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코앞..외인 마음 되돌릴까?

한국시장 신뢰, 환손익 등 변수 우려 대차거래잔고 비율 높은 종목 '주의보'

2025-03-26     조성진 기자
연합뉴스 제공.

2023년 11월부터 17개월간 중단된 공매도 제도 재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이미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전례가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 환차손 리스크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8조67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에서 7조2284억원어치, 코스닥에서 8388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연속 '팔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에도 국내 상장주식 2조8300억원을 순매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4일 기준 28.47%로 1월 24일(28.98%) 이후 두 달째 29%를 밑돌고 있다.

시장에선 이달 말일부터 외국인 수급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1일부터 공매도 제도가 다시 시행된다. 공매도란 투자자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판 뒤, 나중에 주가가 떨어졌을 때 다시 사서 되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전략을 말한다. 

이번에 재개되는 공매도 제도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참여를 촉진하고, 증시의 유동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과거 공매도 재개 사례를 살펴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은 장기투자 전략을 활용해 투자 포지션을 조절하는데,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이러한 전략 구사가 제한된 게 사실이다. 따라서 공매도 재개는 외국인 자금의 유입을 촉진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공매도가 재개되면 외국인의 장기투자 전략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로 공매도를 활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매도 물량이 증가하는 것 이상으로 롱포지션(매수자금)도 유입돼 국내 시장에 외국인 참여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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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공매도 재개는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안정적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게 한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는 가격 효율성 저하 및 거래 회전율의 하락 요인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 원인 중 하나"라며 "공매도가 재개되면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 펀더멘탈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2분기 이후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변 연구원은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신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3월 말 공매도 재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매도 재개 후 외국인 투자 자본을 단기간 내 대량으로 끌어들이는 것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 속한 대형주 350개 종목 거래가 허용했다. 그러던 중 금융위원회가 2023년 11월 초 공매도 전면 금지를 선포했다. ‘증시 변동성 확대와 관행화 된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안정과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이유 때문이다.

금융위는 2024년 6월까지만 공매도를 막으려고 했으나 이달 말이 되어서야 금지 조치를 푼다. 이 때문에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시장은 ‘투자자에게 사전예고없이 공매도를 규제하고 1년 넘게 막은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시장이 항상 불확실하다’는 인식을 주면서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은 외국인 투자자 유치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2023년 11월 공매도 전면 금지조치 시행을 발표한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여기에 원화의 힘이 약해졌다.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70원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돌파한 건 50일 만이다. 원화 약세 국면이 지속된다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환차손 리스크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미국, 인도, 베트남 등 한국보다 높은 성장률과 투자 수익률을 제공하는 곳들도 있다. 특히 미국은 안정적인 경제 환경과 강력한 기술 산업을 보유하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 수급은 공매도 제도 뿐만 아니라 제조업 경기, 환율 등에 따라 복합적으로 움직인다”며 “외국인들은 과거 공매도 재개 시 일정한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 재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공매도 재개로 인해 주가 하락 리스크가 큰 종목들이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은 종목들이 대표적이다. 또한, 최근 주가가 올랐는데 대차잔고까지 늘어난 경우도 공매도 타깃이 될 수 있다.

대차잔고는 공매도 대기 물량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2.04%) ▲현대차(2.31%) ▲SK하이닉스(2.60%) ▲POSCO홀딩스(3.34%) ▲셀트리온(3.99%) ▲한화에어로스페이스(4.26%) ▲LG에너지솔루션(4.48%) 등은 대차거래잔고 금액 비율이 5%대 미만으로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비교적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에코프로비엠은 전날 기준 대차거래잔고 금액 비율이 14.4%로 높게 나타났다. 포스코퓨처엠(12.0%), 유한양행(10.7%) 역시 대차잔고 비율이 10% 이상이다. 2021년 5월 공매도가 재개된 첫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주가가 5.97% 빠졌다. 하이브, JYP, SM엔터테인먼트 등 엔터섹터 종목들도 공매도 재개 시 유의가 필요하다.

이밖에 개인 투자자 보호장치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만연한 불공정 거래 및 불법 공매도를 원천 차단하는 게 관건인데 금융당국이 제대로 감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공매도를 시행하던 당시 내국인과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2대 98 수준이었다.

한편 이날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를 방문해 금융투자업계 주요 관계자들과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 참석한 김근익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