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카드사 실적 급감..내수 침체 ‘직격탄’
연체율 상승에 수수료 인하 '이중고' 해외 사례도 ‘수수료 인하 후 부작용’ 경고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일제히 실적 감소를 겪으며 내수 경기 둔화와 대손비용 증가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주요 카드사인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순이익 감소율을 기록하며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를 방증했다.
◆ 줄어드는 수익, 늘어나는 연체율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1분기 순이익이 8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9.3%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 순이익도 13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6.7% 감소했다.
수익성 하락의 배경에는 내수 경기 둔화로 인한 소비 위축이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준내구재와 비내구재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각각 1.7%, 2.5% 감소했다. 준내구재는 의류·신발 등 수명이 1년 내외인 제품군, 비내구재는 화장품·식품처럼 짧은 수명의 소비재를 말한다. 이에 따라 카드 이용액 증가세도 둔화되면서 카드사 수익에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각 카드사의 대손비용 부담도 급격히 늘었다. 신한카드의 1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5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늘었다. KB국민카드의 1분기 대손충당금 역시 28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5%(903억원) 늘었다.
대손비용이란 카드사가 고객에게 신용대출, 카드결제대금 등을 회수할 수 없게 될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비용으로 반영하는 돈을 뜻한다. 대손비용이 증가하면, 카드사는 이익 감소 압박을 받고,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 함으로 자본 여력도 줄어들게 된다.
연체율 상승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1분기 말 기준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 연체율은 1.61%로 각각 2014년 말, 2015년 3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 은행권도 연체율 상승..6년 만에 최고치
은행권 역시 연체율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2월 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58%로 1월 대비 0.05%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2018년 11월 이후 6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금융권 전반이 내수 둔화와 대출 건전성 악화라는 복합 악재에 직면하면서, 카드사의 실적 감소는 특정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체에 걸친 구조적 어려움임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카드의 1분기 말 연체율은 2.15%로 2014년 회사 출범 이후 가장 높았고, 우리카드는 1.87%로 작년 1분기(1.47%)보다 0.40%p 올랐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고금리인 카드대출 뿐만 아니라 카드 납부금 조차 제대로 갚지 못하는 것이다.
급전 창구인 카드론 잔액 역시 증가해 올해 2월 42조9888억원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가 지난달 분기 말 부실채권 상각 등 영향으로 42조3720억원으로 다소 감소했다. 지난달, 9개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4.83%로 2022년 12월 이후 2년 3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수익 ‘반토막’..“균형잡힌 정책 필요”
일각에선 “현실적인 가맹점 수수료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16년까지만 해도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육박했지만, 지난해에는 22.7%까지 쪼그라들었다.
2012년 적격비용 산정제도 도입 이후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속해서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적격비용 산정은 카드 결제의 모든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을 고려해 가맹점 결제 원가 분석을 바탕으로 정부가 수수료율을 조정하는 제도로,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위해 시행됐다.
올해 2월 14일부터 시행된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따라,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최대 0.1%p 내렸다. 이로 인해 약 305만9000개의 가맹점이 평균 8.7%의 수수료 부담을 경감받게 되었다. 또한 연매출 1000억원 이하의 일반가맹점에 대해서는 향후 3년간 수수료율을 동결해, 추가적인 수수료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필연적으로 카드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는 연구계 목소리도 있다.
올해 2월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신용카드 수수료 규제의 해외사례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2003년 신용카드 정산수수료 상한 규제를 도입해 평균 수수료율을 0.95%에서 0.55%로 낮췄고, 이로 인해 가맹점 비용은 감소했지만 카드 사용자 혜택은 줄어들고 연회비가 상승했다.
유럽연합(EU) 역시 2015년 IFR(Interchange Fee Regulation)을 통해 신용카드 정산수수료율 상한을 0.3%로 제한했으나, 카드 회원 연회비 상승과 혜택 축소라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배진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012년 이후 4차례에 걸친 적격비용 산정과 수수료 인하로 정책 목표는 상당 부분 달성됐다”며 “그러나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성이 떨어지고, 대출상품 의존도가 높아지는 부작용도 나타났다”고 우려했다.
배 연구위원은 “수수료율 규제는 사회적 후생을 증대시킬 가능성도 있지만, 카드업계의 혁신 유인과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함께 가져온다”며, “수수료 규제에 대한 균형 잡힌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