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리더' LG 이정애·CJ 이선정, 강해지는 '우먼파워'

'글로벌 vs 국내 혁신' 리더십 차별화 눈길 이정애, 글로벌 리밸런싱으로 성장 재도약 이선정, 고객 중심 혁신으로 지속성장 견인 신성장 동력 모색·디지털 혁신은 공통 과제

2025-02-28     김세헌 기자

올 상반기 국내 뷰티 업계에서 두 여성 CEO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LG생활건강 이정애 대표와 CJ올리브영 이선정 대표가 그 주인공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K-뷰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LG생활건강 이정애 대표는 2023년 3월 LG생활건강의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 '글로벌 확장'을 핵심 경영 목표로 삼아 회사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취임 2주년을 맞은 현재, 그의 리더십 성과가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연간 실적을 살펴보면, 회사는 매출 6조81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0.1% 성장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590억 원으로 5.7% 하락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039억 원으로 24.7%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화장품 부문의 실적 개선이다. 이정애 대표의 전문 분야인 화장품 사업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하며 회사 전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이정애 대표의 핵심 전략은 '글로벌 사업 재구조화(리밸런싱)'에 집중하는 것이다. 특히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빌리프, CNP, 더페이스샵 브랜드를 중심으로 영 제너레이션(Young Generation) 고객층을 공략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 경쟁력 있는 최고의 제품 개발에 집중하며, 제품 기획부터 연구개발(R&D), 출시까지 '패스트트랙' 시스템을 도입한 한편, 주요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마케팅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 시장과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가 하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 커머스와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정애 대표의 리더십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중국에서는 '더후' 브랜드를 중심으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북미 시장에서의 실적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도 중요한 과제로 꼽히며, LG생활건강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동시에 글로벌 브랜드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위해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하는 시점이다.

CJ올리브영 이선정 대표는 고객 중심의 혁신적인 서비스와 제품 전략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을 보면, 올리브영의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25.9% 상승한 3조 521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연간 매출의 90%를 초과하는 성과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올리브영이 5개 분기 연속으로 매출액 1조 원을 넘겼다는 것이다. 이는 이선정 대표의 리더십 아래 올리브영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이선정 대표의 경영 전략은 '고객 중심의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퀵커머스 도입을 통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서비를 강화하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전용 매장을 운영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오프라인 매장 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용산구 CJ올리브영 본사를 방문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직원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CJ그룹 제공

올리브영은 국내외에서 K-뷰티의 대표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는데,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고객 취향에 맞는 차별화된 상품 구성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이선정 대표의 연임을 통해 그룹의 핵심 사업인 올리브영의 안정적 성장을 지지하며, 이선정 대표는 상품 전문성과 현장 중심 경영으로 실적 호조를 이끌고 있다. 특히 올리브영의 상장을 통해 그룹 차원의 유동성 개선과 승계 전략을 병행하는 중이다.

올리브영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이선정 대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해야 하는 상황으로, 뷰티 플랫폼 시장의 경쟁 심화에 대비한 차별화 전략이 요구된다.

아울러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적인 혁신과 함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업계에서는 이정애 대표와 이선정 대표가 각자의 영역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그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정애 대표는 글로벌 시장, 특히 북지 지역에서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과 M&A를 통한 외형 확대, 제품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이선정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고객 경험 혁신과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두 리더 모두 디지털 역량 강화를 중요한 전략으로 삼고 있지만, 이선정 대표가 보다 적극적으로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정애, 이선정 두 대표의 성과는 여성 리더십의 가치를 입증하는 사례로, 향후 더 많은 여성 리더들이 K-뷰티 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른바 우먼파워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이들의 리더십이 각자의 기업뿐만 아니라 뷰티 산업 전체의 성장과 혁신을 이끌면서 앞으로 어떤 결실을 맺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