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규모의 전쟁] (상) 독립계 vs 금융지주계 증권사, 엇갈린 실적 왜?
양분화된 증권업계 실적...리스크 수용 정도 따라 당기순익 2배 격차 독립계, 각자 전공 살리며 성장...시장상황 꺾이면 리스크관리 위험 커져
국내 증권업계의 실적이 독립계 증권사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로 양분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독립계 증권사는 적극적인 리스크 수용(Risk taking)으로 수익확대를 추구한 반면,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는 독립계보다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독립계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1123억원을 달성했다.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한 1조원 달성이다. 이밖에 ▲삼성증권 8990억원 ▲미래에셋증권 8937억원 ▲키움증권 8349억원 ▲메리츠증권 6960억원 등을 기록했다.
5개 독립계 증권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평균치는 8872억원이다.
금융지주 계열 선두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은 지난해 68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다른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당기순이익을 보면 ▲KB증권 5857억원 ▲신한투자증권 2458억원 ▲하나증권 2251억원을 기록했다.
4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당기순이익 평균치는 4358억원이다. 독립계 증권사 당기순이익 평균치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NH투자증권 자본 규모는 7조9290억원으로 추정된다. 독립계 증권사인 삼성증권보다 자본 규모가 7540억원 많은데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적은 것이다.
증권업계에선 ‘증권사 수익이 자본에 비례해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있다.
독립계 증권사들은 고객 자산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발행어음 등을 활용, 레버리지 효과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공격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반면,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바젤3와 순자본비율(NCR) 등 지주의 리스크 관리 기준을 준수해야 하므로 보다 보수적인 운용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발행어음이란 초대형IB로 지정된 대형 증권사중 인가된 사업자만 발행하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고객이 증권사에 예치한 자금을 운용해 일정한 수익을 제공한다. 독립계 증권사들은 발행어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최대 한도인 자기자본의 200%까지 자금을 모아 운용하고 있다.
가령 독립계 증권사인 A사는 16조원 규모의 발행어음을 판매하고 있으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인 B사는 8조원 수준에서 운영하고 있다. 발행어음에서 연 4%의 이자를 제공한다면, 증권사들은 이를 운용해 6~7%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8조원의 차이에서만 1600억원의 영업이익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학계에선 ‘독립계 증권사들이 금융지주보다 명확한 색깔을 갖고 있으며,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다’고 평가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독립계 증권사는 각자의 강점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며 “키움증권은 온라인 트레이딩, 한국투자증권은 기업금융, 미래에셋증권은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레버리지 확대를 통한 운용이 반드시 좋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시장 상황에 따른 '양날의 검'이다.
시장 환경이 좋을 때는 독립계 증권사들이 높은 수익을 내지만,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금리 변동성이 컸던 재작년에는 독립계 증권사들이 적자를 기록한 반면,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냈다.
최근 독립계 증권사들은 이익 변동성 축소를 위해 투자은행(IB) 시장에서 영향력을 줄이는 모습이다.
과거 IB 시장에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이 ‘빅(Big) 3’로 불리며 시장을 주도했는데, 최근에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같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경쟁이 두드러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독립계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과거에 비해 IB시장에서 존재감이 다소 줄었다’고 평가한다.
이석훈 실장은 “과거 독립계 증권사들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사업 확장에 적극적이었다”며 “20년 전과 비교하면 이들 증권사들의 규모와 시장 점유율이 크게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 실장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가 인수합병(M&A)을 통해 대형화된 것과 달리, 독립계 증권사들은 핵심 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왔다”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역시 시너지가 분명히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업종 특성상 타 금융업권과 시너지를 내거나 상호교차 영업에 일부 제한적인 부분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