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고물가 시대 '가성비 외식' 새 강자로…'선봉'은 누구
3040·가족 고객 중심 백화점 외식 인기 현대, 다이닝 위크로 고객 유치 성과 '두각' 롯데, 푸드 에비뉴로 프리미엄 시장 공략 신세계, 특화된 미식 공간으로 매출 상승
고물가 시대, 예상 밖의 장소가 ‘가성비 외식’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백화점 식당가다. 과거 고가 이미지로 인식되던 백화점 외식 공간이 품질과 가격의 균형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주요 백화점들이 식음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 끼 외식 비용이 1만5000원을 훌쩍 넘는 요즘, 대다수 소비자들이 외식을 포기하거나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외식 물가 상승률이 3% 웃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외식비 부담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현대·롯데·신세계 등 백화점 3사는 각기 다른 외식 공간 전략으로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식당가 사업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8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전국 점포에서 진행되는 ‘다이닝 위크’를 통해 저녁 시간대(오후 5시 이후) 유명 레스토랑의 메뉴를 4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며, 무역센터점과 천호점에서는 발레파킹 서비스까지 운영한다.
특히 더현대 서울은 3~4인용 디너 패키지를, 고양 킨텍스점은 미취학 아동 대상으로 짜장면과 미니 쌀국수 등 무료 식사 메뉴를 선보인다. 이러한 전략들은 이미 효과를 보이고 있는데,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식당가 매출은 전년 대비 12.6% 증가했다. 식음 콘텐츠 고도화와 고객 맞춤형 접근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백화점의 식당가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다이닝 부문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0% 상승했으며, 2023년 말 인천점에 문을 연 ‘푸드 에비뉴’는 개장 1년 만에 방문객 900만명을 기록했다. 수원 타임빌라스에 조성된 ‘다이닝 에비뉴’도 매출 상승세에 동력을 더했고,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본관 재단장을 통해 프리미엄 식품관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식당가에서 긍정적 흐름을 보인다. 올 1분기 식당가 매출은 전년 대비 10.8% 증가했다. 강남점의 ‘스위트파크’와 ‘하우스 오브 신세계’ 등 작년 선보인 특화 미식 공간들이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최근 서울 중구의 본점 리뉴얼을 통해 13층과 14층 식당가에는 가성비 맛집에 선정된 고아화문국밥과 서관면옥 등이 들어섰다. 올 하반기에는 SSG푸드마켓 청담점을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전반적인 고객 반응과 실행력 면에서는 현대백화점이 한발 앞서 나간 모습이라는 게 업계 보편적인 시각이다. 현대백화점은 단순히 브랜드 라인업 확대에 그치지 않고, 외식 공간을 하나의 ‘경험 콘텐츠’로 전환하는 데 집중했다.
셰프 브랜드와의 협업은 물론, 계절·지역별 콘셉트를 도입한 미식 테마존 운영으로 식당가에 ‘방문 목적성’을 부여했다. 특히 유·아동 동반 고객이 많은 3040세대가 유아 휴게실과 수유실 등 편의시설 때문에 백화점 식당가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두 자녀를 둔 김모씨(33·남)는 “주말에 아이들과 백화점에 가면 놀이시설을 이용하고 식당가에서 부담 없는 가격에 식사할 수 있어 자주 찾게 된다”며 “이전보다 합리적인 가격의 매장이 많아져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씨는 “퇴근 후 백화점 식당가에서 식사하는 것이 편리하고 깔끔해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식당가는 전에는 비싼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고물가 장기화로 외식 부담이 커지면서 가성비 좋은 외식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의 외식 매장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3040세대 고객의 백화점 식당가 매출이 30% 이상 늘어났다. 아울러 지난달 식당가를 저녁 시간에 이용한 고객의 48.1%는 당일 패션·잡화·아동용품 등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돼, 식음 공간이 전체 매장의 매출 견인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과거 백화점 식당가는 고급 레스토랑 위주로 구성돼 있어 일반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꼈지만, 최근엔 깔끔한 환경과 신뢰할 수 있는 품질에 비해 가격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인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현대백화점이 이 시장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화점 식당가는 외식 부담이 커진 시대에 가격 대비 만족도와 쾌적한 공간을 동시에 충족시키며 소비자 니즈에 부합한 해답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백화점들은 식당가 구성을 다양화하고 가격 경쟁력 있는 브랜드 유치에 집중할 것”이라며 “현대백화점이 추진한 전략의 성공으로 타 백화점들의 벤치마킹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트레이트뉴스 임소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