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산업의 쌀’ 석유화학 에틸렌, 적자 스프레드 3년째

흑자 회복 요원…자산 매각 나선 화학사들 중국발 증설 폭탄에 미중 무역갈등까지 악재 겹쳐

2025-04-17     이재영 기자
여수 석유화학산업단지 전경. 사진=여수시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산업의 쌀'로 불리는 석유화학 반제품 에틸렌이 만들면 적자인 스프레드(원료와 제품 가격차)가 3년간 지속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중국발 공급 폭탄에다 미국과의 무역갈등까지 불거져 호재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에틸렌 적자 스프레드도 곧 4년차에 접어들 전망이다.

17일 업계 관계자는 “NCC(나프타크래커, 에틸렌 제조시설, LG화학·롯데케미칼·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여천NCC·한화토탈 보유)업체의 손익분기점은 나프타와 에틸렌 스프레드 300달러”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에틸렌 원료인 나프타와 에틸렌 스프레드는 2022년 3월 300달러대를 마지막으로 이후 줄곧 300달러선을 밑돌았다. 200달러대도 빠르게 지나쳐 올들어 3월까지 거의 내내 100달러대에서 움직였다.

이처럼 적자구조가 장기화되자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이 NCC 매각을 추진했으며, 매수자가 선뜻 나서지 않아 물밑 협상은 길어졌다. 마찬가지로 올레핀(에틸렌, 프로필렌)을 만드는 효성화학도 적자를 메꾸기 위해 특수가스 사업부 등 여러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효성화학은 나프타 대신 가스 프로판으로 프로필렌을 만드는 프로판탈수소화공정(PDH)을 보유 중이다. PDH 스프레드 마지노선은 에틸렌보다 아래에 있지만 중국발 PDH 증설이 심해 역시 적자가 누적됐다. 앞으로도 수익성 회복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들은 매각가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석유화학업계는 최근 미·중 무역 갈등 속 올레핀 신규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 누적까지 겹쳤다. 미국 관세 여파로 중국 내 올레핀 생산업체의 원가 상승이 한국 경쟁사들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 로컬 업체들은 미국 원재료 수급 경로를 중동으로 돌렸고 신규 증설된 시설이 원활하게 가동하면서 공급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최근 아시아 석유화학 스폿거래 시장은 관망세가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종 등에서 일어나는 관세가 높아지기 전 재고를 확충하려는 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 최근 중국 내 신규 증설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공급 추이를 지켜보려는 태도가 짙어졌다.

중국 완화화학은 4월3일 산둥성 옌타이에 위치한 연간 120만톤 규모의 제2 NCC를 성공적으로 가동했다. 이 시설은 3월에 중동에서 나프타를 도입해 시운전했고 현재 80%대 가동률로 운전 중이다. 관세 때문에 중국이 미국에서 들여오는 에탄과 프로판 가격이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국내 화학업체의 가격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중동이 복병이다. 완화화학은 제1 크래커의 경우 프로판을 사용하며, 원료의 가격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와 쉘이 합작한 광둥성 내 제3 에틸렌 시설도 현재 증설 중이다. 엑슨모빌이 역시 광둥성에 보유하고 있는 에틸렌 시설은 지난 2월부터 시운전을 시작해 2분기 내 상업가동이 예상된다. 시노펙과 사우디 아람코가 합작한 연간 150만톤 규모 에틸렌 시설은 2030년 상업가동이 예정되는 등 증설이 끊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