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전쟁] ➁ 발란 사태..PG·카드사 갈등 2라운드?
결제업계 “발란 사태, 취소 거래 발생 필연적”
카드사와 부가가치통신사업자(VAN사),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사), 빅테크와 제도 변화까지—국내 결제 시장이 격변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우리카드의 독자망 구축, 발란 사태로 불거진 정산 갈등, 수수료를 둘러싼 이해 충돌, 정부의 종합지급결제업 도입 논의, 애플페이 확산 등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결제 전쟁」 시리즈를 통해 결제업계 판도 변화의 핵심 이슈들을 짚고, 시장 재편의 흐름을 분석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티몬·위메프 사태 당시 지급결제(PG)업계와 카드사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이들은 직승인 결제 시스템, 가맹점 수수료 이슈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데, 발란 사태까지 겹치며 갈등은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명품 플랫폼 발란은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지난달 24일, 발란은 판매 대금 정산을 중단했으며, 28일부터 상품 구매·결제도 모두 막혔다. 신용카드사와 전자결제대행(PG)사가 서비스를 중단하고 철수했다. 발란의 자체 결제서비스인 발란페이도 멈췄다.
발란의 재무 상태는 이미 적신호를 보였던 상황이었다. 발란의 2023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를 보면, 유동부채는 유동자산(56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138억원에 달했다. 이는 자본잠식 상태 수준이다. 2020∼2023년 4년간의 누적 영업손실액은 72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적지 않은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발란의 미정산 금액은 300억원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란이 자본잠식에 빠진 건, 플랫폼 거래가 둔화된 상황에서 20∼30% 할인쿠폰을 남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는 결국 플랫폼의 총체적인 부실로 이어졌다.
정산 지연이 발생하자, 발란 측은 “정산 오류”라며 해명했다. 하지만 후속 정산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과정은 티몬·위메프 사태와 유사한 전개다. 티몬·위메프는 합산 거래액 7조원이 넘었지만 지난해 현금이 바닥나면서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티메프가 정산하지 못한 입점사 판매대금은 1조279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결제 취소나 환불을 요청했으나, PG사들이 해당 업체들과의 거래를 중단하면서 환불 처리가 지연됐다. 카드사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PG사들에게 적극적인 환불 처리를 요구했지만, PG사들은 자금 회수의 어려움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카드사들은 “소비자들의 결제 대금을 PG사를 통해 티몬과 위메프에 정상적으로 지급했으므로, 판매자들에게 대금이 전달되지 않은 책임은 PG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PG사들은 “중개자 역할을 했을 뿐이며, 실제 대금 미지급 책임은 티몬과 위메프에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일부 카드사들은 PG업계를 거치지 않고 직승인 결제 시스템을 확대하는 추세다. 여기에 PG사애 대한 가맹점 결제 수수료까지 높이면서 PG사들의 반발은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란 사태로 PG업계와 카드업계가 또 다른 갈등을 직면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급결제업계 전문가 A 씨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발란 사태 역시 취소 거래 발생은 필연적”이라며 “카드사 보단 PG사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A 씨는 “다만 양측이 최근 다양한 갈등을 겪고 있어 발란 사태 만큼은 서로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직 가맹점 수수료 협상도 아직 진행중인 회사들이 있기 때문에 갈등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상품권을 발행하는 유통사가 철저하게 결제자금을 관리하고 감독기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를 감독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신보성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티몬·위메프 사태의 주요 이슈와 정책방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신보성 선임연구위원은 “금융회사건 비금융회사건,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혹 은 하이브리드건, 어떤 사업자라도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자금의 보관 및 결제기능을 수행한다 면 이는 금융기능으로 규제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규제를 위한 원칙은 철저한 분리”라며 “이러한 원칙에 입각할 때, 이번에 문제가 된 티몬과 위메프는 물론, 배달앱, 숙박앱 등 어떠한 형태로든 고객 의 결제자금을 보관, 관리하는 업자라면 이 자금을 회사자금으로부터 엄격히 격리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