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2월에만 1807억 원 단기채 찍어

강민국 의원, “2월달 2000억 가까운 단기물 발행 사기로 봐야” 개인 판매분 채권 2000억원대…불완전 판매 가능성 수면 위로

2025-03-16     장석진 기자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 모인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들. 연합뉴스 제공.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이 불러온 파장으로 개인들이 입을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채권 판매잔액 6000억원 중 대부분인 5400억원이 리테일(소매) 창구를 통해 개인투자자와 일반법인에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순수 개인 판매분만 2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보여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둘러싼 판매사(증권사)와 홈플러스 및 MBK간 소송전 등 갈등이 예고된다. 판매사와 신용평가사, MBK 등에 대한 당국의 검사 착수가 초읽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한국예탁결제권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조사·분석한 결과, 지난 3일 기준 홈플러스 관련 단기채권(기업어음·ABSTB·단기사채 등)의 규모가 총 594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증권사 등 소매창구를 통해 개인들에게 팔린 규모만 2075억원(676건)으로 파악됐다.

전문 기관투자자가 아닌 일반법인에 판매된 규모만도 3327억원(192건)이다. 이들은 주로 중소기업들로, 일반 기업도 자금회전이 빠르면서 상대적 고금리를 제시하는 동 상품에 적극 투자해온 것으로 보인다. 통상 증권사 등은 여유자금을 운용하려는 기업들에게 금융상품영업팀이나 지점 법인담당자들을 통해 상품을 제안하는 영업을 한다.

상품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전문 기관투자자만큼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력이 높지 않은 이들 일반 법인 또는 개인들에게 판매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수면위로 떠오른다. 자칫 과거 동양사태 같은 대형사건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강민국 의원실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이 결정되고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인 2월 한 달 동안에만 발행한 단기채권 규모가 2000억원에 육박한 것을 확인하고, 투자자 피해 가능성을 알면서도 채권을 발행했다고 주장한다.

강민국 의원은 “최근 10여년 동안 워크 아웃 및 기업회생을 신청한 기업 중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자금조달 경색을 사유로 제대로 된 자구책 제시조차 없이 선제적으로 회생신청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은 MBK 파트너스가 그만큼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사모펀드사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어 “신용평가 등급이 하락했다고 자금조달 경색 사유로 단 5 일 만에 기업 회생 신청하였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일 뿐 실제로는 최소 2 월달에 회생 절차 신청을 준비하였고 이 과정에서 투자자 피해는 무시한 채, 2000억원에 달하는 단기물을 발행한 것이기에 사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

강 의원실은 “특히 2 월 25 일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하락한 날 태연히 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를 무려 820억원이라 발행”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실무담당자로부터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하게 될 것 같다는 예비평정 결과를 전달 받았던 날 이뤄진 일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홈플러스 매장을 자산으로 편입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나 부동산 펀드에서도 대규모 개인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급한 자금사정 때문에 우량 점포를 팔아 현금화하고 이를 다시 빌려 영업하는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전략을 펼쳐왔다. 홈플러스 노조가 MBK측에 반발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통상 세일앤리스백은 최근 주요 기업들이 자신의 부동산 자산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 보다 매각 후 재임대해 자금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삼지만 임대료를 내고도 이익이 남을 만큼 매출 등이 발생하지 않으면 오히려 금융비용만 더 늘어나게 된다.

이들 점포를 자산으로 편입한 리츠가 임대료를 재원으로 배당을 실시해왔는데, 최근 홈플러스 임대료 미지급 상황이 발생하면 그 피해가 이 리츠에 투자한 고객에게도 확산될 수 있다. 정부가 파악 중인 홈플러스 점포 기초자산 리츠와 펀드의 규모는 1조원대다.

금융당국은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단기 채권을 발행해왔는지를 규명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홈플러스 유동화증권 발행 주관사인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들을 상대로 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르면 이달 중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 착수도 이뤄질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