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강자 애경산업 매물로…그룹 구조 재편 본격화
모태 사업 내놓는 애경…“재무구조 개선 위한 ‘고육지책’” 사업구조 조정 검토…불확실성 속의 신중한 접근 필요
애경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 재편에 나섰다. 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항공업 부진과 계열사들의 잇따른 실적 저하에 따른 선제적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지주사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약 63%의 매각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전날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이사는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열린 직원 간담회에서 “그룹이 어려운 상황에 재무 구조 개선 방안으로 애경산업 매각을 고려 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으니 업무에 집중해달라”고 요청했다.
AK홀딩스 관계자는 계열사 매각 검토와 관련해 “기업이 사업 구조와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현재 검토 단계일 뿐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파트너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28.7%로, 그룹 전체 부채는 약 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주항공의 적자 여파와 AK플라자·애경케미칼 등 유통 및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으로 그룹의 재무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애경그룹은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했다. 이후 1985년 생활용품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애경산업을 설립했다. ‘케라시스’ ‘2080’ ‘루나’ 등 친숙한 브랜드를 보유한 애경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6791억원으로 1.5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4% 감소한 468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은 약 3800억원으로, AK홀딩스 등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약 240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실제 매각가는 약 6000억~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K홀딩스 관계자는 “기업 가치 평가는 시가총액 외에도 여러 요소를 반영하는 복잡한 사안”이라며 “계열사 매각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다양한 상황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매각이 결정되더라도 공항 및 케미칼 사업에 집중된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기 매물 자산 가격은 시장 상황과 외부 요인에 따라 변동할 수 있으며, 자산 가치 평가는 단순 지표가 아닌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애경산업 매각 소식에 이날 오전 주가는 8% 이상 강세를 보였으며, 그룹주인 애경케미칼과 AK홀딩스도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작년 연말 제주항공의 무안공항 사고로 계열사들의 주가는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경영 압박이 커졌다. 이와 함께 애경그룹은 자산 매각의 일환으로 경기도 광주 소재 중부컨트릴클럽 매각도 진행 중이며, 해당 골프장은 애경케미칼이 전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경그룹이 주력 사업인 생활용품 부문을 매각한다는 것은 그룹의 정체성과 미래 방향성에 큰 변화를 의미한다”며 “항공과 화학 등 비소비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임소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