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쟁사에 보안 맡긴 KT, 뒷배경은 ‘삼성 출신’ 회장?
경쟁사에 일감 맡긴 극히 이례적 의사결정 삼성 출신 황창규 회장 임기 당시 거래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KT가 이례적으로 2013년부터 2016년경까지 경쟁 관계에 있는 삼성 에스원에 보안 용역을 맡긴 사실이 드러나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KT텔레캅, 에스원, SK쉴더스가 과점한 보안 시장은 내부시장(캡티브마켓) 위주로, 보안의 민감성 때문에 경쟁사 간 거래가 극히 드물다. 당시 KT는 삼성전자 출신 황창규 회장 부임 이후 삼성에 우호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당시 에스원은 경쟁 입찰을 통해 KT텔레캅의 첫 외부 용역 계약을 따냈다. 본래 해당 보안 사업은 KT에스테이트에서 KT텔레캅으로 이관됐었다. 외부시장(오픈마켓) 진출을 위한 전문화 시도였다. 이후 KT텔레캅은 내부시장을 개방했고 에스원이 보안 업무를 맡게 됐다. 외부시장 공략을 위해 경쟁사를 관찰하자는 게 경영진의 의도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래서 내부시장 일감 중 일부만 에스원에 맡겨졌다. 학습 목표가 있었던 만큼 경쟁 입찰은 약식 형태로 진행됐다.
그렇더라도 KT 보안 업무를 외부에 맡긴 것은 극히 이례적 결정이었다. KT텔레캅은 KT 그룹 내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컸다. 에스원도 삼성그룹 내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했다. 이런 구조로 인해 양사가 직접 거래할 가능성은 낮았다.
더욱이 에스원은 2013년에 알뜰폰 사업인 안심모바일을 시작했고, KT는 이미 알뜰폰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양사는 경쟁이 심했다. 뿐만 아니라 에스원은 2013년 가정용 보안 시스템인 세콤 홈 블랙박스를 출시했고, KT텔레캅은 홈가드라는 홈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며 맞붙던 참이었다.
이 가운데 그룹 보안 업무를 외부에 맡기는 결정은 민감할 수밖에 없어, 그룹 회장이 관여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석채 전 KT 회장 (2013년 11월까지)임기만 해도 삼성과 KT는 다소 불편한 관계였다.
KT가 2009년 아이폰을 국내 단독 도입하면서 삼성전자와 갈등이 부각됐다.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을 KT에 차별적으로 공급하거나 보조금을 차등 지급했다는 논란도 일었다. 이 전 회장이 직접 삼성전자 스마트폰 쇼옴니아를 홍길동에 비유하며 섭섭함을 드러낸 바 있다.
반면, 황창규 전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기술총괄사장(CTO) 등을 역임해 KT 부임 후 삼성에 우호적이었단 평가를 받는다. 재임 시절 KT 내부적으로 삼성전자 출신 인사들이 요직에 발탁돼 삼성 문화를 이식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삼성에 일감을 맡긴 KT 의사결정은 매끄럽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에스원이 가져간 일감은 기존 KT 협력사 몫이었다. 해당 협력사는 일감이 끊기자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KT와 법적 분쟁을 겪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KT는 LG CNS 대표이사 출신인 김영섭 사장이 부임할 때도 LG와의 관계 변화에 대한 예측과 우려가 난무했다. 다만, 김 사장 취임 후 현재까지 KT와 LG그룹 간 특별히 두드러진 협력이나 갈등은 보이지 않는다.
재계 관계자는 “조기 대선을 거쳐 정권이 교체될 경우 KT와 포스코가 다시 회장 임기를 두고 분란을 겪을 것이란 걱정이 없지 않다”라며 “수장이 자주 바뀌는 소유분산기업의 대리인 문제가 새 정부에서 만큼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