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건설사 폐업・거래・매수심리 줄줄이 위기...“정책 추진 동력마저 실종”
“지방 건설사 올해 버티기 더 어려워” 부동산 매매・거래 회전율・매수심리↓ 부동산 정책, 추진 동력 사라질 위기 경기 우려 속 “매수 타이밍” 전망도
2022년 세계적인 금리인상 기조 이후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얼어붙기 시작한 부동산시장이 올해에도 해빙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 침체 국면에 기준금리 동결, 탄핵 정국에 따른 증시와 환율 불확실성, 오는 7월 예정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대출 규제 등이 주택 매수심리 위축 요인으로 지속 작용하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진 동력 실종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건설사 폐업 증가...“지방 더 심각할 것”
1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폐업 신고한 332개 건설사(종합 58, 전문 274) 중 지방 소재 건설사가 61%(203개사)를 차지해 서울・수도권 vs 지방 부동산시장 양극화 현상이 건설사 업황으로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건설업체의 경우, 지난해 641개사가 폐업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올해 1월에만 지난해의 9%를 이미 넘어서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폐업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공평가 20위권 중견 건설사의 한 임원은 “1군 건설사들의 적정원가율이 이미 90%를 넘어섰다.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얘기다. 원자재 값과 금융비용 급등에 악성 미분양까지 더해져서 불황의 끝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탄핵 국면도 어떻게든 빨리 정리돼야 한다. 올해 우리 목표는 비용 절감, 버티기인데, 지방 건설사들은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4월 위기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부산의 신태양건설, 전북의 제일건설, 시공능력평가 58위 신동아건설, 103위 대저건설에 이은 건설사 법정관리・부도 도미노 현상이 전혀 가능성 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관측이다.
아파트 매매 거래, 3000건 밑돌 전망
지난해 9월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시행한 스트레스 DSR 2단계 대출 규제 이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지속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8719건으로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통틀어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7월 9220건을 기록한 이후, 스트레스 DSR 2단계 대출 규제가 시행된 9월부터 12월(3094건)까지 4개월 연속 70% 급감한 3000건대로 주저앉았다.
올해 전망도 암울하다. 1월 말 현재 1461건을 기록 중이라, 부동산 거래 신고 기한인 한 달을 감안하더라도 3000건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래 회전율・주택 매수심리↓
집합건물과 토지, 건물 등의 ‘부동산 거래 회전율’은 부동산시장 예측에 비중있게 인용된다. 거래 회전율은 유효 부동산 수와 매매로 소유권 이전을 신청한 건수를 비교하는 수치다. 예를 들어 거래 회전율이 0.36이라면 매매 가능한 부동산 1만 건 중 36건이 매매됐다는 의미다.
1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부동산 거래 회전율은 0.15였다. 2020년 평균 0.37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2021년 0.36, 2023년과 2024년 0.2로 4년 연속 감소했는데, 그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상황의 심각성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주택 매수심리 역시 심상치 않다. 1월 4주째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6.4로, 지난해 10월 3주째 이후 14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에 가까울수록 매도자가 많고, 200에 가까울수록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 거래 회전율과 주택 매수심리 지수 면에서도 부동산시장 회복을 견인할 호재를 찾아보기 어렵다.
공인중개사, 올 1월 ‘하루 45개소 문 닫아’
“이제 이 짓도 그만해야 하려나 싶네. IMF 때도 이렇진 않았는데, 개점휴업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 실감 난다니까. 전월세 계약 연장 말고는 없어. 매매 물건이 하루 한 건은 고사하고 한 달에 한 건도 안 나와.”
주공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는 서울 노원구 노해로 소재 B 중개인의 푸념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밝힌 공인중개사 수는 지난해 11만2678명으로 2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폐업 신고 수는 2022년부터 최근 3년 동안 평균 1만2693개소로 매일 35개소가 문을 닫았다.
올해는 시름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 12월 전국 폐업 신고 수는 970여 개소였는데, 올해 1월에는 45% 증가한 1406개소가 폐업해서다. 하루 평균 45개 업체가 문을 닫은 셈이다. 서울에서는 같은 기간 41% 늘어난 323개 업소가 폐업했다. 거래 절벽 현상이 전국적으로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추진 동력 사라지는 부동산 정책
지난해 12월을 강타한 12・3 비상계엄사태로 5년 동안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빈사상태에 빠졌다.
윤 정부 공급 정책의 중요 축 중 하나인 ‘1기 신도시 재건축사업’부터 지지부진하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1기 신도시(고양 일산, 군포 산본, 부천 중동, 성남 분당, 안양 평촌) 13개 구역 3만7266가구(연립 포함)를 재건축 선도지구로 확정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선도지구 지정 이후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가이드라인도 제시해야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간 협의가 진척되지 않아 현장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연속성 측면도 문제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재검토’ 및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재건축 특례법’ 등의 정책이 현재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등의 정치 현안에 밀려 국회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서다.
거기에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매년 연초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결정되는 ‘정책대출 상품’의 2025년 공급 규모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정책 연속성 담보가 어려워지는 와중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주항공 참사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가뜩이나 위태롭던 정책 컨트롤 타워가 아예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철도 지하화 선도사업’과 ‘그린벨트 지역전략사업’ 선정 같은 과제가 표류 중이다.
집값 전망, 지금이 매수 타이밍?
주택 매수심리 위축으로 거래량이 줄어들자, 횡보를 거듭하던 집값도 단기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1월 실거래된 전국 아파트 중 내림세로 거래를 마친 비중이 44.9%로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9월 12억5859만원이었던 평균 매매가가 올해 1월 11억5082만원으로 4개월 만에 8.6%(1억777만원) 떨어지는 등 전국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월 초 대비 매물이 가장 많이 쌓인 곳은 7.3%(2만1663건→2만3249건) 증가를 보인 광주다. 그 뒤를 전북(6.4%, 1만3058건→1만3900건), 전남・강원・충북(6.1%), 세종(5.8%)이 따랐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의 아파트 매물 증감율은 3.9%(8만5726→8만9113건), 경기도는 4.9%(16만1860→16만9897건), 인천은 5.1%(3만7708건→3만9660건)로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 역시 줄어들고 있는데,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최근 1년 새 가장 적은 2424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연중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7월 7983건 대비 30% 넘게 하락한 수치다.
다만 전국 각지에 부동산 매물이 쌓이고 거래량이 감소해 부동산시장의 해빙기가 멀어 보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실수요자에게는 지금이 매수 적기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 전에 공급 물량(분양・입주) 부족으로 인한 전셋값 상승이 집값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양천구 D 중개인은 “요즘은 거래가 대부분 급매물 위주다. 거래 자체가 크게 없다 보니 팔려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가격 조정에 응하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가 대통령 탄핵이 해결될 때까지는 계속되지 않을까 싶은데, 은행에서 돈도 빌리기 어렵고 분양 물량도 적다고들 그러니 좀 있으면 집값이 올라가지 않겠나? 어쩌면 이럴 때가 매수 기회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스트레이트뉴스 김태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