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4월 위기설] 건설사 부실 도미노, “총체적 난국, 정부 뭐하나?”
물량 부족・양극화・(악성)미분양, 악재 넘쳐 올해 들어 중견 6개 건설사 법정관리 신청 종합건설업체・전문건설업체...613개사 폐업 정부, 예고된 부실 징후에 땜질 처방 일관
악재 가득한 건설부동산시장
2025년 건설부동산시장 불황은 2년여 전, 가깝게는 시공능력평가 16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2023년 12월부터 예고돼 있었고, 지난해 말 이미 각종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건설업계의 키워드는 ‘수익성 악화’다. 전국 아파트 분양시장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올해 초에도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내년 건설산업 분야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며, 국내총생산(GDP)을 갉아먹고 있다”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건설업은 공사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주가 감소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공급(인허가・착공・분양) 물량 부족이 시장을 덮쳤고, 서울・수도권 vs 지방 부동산시장 양극화의 골이 더 깊어졌다. (악성) 미분양 문제는 지역경제를 뒤흔들고 있으며,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재무 건전성 악화 탓에 건설사들은 위기경영 체제로 돌입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대출 규제는 오는 7월 더 강화될 예정이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경색’과 ‘책임준공 확약’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환율 변동성과 탄핵 정국, 글로벌 경기 위축 등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시장 안정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대표되는 트럼피즘(미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우리 건설부동산시장에 직격타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연말, 주택산업연구원은 ‘2025년 거시경제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및 보호무역주의와 고환율로 인한 고물가・내수경제 악화로 소비가 위축돼 2025년 경제성장률이 2% 내외 저성장 기조를 맞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은 더 냉혹했다. 한국은행이 이미 우리 경제성장률을 1.5%로 낮춰 잡았다.
부도 늘고 중견 건설사 법정관리 잇따라
올해 들어 시공능력평가 58위 신동아건설, 103위 대저건설, 71위 삼부토건, 138위 안강건설, 114위 삼정기업, 83위(2023년 2월 기준)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업계 불황과 책임준공 확약, 부동산 PF 경색 등에 따른 재무 건전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도업체 수는 2021년 12개사, 2022년 14개사, 2023년 21개사로 계속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29개사로 2019년 49개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종합건설업체 폐업도 늘어났다. 1~2월 종합건설업체 폐업 수는 2023년 70개사, 2024년 79개사에 이어 올해는 지난해 대비 30.0% 늘어난 103개사로 나타났다. 2011년 110개사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여기에 전문건설업체까지 합하면 총 613개사가 문을 닫았다.
부도업체와 폐업업체 모두 공사비 급등과 미분양 증가에 따른 공사 미수금 증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경색에 의한 사업자금 조달 어려움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재무 건전성이 나빠져서다.
이 같은 건설사 법정관리 및 폐업 수 증가와 관련, 업계에서는 부도, 파산, 폐업하는 건설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중견 건설사 한 임원은 “공사비는 오르고 미분양 해소는 갈 길이 멀어서 이자 내는 것도 한계에 봉착한 업체들이 많다”며 “우리는 미분양이 가장 큰 문제다. 재무 사정이 더 나빠지는 게 두려워 분양 일정을 미루고 있는데, 언제까지 미룰 수 있을지... 이런 총체적 난국에 정부는 도대체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국토교통부의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12월 7만173가구에서 3.5%(2451가구) 늘어난 7만2624가구로 나타났다. 이중 지방이 전체의 72.8%인 5만2876가구를 차지했다. 수도권은 12월 1만6997가구에서 16.2% 늘어난 1만9748가구였다.
전국 악성 미분양은 12월 대비 6.5% 늘어난 2만2872가구로, 11년 3개월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그중 전체의 80%인 1만8426가구가 지방에 있다. 대구(3075가구)와 부산(2268가구)이 특히 심각한 수준이다.
건설투자 및 인허가・착공・분양 물량 감소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건설사들이 급한 대로 택할 수 있는 대책은 ‘보수적인 수주 기조’와 ‘착공 지연’이다.
주택 인허가와 착공, 분양 물량이 쪼그라들었다. 지난 1월 주택 인허가는 지난해 1월보다 13.0% 줄어든 2만2452가구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오히려 37.9%(1만5128가구)가 늘었지만, 지방은 50.7%(7324가구)나 줄었다.
착공 물량의 경우, 지난해 1월보다 55.7% 줄어든 1만178가구에 불과했다. 이중 수도권이 전년 동기 대비 68.4%나 줄어든 3985가구였고, 지방은 40.1% 줄어든 6193가구였다.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 역시 올해 1월 9918가구에서 2월 8805가구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지난해 2월 1만8646가구의 절반도 되지 않는 물량이다.
이에 따라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수도 급감했다. 1월 건설업 일용직 취업자 수는 지난해 1월 대비 7.8%(11만6000명) 감소한 92만명이다. 1967년 94만3000명 이후 57년 만이다.
건설투자도 줄어든다. 한국은행의 2월 ‘경제 세부전망’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2.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중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6.7%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까지 건설투자 위축이 지속된다는 의미다.
정부, 예고된 부실 징후에 ‘땜질 처방’ 급급
건설업계 4월 위기설이 나오는 배경에는 금융권의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가 있다. 이 평가는 대체로 매 분기 종료 시마다 실시되는데, 올해 1분기 사업성 평가가 4월에 실시될 예정이고, 이때 만기 연장이 어려운 PF 사업장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어떻게 대처해 왔을까?
지난해 12월 2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재한 ‘건설업계 및 부동산시장 전문가 간담회’ 당시, 업계는 △정책 금융상품 확대 편성 및 신속 공급에 따른 유동성 지원, △부동산 PF 제도 개선 적용 시기 유예, △3단계 스트레스 DSR의 지방 적용 유예 또는 완화,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은행 가계대출 시 지방 대출 예외 적용, △다주택자 매수 촉진을 위한 세제 완화, △ 자금 공급 정책과 같은 공사비 현실화 정책 등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은행보험 신디케이트론과 부동산 PF 신규 취급 등을 통한 자금 지원, △저축은행 업권 부실자산 정리 통한 건전성 제고, △부실 사업장 정상화를 위한 경공매 적극 추진 등을 제시했다. 당시에도 이 정도 수준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지난달 19일, 정부는 지방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관계기관 합동으로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방 악성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 매입, 기업구조조정(CR) 리츠 출시,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 매입 시 디딤돌 대출 우대금리 적용 등의 방안이 발표됐다.
금융당국도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3%에서 0.25%p 인하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2~3회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처방에도 건설부동산시장에 드리운 불황의 그림자는 요지부동이다. 업계 반응 역시 차갑다.
LH의 매입 물량 3000가구가 악성 미분양 물량의 13% 수준에 그치는 등 ‘결정적인 한 방’이 없을 뿐 아니라,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던 ‘5년간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도, 분양을 목적으로 건설한 주택에 대한 원시취득세 한시 감면 방안(현재 지방세 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 발의 상태)도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방 미분양이 쌓인 상황에 정부가 땜질 처방만 내놓는 사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달에만 전국에 23개 단지 2만7418가구(임대 포함)가 분양에 들어간다. 지방에서는 전년 동월 7135가구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만5001가구가 분양된다.
이는 지난해 3월 대비 51%나 늘어난 규모로, 지난해 9월 스트레스 DSR 대출 규제 이후 12월 탄핵 정국까지 겹치면서 분양 일정을 미뤘던 물량들이 더해진 수치다. (악성) 미분양 증가와 그에 따른 건설사 수익성 악화 및 지방 경기 침체의 가중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오는 5일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부동산시장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가계대출 증가와 관련, 다주택자 신규 주택 구입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제한, 갭투자 방지를 위한 전세자금대출 등 비가격 규제 시행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일 뿐, 건설부동산시장 회복과 관련된 ‘결정적인 한 방’은 담기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스트레이트뉴스 김태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