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윤 대통령 구속취소"..탄핵 심판에 어떤 영향
윤 대통령 측 청구 인용.."구속기간 만료후 기소" "수사과정 적법성 의문 해소 위해서도 구속취소"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다. 구금된지 51일, 구속기소된지 40일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7일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됐다고 봐야 한다"며 윤 대통령 측이 낸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윤 대통령 구속기간의 만료와 관련해 "구속 기간은 날이 아닌 실제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구속기간 만료 시간을 9시간 45분 넘겨 기소했다"고 구속취소 사유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15일 오전 10시33분 체포돼 예정된 구속기간 만료 시기는 같은 달 24일 자정이었으나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수사관계 서류 등이 법원에 있었던 시간만큼 구속기간이 연장돼 만료 시기가 같은 달 26일 오전 9시 7분으로 변경됐는데 검찰은 이보다 9시간 45분 지난 같은 날 오후 6시 52분 공소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애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이 판단했던 '체포적부심사를 위한 수사 관계 서류 등이 법원에 있었던 기간만큼 구속기간이 늘어난다' 는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영장실질심사나 구속적부심과는 달리 체포적부심사와 관련해서는 해당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신체의 자유, 불구속 수사 원칙에 비춰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법원은 설령 구속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된 것이라 하더라도 구속취소 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공수처 수사 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돼 있지 않고 공수처와 검찰은 서로 독립된 수사기관인데 아무런 법률상 근거 없이 형소법이 정한 구속기간을 서로 협의해 나눠 사용했고, 그 과정에서 신병 인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취소 결정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두가지 사안 모두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이번 구속취소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나라 안팎의 관심이 초집중되고 있다.
법원은 "구속 기소 이후 아무런 사정 변경이 없어 여전히 증거인멸의 염려가 크다”며 “불구속 재판이 이뤄질 경우 주요 인사, 측근과의 만남이 많을 수 있다”는 검찰의 우려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인 윤 대통령의 방어권에 무게를 뒀다고 볼 수 있다.
법원의 이번 결정에서 중요한 대목은 '구속만료 기간을 넘긴 기소'보다는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이는 윤 대통령 측이 줄곧 주장해온 공수처 수사의 위법성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사항과 맥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이 문제되면 내란 우두머리 혐의 기소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장고에 돌입한 헌재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결정으로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한남동 관저와 서울구치소로 집결해 '구속취소' 결정을 환영하면서 윤 대통령 맞이에 나서고 있다. 경찰도 관저 앞 경비를 대폭 강화해 기존 8개 부대(500여명)에서 18개 부대(1천100여명)로 증원했다.
대통령실은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구속 상태에서 발생한 현안을 포함한 보고와 향후 대응책을 집중 논의했다.
국민의힘은 “환영한다”며 윤 대통령을 수사했던 공수처를 비판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 법치와 사법 정의가 살아있음을 확인한 중요한 순간”이라며 “법원이 법리와 양심에 따라 현명한 결정을 내린 것에 국민과 함께 환영한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헌법재판소도 오직 헌법 가치에 입각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법원이 공수처의 위법 부당한 체포영장 및 구속 영장 집행에 대해 잘못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공수처장을 비롯해 공수처 관계자들은 모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법원 결정은 헌재의 윤석열 탄핵 심판과는 전혀 무관하며 탄핵 심판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검사 출신인 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은 구속 기간 계산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해석 차이에서 생긴 절차상 문제”라며 “윤 대통령 탄핵 사유가 있느냐 없느냐의 실체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공수처의 부실 수사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법원이 공수처의 문제를 지적하거나 잘못을 인정한 게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윤 대통령 구속에 관한 해석 문제이지, 공수처를 비난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구속 후 체포적부심 기간 산입에 대한 검찰의 절차적 오류로 구속이 취소된 것 같다”며 검찰총장과 공수처장 '책임론'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검찰이 즉시항고 여부를 곧 결정해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7일내 즉시항고하면 구속취소에 대한 판단을 다시 하게 된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제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