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진입장벽 낮추고 분류체계 재정비해야”

핀테크업계·정치권, ‘디지털자산기본법’ 조속한 추진 촉구 민병덕 의원 "증권형토큰(STO) 제도화시 유통 시장 폭발적 성장 가능"

2025-04-15     조성진 기자
채상미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디지털금융학계에서 “디지털자산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분류체계를 전면 재정비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5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더불어민주당과 여의도 국회에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포럼’을 개최했다.


◆ ​​​​​​“신유형 디지털자산, 맞춤형 분류와 규제 필요”


채상미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산업 진흥과 투자자 보호를 함께 달성하려면 진입 규제를 합리화하고, 다양한 서비스 유형에 맞는 분류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디지털자산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는 반면, 법적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바스프(VASP)에 대한 정의와 분류 기준이 국가별로 상이하고, 국내는 거래소 중심의 단순 분류 체계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바스프(VASP)란 가상자산의 교환, 이전, 보관·관리, 발행 또는 이와 유사한 행위를 수행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채상미 교수는 “탈중앙화금융(DeFi), 대체불가토큰(NFT), 탈중앙자율조직(DAO) 등 새로운 서비스 유형은 현행 제도 틀 안에 포함되지 못하고 규제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며 “결국 투자자 보호가 취약해지고, 산업의 지속 가능성도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 교수는 “유럽연합(EU)이 디지털자산 사업자를 클래스 1~3으로 나눠 자본금 요건과 등록 요건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며 “리스크 기반의 유연한 분류 체계를 참고해 우리도 단순 지갑 서비스와 대형 거래소를 동일 기준으로 보는 불합리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는 실명계좌를 보유한 거래소가 4곳뿐이고, 등록된 바스프(VASP)는 29곳에 불과하다”며 “이로 인해 신생 기업과 중소 플랫폼의 제도권 진입이 가로막히고 있으며, 국내 블록체인 산업 경쟁력 저하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유튜브 기반의 무등록 투자자문, 민간 평가 플랫폼, 불명확한 공시 구조 등 이슈가 있다”며 “자문업에 등록제와 설명·기록 의무를, 평가업에는 공정성 확보와 기준 표준화를, 공시업에는 공적 통합 공시 플랫폼과 실명제·제재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디파이의 경우 프론트엔드 운영자나 스마트 컨트랙트 배포자가 실질 권한을 갖고 있으므로 일정 요건 이상 사업자에게는 실명 등록과 자금세탁방지(AML)·고객확인(KYC) 요건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NFT와 DAO 역시 증권성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여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가상자산 사업자로 등록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책임 주체 명확화·입증 구조 개편, 투자자 보호 핵심”


채상미 교수는 “현행 구조 상 디지털자산 피해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건 한계”라며 “거래소 운영자에게 리스크 고지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자동으로 책임을 추정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입증 책임을 모두 떠안는 구조는 부당하며, 운영자의 실질 통제력이 있는 경우 인과관계를 추정하고 반증 책임은 사업자가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업자에게도 과도한 책임을 지우지 않도록, 정기 감사 이행이나 계약조건 충실 이행 등을 면책 사유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채상미 교수는 “자문·평가·공시업 등록제와 함께 서비스 유형에 맞춘 맞춤형 규율 체계를 설계하고, 디파이·NFT 등 비정형 서비스의 제도권 편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규제 샌드박스와 사전 컨설팅 제도를 통해 사업자의 등록을 유도하고, EU 미카(MiCA), 싱가포르 PSA 등 국제 기준과 조화된 등록요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지속가능한 신뢰 기반 산업으로 전환하려면, 등록제 도입과 공시 표준화, 책임 주체 명확화, 입증 구조 개편 등이 선행돼야 한다”며 “산업 발전과 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입법 정비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디지털자산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려면 서비스 유형에 따른 사업자 분류와 차등 규율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상 사업자 유형은 복합 서비스 구조를 반영하지 못하고, 디파이(DeFi)나 DAO처럼 운영 주체가 불분명한 서비스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EU의 미카(MiCA)처럼 자산 유형과 위험도에 따른 유연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셜미디어를 기반한 유사 투자자문이나 공시·평가 정보 왜곡은 투자자 피해로 이어진다”며 “자문·공시·평가업에도 등록제와 설명·기록·책임 의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피해자에게만 입증책임을 지우는 현 제도는 한계가 있다”며 “EU처럼 일정 요건 충족 시 사업자에게 책임을 추정하고, 면책 요건도 함께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디지털자산 규율 체계 시급…입법 속도 더 높여야”


이날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이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음에도, 지나치게 보수적인 관점 때문에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형토큰(STO)이 본격적으로 제도화되면 유통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데 한국은 이 법을 너무 신중하게만 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법을 빨리 진행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해답을 찾기보다, 각자의 안을 가지고 논쟁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며 “지금 정무위와 핀테크 협회가 함께 규율 체계를 진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는 만큼, 이 과정을 마치자마자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작업에 다시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이제는 속도가 필요하다”며 “입법이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국회와 민간 모두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세번째)와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왼쪽 첫번째).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디지털자산 사업자의 서비스 유형에 맞는 업무 구분과 균형 잡힌 규율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근주 협회장은 “주요국들이 디지털자산 산업의 제도화를 위해 사업자 유형을 명확히 하고, 기능 중심의 규제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며 “미국은 SEC와 CFTC를 중심으로, EU는 미카(MiCA)법을 통해 산업 구조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도 제도화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금융 질서 재편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디지털자산 사업자의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고 책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투자자들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환경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시장의 신뢰성과 안정성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