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정기주총 개최…"유상증자가 최선의 선택이었다" 강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국내 자본시장 역대 최대인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해 주주들에게 유상증자 필요성을 적극 설명했다.

2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성남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가 인사말로 최근 발표한 유상증자와 관련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혜량해달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지난주 발표한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주주 여러분들이 다양한 의견을 표명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유럽연합의 군수품 역내 조달 등 이른바 '유럽 방산 블록화'와 선진국 경쟁 방산업체들의 견제를 뛰어넘기 위해 현지 대규모 신속투자가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일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등 파장이 일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주 가치가 희석된다는 불만을 꺼낸 것이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1조7000억원대에 달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데 이어 향후 몇년간 추가로 6조원대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금 조달을 유상증자로 해야하는 것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들도 많았다.

이후 김동관 부회장이 3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고 손 대표와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 등 경영진이 총 48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책임 경영 의지를 보이면서 주가가 다시 오르는 등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 대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데 대규모 투자를 단기간 내에 집행할 계획을 세우다 보니 자금 마련 계획에 애로가 있었다"고 주주들의 이해를 구했다.

이어 "차입을 통한 투자 계획을 고민해 봤지만 이는 회사 부채비율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문제가 있었다"며 "단기간 부채 비율이 급등하면 재무 구조가 악화되는데, 경쟁 입찰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이 있다. 이를 감안하면 유상증자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신뢰도 확보를 위해서는 기업의 '차입금 규모'가 중요하다. 유럽 등 거래사나 국가가 부채 비율이 높은 업체와의 계약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차입 조달로는 회사의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어 유상증자를 택했다는 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설명이다.

손 대표는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현 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함께 K방산의 선두 주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대한민국 방위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주총 직후 이어진 기자 간담회에서는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R 담당 임원(전무)이 답변을 했다. 한 전무는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하락으로 주주 피해가 발생했다는 지적에 "발표 직후 주가는 단기적 희석이 반영된 부분이 있지만 어제 많이 반등했다. 특히 어제는 높은 외국인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고 시장의 긍정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상증자 발표 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3000억원을 들여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한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지분 인수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의 주가가 상승하며 기업 가치가 동시에 늘어났다"며 "시장도 어느 정도 긍정적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 사전에 미리 소통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국내 시장 상황에서는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 부분은 그 전까지 보안을 잘 지킨 후 결정을 하고 나서 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상증자 이후 주가가 1~2개월 급락하는 경우가 있지만 한화에어로는 하루 급락하고 다시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급락했던 주가는 지난 24일 크게 반등한 상태다.

이밖에도 한 전무는 "지난해 기준 한화에어로의 연결부채비율은 280%정도 된다"며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3년간 100% 정도 증가한다. 영미권 및 유럽 방산기업은 자본축적 기간이 길고 부채비율이 낮은 만큼 신용도면에서 우리가 불리하다"고 유상증자의 이유에 대해 또한번 강조했다. 해외 수주 및 성장을 위해서는 차입으론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전한 것이다.

아울러 중장기적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해외 거점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경쟁사로 의식하고 있는 독일 라인메탈의 경우 해외 12개국에 거점을 갖췄지만 한화의 거점은 2개국(한국, 호주)뿐이라고 말했다.

한 전무는 "해외진출 여부가 한화에어로 주가 저평가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외국인 주주들도 같은 의견을 많이 주셨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저희가 의사결정에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럼에도 비판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어 앞으로도 주주들을 이해시키고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총에서는 김동관 대표, 안병철 사장, 마이클 쿨터 해외사업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김현진·이정근 사외이사와 전진구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