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성장' 신호탄.. LG생건, 하반기 '반전' 예고
아모레퍼시픽, 서구권 매출 증가.. '中 의존' 탈피 LG생활건강, 뷰티 부진 속 생활용품 '선방' 주목
국내 화장품 업계를 대표하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각기 다른 실적 흐름을보이며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양사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의 전략 변화와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지만, 실적 지표와 성장 동력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 1648억 원, 영업이익 128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7%, 55.2% 증가한 수치로,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부진을 떨쳐내고 본격적인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별도 실적도 매출 1조 675억 원(17.1% 증가), 영업이익 1177억 원(62% 증가)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호실적의 배경에는 해외 사업의 고성장, 특히 서구권과 기타 아시아 지역에서의 실적 개선이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은 47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5% 급증했다. 서구권(미주, 유럽 등) 매출은 2125억 원으로 102.1% 성장했고, 기타 아시아 지역도 1278억 원으로 53% 증가했다.
반면 중화권 매출은 1328억 원으로 10.4% 감소했으나, 사업 구조 개선과 효율화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해외 영업이익은 120% 넘게 증가해, 전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이는 코스알엑스 등 자회사 실적 편입 효과와 함께 라네즈·헤라 등 주요 브랜드의 글로벌 마케팅,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은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국내 매출은 5773억 원으로 2.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94억 원으로 소폭(0.6%) 늘었다. 멀티브랜드숍(MBS)과 온라인 채널이 매출 성장의 중심축이었으며, 혁신 신제품 출시와 글로벌 캠페인 전개가 소비자 반응을 이끌었다.
럭셔리 부문(설화수, 헤라 등)은 3522억 원으로 9% 성장했으나, 프리미엄 부문(라네즈, 에스트라 등)은 브랜드 재분류 등의 영향으로 1032억 원, 18.2% 감소했다. 데일리뷰티 부문은 1007억 원으로 5.8% 증가했으나, 인건비와 마케팅 투자 확대에 따라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을 통해 서구권에서의 성장세를 극대화했다.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코스알엑스, 라네즈 등 브랜드의 현지화와 유통망 확장, 디지털 마케팅 강화가 실적에 직접적으로 반영됐다. 중화권에서는 오프라인 채널 효율화와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했다. 이 같은 변화는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LG생활건강은 1분기 다소 정체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1조697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424억 원으로 5.7% 줄었다. 뷰티 부문에서의 부진이 전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뷰티 부문 매출은 7081억 원으로 3.4% 감소했고, 영업이익 역시 589억 원으로 11.2% 줄었다. 이는 면세점과 방문판매 채널의 약세,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지만 생활용품(HDB) 부문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장에 힘입어 매출 5733억 원(2.2% 증가), 영업이익 366억 원(13.7% 증가)을 기록했다. 피지오겔, 유시몰, 닥터그루트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일본과 북미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고, 일본 시장은 23.2% 성장했다.
중국 시장은 4.1% 감소했으나, 효율화 효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리프레시먼트 부문은 경기 침체와 비용 부담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1%, 10.8% 줄었으나, 코카콜라 제로, 몬스터 에너지 등 주요 브랜드의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됐다.
LG생활건강은 최근 인수 브랜드의 효율화, 자체 브랜드의 고성장, 해외 시장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의 포트폴리오 강화와 비용 효율화 노력으로 하반기 실적 반등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뷰티 부문의 회복이 더뎌 전체 성장세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LG생건, K-뷰티 위상 강화 박차
양사의 1분기 실적을 비교하면,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시장의 고성장과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변화, 자회사 실적 편입 효과로 매출과 이익 모두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일부 사업 부문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브랜드와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 비용 효율화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 반면, LG생활건강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생활용품 부문에서의 안정적 수익 창출을 기반으로 하반기 반등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실적 반등과 글로벌 성장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LG생활건강은 구조적 변화와 프리미엄 전략으로 하반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모습"이라며 "양사 모두 국내외 시장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K-뷰티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기 위한 경쟁을 한층 더 치열하게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