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MG손보 문제 없다"지만...이어지는 불안감

“소비자 보호 최우선 고려”...가교보험사 설립 결정 저축은행 사태 트라우마...보험금 지급 지연 등 우려

2025-05-14     조성진 기자
MG손해보험 사옥 외관. 연합뉴스 제공.

MG손해보험의 재무 건전성이 이미 임계점에 도달한 상태에서,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메리츠마저 손을 떼며 가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예금보험공사 측은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가입자들이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 MG손보 사태, 가교보험사로 해결


14일 금융위원회는 오늘(14일) 정례회의를 열고 MG손보를 청산하기 위한 가교보험사 설립을 의결했다.

보험계약은 가교보험사에 일시적으로 이전한 뒤, DB손보·메리츠화재·삼성화재·KB손보·현대해상 등 5개 대형 손보사로 최종 분산된다. 보장 내용이나 보험료 등 조건 변경은 없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MG손해보험에 수차례 경영개선 요구 및 자본 확충 명령을 내렸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여력도, 외부적으로는 시장 신뢰 회복도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회사는 자본확충을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외부 투자 유치를 추진했으나 번번이 실패하면서 지급여력(RBC) 비율이 위험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특히 지급여력(K-ICS) 비율은 2023년 말 76.9%에서 지난해 말 4.1%로 주저 앉았다. K-ICS 비율은 보험사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기준선은 100%다. MG손해보험의 계약자는 약 124만명 수준으로, 자동차보험 등 필수 보험을 포함한 계약이 상당수다.

최대 채권자인 예금보험공사는 MG손보의 회생을 위해 공개 매각을 추진했고,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회사 건전성과 고용 승계 문제를 둘러싸고 노조와의 마찰이 컸던 탓에 인수가 무산됐다.

금융위원회

가교보험사는 부실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임시로 인수해 운영하는 일종의 ‘공적 관리 기구’다. 

예보 관계자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교보험의 경우 예보에서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며 “계약자들이 금전적 피해를 입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가교보험사 설립으로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에도 이 구조가 적용됐는데, 당시 ‘가교저축은행’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임시 금융기관들이 일부 예금자의 불안과 혼란을 야기했던 전례가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가교저축은행’은 부실 저축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임시로 인수해 영업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도입됐다. 금융당국은 대규모 영업정지로 예금자 피해가 확산되자, 예보 산하 임시 은행을 설립해 일부 예금과 정상 자산을 넘기고, 부실 자산은 별도 정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예금 인출 지연, 보호 한도 초과분의 회수 불확실, 매각 지연 등이 발생해 고객 불안이 커졌다. 일부 가교저축은행은 수년간 인수자를 찾지 못했고, 고위험 상품 불완전판매 논란도 이어졌다.


◆ 가교보험사 설립, 기대보단 우려


이번 MG손해보험 사태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저축은행사태 당시에는 예금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일시적인 영업 중단, 계좌 동결, 매각 지연 등이 이어지면서 고객들의 신뢰에 타격을 입혔다.

실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지급여력 미달 상태가 지속되면 보험금 지급 지연이나 신규 보험 계약 제한 등의 문제가 현실화될 수 있다.

더불어 MG손해보험 사태는 보험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부채성 자본 위기’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예금자보호 한도액인 5000만원을 초과해 피해구제가 힘든 가입자의 계약금은 총 1700억원대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MG손해보험가 구조적으로 자본 확충이 어려운 상태에서 가교보험사로 넘어가면, 추후 매각 과정에서도 인수 주체가 없을 경우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과거 저축은행처럼 무늬만 정상화로 끝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당국이 강력한 사후 매각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도 단기적인 계약 유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본질적으로 가교보험사를 추진하더라도 인수합병 할 주체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으면 결국 가입자들이 혼란을 겪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픽사베이 제공.

한편 전날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MG손보 노조는 서울청사 앞에서 'MG손해보험 정상매각을 방해하는 일방적인 영업정지 명령 검토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금융당국은 메리츠화재를 MG손해보험 인수 우협으로 선정했고 당시 메리츠화재는 고용 10%와 6개월치도 채 안되는 퇴직 보상금을 제시했다”며 “어떤 노조가 고용 10%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인수에 동의할 수 있냐”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메리츠화재가 포기한지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금융위는 폐쇄형 가교 보험사 설립을 얘기하고 있다”며 “폐쇄형 가교 보험사는 당장 신규 영업을 중단해야하고 계약을 이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회사 노조 입장에 대한 반론도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지 고용 유지의 문제를 넘어, 금융시장 신뢰와 계약자 보호라는 공공적 과제가 우선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회사 파산이나 청산보다는 훨씬 유연하고 실익 있는 방안임에도 이를 마치 강제적인 해체 수순으로만 보는 해석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