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신화' 이대로 멈추나.. 더본코리아, '상장·브랜드·광고' 삼중고
상장 후 5개월 만에 주가 70% 폭락.. 브랜드 신뢰↓ 잇단 논란·폐업률 급증.. 가맹점 관리 부실 도마 위 백종원 브랜드 흔들림 속 광고계 ‘에드워드 리’ 재편 "책임 통감" 공식 사과.. 회사 내부 시스템 원점 재점검
'백종원 신화'로 대표되는 더본코리아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증시에 상장하며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더본코리아는 불과 5개월 만에 주가가 70% 이상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상장 초기 6만45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2만8000원대까지 떨어지며 반토막이 났고, 이 과정에서 회사와 백 대표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외식업계에선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논란을 단순한 '해프닝'의 범주를 넘어 회사의 근본적인 시스템과 윤리 의식을 의심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빽햄’ 선물세트 고가 논란 ▲감귤맛 맥주 과일 함량 허위 표시 ▲원산지 표기 오류 ▲건축법 및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위반 ▲직원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임원 ‘술자리 면접’ 등 각종 구설에 휩싸였다. 특히 일부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폐업률이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리한 확장과 가맹점 관리 소홀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본사의 관리 부실이 가맹점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이러한 연이은 논란에 대해 더본코리아는 지난 15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이제, 다 바꾸겠습니다”라는 강한 어조로 조직 혁신과 윤리 경영을 약속했다. 회사는 “뼈를 깎는 조직·업무 혁신을 통한 고객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감사조직 신설 ▲대외 홍보·소통 체계 가동 ▲임직원 책임 강화 ▲식품 안전·위생 관리 시스템 전면 재정비 등 구체적인 쇄신 방안을 내놓았다. 최근 문제가 된 임원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고 외부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받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단순한 사과를 넘어 상장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올해 집중적으로 제기된 모든 문제를 철저히 개선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더본코리아의 위기가 단순히 시스템 개선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백 대표 개인의 브랜드 파워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백 대표는 오랜 기간 방송과 광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믿고 먹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왔으나, 최근의 연이은 논란으로 인해 그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 실제로 광고계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백 대표가 장기간 점유해온 광고 시장의 공백을, 새로운 셰프들이 빠르게 메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재미교포 셰프 에드워드 리가 광고계의 ‘핫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에드워드 리는 농심, 코카콜라, 맘스터치, 풀무원샘물, 경동나비엔 등 주요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발탁되며, 단기간에 5개 이상의 광고를 섭렵했다. 그의 독창적인 요리 철학과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쌓은 글로벌 감각, 푸근하고 신뢰감 있는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특히 맘스터치와의 협업으로 출시한 ‘에드워드 리 빅싸이순살’은 출시 1주일 만에 10만 개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고, 농심 신라면 툼바의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에드워드 리 셰프의 스토리와 요리 실력, 푸근한 이미지 등 다양한 요소가 그를 광고모델로 내세우기에 적합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광고계의 판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가운데, 더본코리아와 백 대표의 위기는 단순히 한 기업의 위기를 넘어 외식업계 전반의 신뢰와 브랜드 가치, 소비자와의 소통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본코리아는 조직 문화와 업무 시스템의 혁신을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백 대표 역시 “회사 내부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있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나, 더본코리아가 다시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백 대표 개인의 브랜드 파워에 기대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투명한 경영, 가맹점과의 상생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더본코리아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세운 혁신과 쇄신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나아가 백종원이라는 브랜드가 다시금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외식업계와 소비자, 투자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