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3조 포기해 얻은 통합 대한항공…내부 불협화음에 조원태 리더십 부재 논란

2025-04-03     박응서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신규 CI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이동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제공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하기 위해 3조원이 넘는 연 매출을 포기했는데,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거세가 나오고 있다. 이에 조원태 회장의 리더십이 부재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 대한항공 직원과 아시아나 직원이 서로에 대한 불신을 담아 거센 설전이 펼쳐졌다.

한 게시글에서 대한항공 직원 A씨는 “망해서 길바닥에 나 앉을 뻔하다가 겨우 흡되는 와중에 ‘자존심’을 지키려는 저 발버둥 안쓰럽다”고, B씨는 “취업할 때 아시아나 거들떠보니도 않은 회사였는데, 그 회사가 대한항공 출신들과 동일한 레베루가 되고, 이제 아시아나출신들이 어디가서 ‘대한항공 다녀오’라고 할 그 꼬러지가 너무 싫음”이라고 댓글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직원 C씨는 “너도 맘에 안들면 능력되는 곳으로 가면 되지, 능력 없어?”라고, D씨는 “연진이가 이렇게 많다니 무섭다. 직장내괴롭힘으로 많은 신고전이 예상된다”고 댓글로 응수했다.

다시 대한항공 직원 E씨는 “직장내에서 괴롭히지도 관심도 안 줄 껀데? 평가에서만 최저로~”라고 하자 아시아나항공 직원 F씨는 “네, 무식하면 용감하십니다”라고 답했다.

대한항공 직원 G씨는 “여기가 어떤 곳인데 굴러온 돌들은 그냥 굴러가게 할 꺼니까 걱정마~ 이미 대책 마련중인 걸로”라고 댓글을 이어갔다.

이 같은 내용이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 펌글로 소개되면서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한 의견이 올라왔다.

H커뮤니티의 닉네임 columbo씨는 “서양에서도 노예들이 서로 목에 걸린 쇠고랑 자랑을 한다는 말이 있다고 들은 거 같고, 우리나라에서도 노비들이 서로 자기 대감 자랑으로 싸운다고 했고. 아이고,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대한항공 직원들이 아시아나를 아래로 보는 저런 자세 때문에 서울대 출신들이 나라를 말아먹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만 우위에 있으면 무조건 아래로 보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같은 커뮤니티의 MJPARADISE씨는 “조양호 회장 일가의 그 수많은 만행들은 벌써 다 잊은 건가요? 나 같으면 쪽팔려서 대한항공 다닌다고 말 안할 것 같은데, 저게 저리 자부심 있는 직장이었어요? 군대에서 군인들끼리 서로 자기 군복 칼주름 잡았다고 자랑하는 것 같네요”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대한항공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서로 이렇게 반목하면 소비자에게 불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소비자가 느끼는 서비스질이 낮아질 수 있거나 담보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교수는 “서비스 업종으로 두 회사 간 통합에서 (인적 융합이) 제일 중요한 해결해야 될 안건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비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41년만에 CI를 교체했다고 밝혔지만 3일 대한항공 본사 건물에는 과거 CI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장석진 기자

연간 매출 '슬롯 반납 1조3700억원·아시아나화물 매각 1조7000억원' 포기

2023년 당시 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성사될 경우 두 회사가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반납해야 할 슬롯이 미국 노선 47개, EU 노선 20개로 67개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통합 대한항공은 연간 1조3700억원(2019년 기준)이 넘는 매출을 포기하게 된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으로 연간 1조7000억원(2024년 기준)이 넘는 매출을 추가로 잃게 되면서 합계 3조원이 넘는 연 매출이 사라진 셈이다.

이를 영업이익으로 환산하면, 대한항공의 2024년 영업이익률 12%를 적용, 매출 3조원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영업이익 3600억원을 매년 놓치게 되는 꼴이다.

이처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을 위해 큰 경제적 손실을 감수한 셈이다. 그런데 이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내부에서 서로 반목하고 있어 업계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 리더십이 부재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완전한 통합까지 앞으로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익명의 SNS글에 대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슬롯의 구체적인 반납조건은 없고, 매출감소수치 근거가 불명확하다”며 “통합항공사의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통해 신시장 개척하고, 수익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