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원석과 BC카드..거꾸로 간 4년
PG업계, BC카드 강력 규탄 정치권, 수수료 인상 예의주시
“BC로 사세요", “여러분, 모두 부~자되세요!”
2000년대 초반, 국내 광고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추억의 광고 슬로건이다. 광고모델을 맡았던 김정은 배우는 당시 조연급 배우였지만 이 광고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파리의 연인'이라는 드라마 주인공으로 캐스팅되기에 이른다. BC카드가 '2000만이 사용하는 대한민국 대표카드'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업계를 주름잡던 시절 이야기다.
주요 은행들 대부분이 출자해 은행들이 주요 주주이자 회원사로 BC의 매입망을 사용하며 탄탄한 입지를 구가하던 BC였다. 하지만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BC카드는 카드 업권에서 영향력이 가장 미미한 회사로 지위가 하락했다.
시간을 거슬러 2010년 KT는 1등 통신사업자이자 라이벌 SKT가 하나카드와 손을 잡는 모습에 긴장했다. 이듬해인 2011년 당시 대주주인 우리은행으로부터 BC카드를 인수한 이유다. 통신과 금융을 결합한 시너지를 꿈꿨다.
하지만 은행들이 카드사업을 별도로 분리해 지주 내 자회사로 입지를 키웠고, 다양한 간편결제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BC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만 갔다. 특히 BC카드의 최대주주였던 우리은행 관계사 우리카드가 2023년 7월 독자망 사용을 선언한 것이 뼈아펐다.
본업에서 고전하던 BC는 그룹에서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금을 쏟아부어 그룹내 금융사업을 통괄하는 중간지주 역할의 짐까지 떠 맡는다.
그런 BC의 활로를 찾기 위해 등판한 이가 취임 전 6년간 BC카드 사외이사를 맡았던 최원석 대표다.
1963년생인 최 대표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와 서강대 경제학과 석사를 마치고 지금은 사라진 고려증권 경제연구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역시 지금은 없어진 장기신용은행에서 금융연구실장을 지냈다. 이후 삼성증권 경영관리팀, 그 관계사였던 에프앤가이드, 에프앤자산평가를 거쳐 BC카드 사장 자리에 오른다. 카드업에 몸을 담지 않고 카드사 사장에 오른 입지전적 행보다.
2021년 3월 29일 입사한 최원석 대표가 BC카드를 이끈 지 정확히 4년이 흘렀다. 지난해 말 임기가 종료될 거라는 것이 안팎의 예상이었지만, 그는 예상을 깨고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가 대표직을 지키는 동안, 우리카드 등 대형 고객사는 BC 결제망을 이탈했다. 과거 BC카드는 중계망을 통해 결제 인프라를 제공하며 수익을 올렸지만, 현재는 고객사들 사이에서 “BC 없이도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재임 시절 BC카드의 실적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가장 최근 공개된 2024년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수익은 2조8446억원으로, 2023년 동기(2조9981억원) 대비 약 5.1%(1535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입업무 수익과 서비스 수수료 수익은 각각 전년 대비 7.2%, 5.4% 하락했다. 이는 주요 고객사의 자체 결제망 구축 확대와 수수료 구조 조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수익 항목 중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자체카드 수수료 수익(52.7% 증가)과 회원 서비스 수수료 수익(19.5% 증가) 정도다. 하지만 전체 영업수익 규모를 감안하면, 이 증가 폭만으로는 하락분을 상쇄하기 어렵다.
BC카드는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PG업계와의 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직승인 영업 확대와 수수료 인상 등 강수를 두고 있다. BC카드는 직승인 결제 시스템 확대와 수수료 인상 등 무리한 영업 확장에 나서며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계와의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26일, PG협회는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BC카드를 규탄했다. 이들은 BC카드가 수익성 높은 우량 가맹점만 선별해 직승인 및 매입 대행 업무를 진행하며, 기존 결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 주최 측은 “BC카드가 30년간 함께 일궈온 결제 생태계를 짓밟고 있다”며 “최원석 대표를 해임하라”고 외쳤다.
이어 “‘사업 파트너와 동반 성장을 추구한다’는 BC카드의 윤리경영 원칙은, 결국 이미지 마케팅에 불과한 것이냐”며 “법적 책임이 없더라도 사회의 윤리 기준과 상충된다면,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경영이 판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역시 BC카드의 수수료 인상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용카드 업계가 영세·중소 가맹점에는 수수료 인하를 적용하면서, 일반 가맹점에는 오히려 수수료를 큰 폭으로 인상해 정부 정책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감독 실패에 책임을 묻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애플페이,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중심의 3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PG업계의 신뢰를 잃은 BC카드는, 브랜드 파워도 협상력도 갖추지 못한 ‘틈새 사업자’로 밀려날 가능성이 대두된다.
최원석 대표가 이끈 BC카드의 지난 4년은 갈 길을 잃은 시간이었다. 과거 대중에게 “부자되세요”를 외쳤던 BC카드는, 이제 생존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가 이끄는 BC가 지금 보여주는 전략이 '상생이 아닌 독식', '혁신이 아닌 무리수'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진지한 반성과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가 몸담았던 회사들처럼 BC카드가 금융시장에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