '2024년 한국 성인 스마트폰 사용현황 조사'에 따르면 18~29세 응답자의 64%가 아이폰을, 34%가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자칫 삼성페이가 카드사, 사용자 영세 가쟁점 등에 과도한 수수료를 부담한다면, 역효과로 갤럭시 디바이스(휴대폰 등)를 떠날 가능성도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