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왜 이러나.. '재상폐' 위기에 투자자 우려 확산

국내 대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WEMIX)가 또 한 번 상장폐지(상폐) 위기에 휩싸였다. 지난 2월 28일 발생한 약 90억 원 규모의 대형 해킹 사고와 정보공시 지연 사태가 촉발점이 됐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인 DAXA는 위믹스를 거래유의종목으로 지정했고, 상장폐지 여부를 두고 업계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위믹스의 상장폐지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에도 위믹스는 유통량 허위 공시 논란으로 인해 한 차례 상장폐지된 전력이 있다. 당시 DAXA는 “위메이드가 위믹스의 시장 유통량을 과소 공시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며 거래 지원 종료를 단행했다. 이후 2023년 12월 업비트를 제외한 4개 거래소에서 가까스로 재상장에 성공했으나, 이번 해킹 사태로 인해 국내 가상자산 최초의 ‘재상폐’ 위기에 놓이게 됐다.

만약 이번에도 상장폐지가 확정된다면, 위믹스의 국내 시장 재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이미 한 차례 상장폐지와 재상장을 경험한 만큼, 투자자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2월 28일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고다.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자회사 위믹스 재단은 “플레이 브릿지 볼트에 대한 악의적인 외부 공격으로 약 865만4860개의 위믹스 코인이 비정상적으로 출금됐다”고 밝혔다. 이는 당시 시장가로 약 90억 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플레이 브릿지는 위믹스 코인을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전송하는 시스템이고, 이 과정에서 자산을 보관하는 지갑이 공격을 받았다. 위믹스 재단은 해킹 사실을 인지한 즉시 외부 보안 전문가와 함께 대응에 나섰으나, 해킹 자산 상당수가 해외 거래소에서 이미 매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자는 내부 개발자가 공용 저장소에 올린 보안과 직결된 자료를 획득해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해킹 사고 발생 후 4일이 지나서야 공식 공시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위믹스 측은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지를 지연했다”고 해명했지만, DAXA는 이를 불성실 공시로 판단해 거래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자들은 신속한 정보 공개와 피해자 보상 방안이 미흡하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DAXA는 위믹스의 상장폐지 여부 결정을 두 차례 연장했다. 18일 DAXA는 “유의종목 지정에 관한 사실관계 및 후속조치 등에 대해 프로젝트 측의 소명을 받고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거래유의종목 지정을 5월 1주차(4월 28일~5월 2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DAXA는 고팍스,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등 국내 5개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가 참여하는 협의체로, 상장폐지 여부는 이들 거래소의 공동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위메이드 측은 “위믹스 거래유의종목 해제를 위해 필요한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하며 소명 과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위믹스 재단은 해킹 사고 이후 신뢰 회복을 위해 보안 시스템 강화, 100억 원대 바이백(시장 매수) 시행, 투자자 간담회 개최 등 다양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다만 해킹 사고의 정확한 경위, 피해자 보상 방안, 향후 서비스 안정화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최근 위믹스 플랫폼 내 일부 서비스 종료와 조직 개편 움직임까지 감지되며,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위믹스는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자산으로, 만약 상장폐지가 확정된다면 위메이드의 전체 블록체인 게임 사업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외 투자자와 파트너사, 게이머들의 신뢰도 역시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위믹스가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해킹 사고에 대한 투명한 소명, 신뢰 회복을 위한 신속한 보상 대책 마련, 서비스 안정화와 조직 재정비 등이 필수적"이라며 "무엇보다 국내외 가상자산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위믹스가 어떻게 신뢰를 회복하고 블록체인 게임 산업의 대표주자로 다시 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